
요리교실에서 꽈리멸치볶음을 만들면 같은 양념을 써도 결과가 꽤 달라집니다. 멸치를 먼저 볶아 둔 분은 비린내가 덜하고, 꽈리고추를 양념과 함께 익힌 분은 속까지 간이 배어 있지요. 반대로 처음부터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볶으면 멸치는 질겨지고 고추는 겉만 짜지기 쉽습니다. 제가 주방에서 여러 번 겪었던 차이도 결국 불 세기와 물 양, 넣는 순서에서 났습니다.
두세 사람이 먹을 재료와 양념
밥반찬으로 2~3인분을 만들 때는 꽈리고추 160g과 볶음용 멸치 50g을 씁니다. 멸치는 손가락 두 마디 안팎 길이의 잔멸치나 소멸치가 다루기 편합니다. 큰 멸치라면 머리와 내장을 떼고 반으로 갈라 쓰세요. 내장을 그대로 두면 볶은 뒤 쓴맛이 날 수 있습니다.
- 꽈리고추 160g, 볶음용 멸치 50g
- 식용유 1큰술(15ml), 다진 마늘 1작은술(5g)
- 양조간장 2작은술(10ml), 물 2큰술(30ml), 설탕 1작은술보다 조금 적게(4g)
- 맛술 2작은술(10ml), 올리고당 2작은술(10ml)
- 참기름 1작은술(5ml), 통깨 1작은술(약 3g)
여기서 큰술은 15ml, 작은술은 5ml 기준입니다. 짭짤한 멸치를 샀다면 간장을 처음부터 다 넣지 말고 1작은술(5ml)만 준비해도 됩니다. 다 볶은 뒤 맛을 보고 나머지를 더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맛술이 없으면 물을 10ml 더 넣으세요. 올리고당 대신 물엿을 같은 양으로 써도 되지만, 꿀은 향이 강하고 쉽게 타서 이 반찬에는 조금 덜 어울립니다.
씻고 말리고 볶는 준비가 맛을 가릅니다
꽈리고추는 꼭지를 떼고 씻은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뺍니다. 키친타월로 겉을 한 번 더 닦으면 기름이 튀는 일도 줄어듭니다. 긴 고추는 반으로 자르고, 나머지는 이쑤시개나 포크 끝으로 한두 군데 찔러 둡니다. 그래야 양념이 들어가고 팬에서 갑자기 터지는 것도 막을 수 있어요. 아주 매운 고추가 섞여 있으면 잘라서 씨를 조금 털어내도 됩니다.
멸치는 체에 담아 가볍게 흔들어 부스러기를 털어냅니다. 팬을 중약불로 데운 다음 기름 없이 멸치를 2~3분 볶으세요. 젓가락으로 뒤집었을 때 서로 달라붙지 않고 고소한 냄새가 나면 접시에 덜어 둡니다. 약한 불에서 오래 말리면 지나치게 딱딱해지고, 센 불에서는 가장자리만 타면서 비린내가 남습니다. 저는 처음 배울 때 멸치를 양념 속에 바로 넣었다가 눅눅하고 비린 볶음을 만든 적이 많았습니다. 이 짧은 마른 볶음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냅니다.
꽈리고추를 먼저 익히고 멸치는 끝에 넣습니다
멸치를 덜어낸 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약불에서 다진 마늘을 20~30초 볶습니다. 마늘이 옅은 노란빛을 띠고 향이 올라오면 바로 꽈리고추를 넣으세요. 마늘이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리면 뒤에 양념을 넣어도 쓴맛이 남습니다. 고추를 넣은 뒤에는 중불로 올려 2분가량 뒤집으며 볶습니다. 표면에 군데군데 옅은 볶음 자국이 생기면 알맞습니다.
작은 그릇에 간장 10ml, 물 30ml, 설탕 4g, 맛술 10ml를 미리 섞어 팬 가장자리로 붓습니다. 양념이 자글자글 끓으면 중약불로 낮추고 고추를 뒤집으며 2분 더 익힙니다. 물 30ml는 고추가 익을 시간을 벌어 주는 양입니다. 물을 빼고 간장만 넣으면 고추가 부드러워지기 전에 팬 바닥의 간장이 졸아 짜게 붙습니다. 반대로 팬에 물이 흥건히 남을 만큼 더 붓고 오래 끓이면 고추 색이 탁해지고 식감도 처집니다.
고추가 젓가락에 살짝 휘어지고 팬 바닥에 양념이 1큰술 정도 남았을 때 볶아 둔 멸치를 넣습니다. 30~40초만 뒤집어 양념을 묻히고 불을 약하게 낮춘 다음 올리고당 10ml를 넣어 20초 섞습니다. 불을 끄고 참기름과 통깨를 넣으면 끝입니다. 멸치를 마지막에 넣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고추가 익는 동안 멸치까지 계속 끓이면 처음에 말려 둔 식감이 사라지고 간장도 과하게 배거든요. 올리고당 역시 일찍 넣으면 팬 바닥에서 끈적하게 타기 쉬워 마지막에 넣습니다.
짜거나 마르거나 질겨졌을 때
한 입 먹었는데 짜다면 물 1큰술(15ml)과 손질한 꽈리고추 40~50g을 더 넣고 중약불에서 1~2분 볶아 보세요. 고추가 없다면 멸치를 조금 덜어 내고 물 1큰술을 넣어 짧게 데운 뒤, 남은 멸치는 다른 반찬에 쓰는 편이 낫습니다. 설탕을 더 넣으면 짠맛이 잠깐 가려질 뿐 간은 그대로입니다.
팬에서 꺼내기 전부터 바싹 말랐다면 물 1작은술(5ml)씩 넣고 약불에서 빠르게 뒤집으세요. 한 번에 물을 많이 부으면 바삭하게 볶은 멸치가 축축해집니다. 멸치가 질겨졌다면 다시 오래 볶아도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따뜻할 때 바로 먹거나, 다음번에는 멸치를 팬에 넣는 시간을 30초 정도로 줄이는 게 확실합니다. 고추가 아직 단단한데 양념이 먼저 졸았다면 멸치를 넣기 전에 물 1큰술을 더해 고추만 1분 익혀 주세요.
완성한 볶음은 넓은 접시에 펼쳐 한 김 식힌 뒤 반찬통에 담습니다. 뜨거운 채로 뚜껑을 닫으면 수증기가 맺혀 멸치가 금방 눅눅해집니다. 냉장고에서는 밀폐해 3일 안에 먹는 편이 맛있고, 차가운 것이 싫다면 먹을 만큼만 꺼내 실온에 잠시 두세요. 꽈리멸치볶음은 재료가 소박해서 과정의 차이가 더 또렷합니다. 저는 고추가 촉촉하고 멸치 끝에 고소한 맛이 남을 때 가장 맛있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