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료실에서 통증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기장치료기를 써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이 종종 나옵니다. 이름은 하나처럼 들리지만 병원에서 쓰는 장비와 집에서 구매하는 제품은 목적과 작동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먼저 어떤 기기인지 확인해야 효과와 주의사항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자기장을 쓰는 기기인지부터 확인하세요
자기장치료기라는 말에는 여러 제품이 섞여 있습니다. 전원을 연결해 변화하는 자기장을 만드는 장비가 있고, 자석을 넣은 밴드나 매트처럼 일정한 자기장을 내는 제품도 있습니다. 병원에서 통증 완화를 위해 쓰는 장비와 골절 부위의 뼈 형성을 돕도록 처방하는 장비 역시 사용 목적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골절이 예상대로 붙지 않는 ‘불유합’에는 특정 조건에서 비침습적 골성장 자극기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형외과학회는 이런 기기를 피부 위에 대고 매일 일정 시간 사용하는 치료 방법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골절 환자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장비라는 뜻은 아닙니다. 영상검사로 뼈가 붙는 상태를 확인하고, 골절 부위의 안정성 등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제품 설명에 ‘자기장’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고 해서 같은 근거를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제품명과 사용 목적, 의료기기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통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무릎이나 허리 통증 때문에 관심을 갖는 분이 많습니다.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는 변화하는 자기장을 이용한 치료가 일부 근골격계 통증과 기능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소개하면서도, 연구 결과가 엇갈린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자석을 몸에 붙이는 방식은 통증 완화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진료에서는 같은 ‘무릎 통증’이라도 원인이 다릅니다. 계단을 내려갈 때만 아픈 사람과 가만히 있어도 붓고 열감이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평가는 같지 않습니다. 기기를 사용한 뒤 통증이 덜한 느낌이 들더라도 원인 질환이 해결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몇 번만 쓰면 낫는다’거나 ‘관절을 재생한다’는 설명도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통증 점수가 줄어드는 것과 손상된 조직이 회복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치료 효과를 판단할 때는 통증뿐 아니라 걷기, 잠자기, 일상 동작이 실제로 나아졌는지도 함께 봅니다.
사용 전에 의료진에게 알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심박동기나 삽입형 제세동기, 신경자극기처럼 몸에 전자기기가 들어 있는 분은 자기장치료기를 사용하기 전에 담당 의료진에게 기기 종류를 알려야 합니다. 자기장이 이식형 기기의 작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신 중이거나 다른 질환으로 치료받는 분도 먼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금속 고정물이 있다면 무조건 사용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삽입물의 종류와 치료 부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병원 장비와 가정용 제품은 출력과 사용법이 다르므로 다른 사람의 경험만으로 안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사용 중 어지러움이나 불편감이 생기면 기기를 멈추고 의료진에게 알리세요. 통증 부위가 갑자기 심하게 붓거나 붉어지고 열이 나거나, 힘이 빠지고 감각이 달라지는 증상도 기기 사용으로 지켜볼 일이 아닙니다. 원인을 확인할 진료가 먼저입니다.
병원에서 이렇게 물어보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진료를 받을 때는 “제 통증의 원인이 무엇으로 보이나요?”, “이 기기는 어떤 증상을 줄이기 위해 쓰나요?”, “효과는 언제, 무엇으로 확인하나요?”처럼 묻는 것이 좋습니다. 골절 때문에 권유받았다면 현재 뼈가 붙는 상태와 기존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지도 확인하세요.
가정용 제품을 고려한다면 제품 설명서의 사용 목적과 금기 사항을 읽고, 현재 치료받는 질환에 맞는지 상담받는 편이 낫습니다. 사용 시간과 횟수를 스스로 늘린다고 효과가 커진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비용을 들이기 전에는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고, 변화가 없을 때 언제 다시 진료받을지 정해 두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자기장치료기는 쓰임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름만으로 효과를 약속할 수 있는 치료는 아닙니다. 내 통증이나 골절 상태에 맞는 기기인지 확인하고, 치료 경과를 의료진과 함께 살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