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선재 업고 튀어’를 다시 틀었다가 임솔의 친구 이현주가 나오는 장면에서 잠깐 멈췄다. 배우 서혜원이 남편과 함께한 사진으로 결혼 소식을 전했다는 기사를 본 직후라 그런지, 화면 속 반가운 얼굴이 더 눈에 들어왔다. 드라마를 볼 때는 대사를 툭 던지는 타이밍이 좋아서 기억했던 배우인데, 이번에는 작품 밖의 소식으로 다시 이름을 검색하게 됐다.
사진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손편지
서혜원은 2026년 4월 1일 손편지로 부부가 됐다고 알렸다. 결혼식을 치르는 대신 두 사람만의 조용한 약속을 택했고, 소속사에 따르면 그해 초 비연예인 남편과 혼인신고를 마쳤다. 함께 공개한 사진에는 남편과 반려견도 담겼다. 짧은 투샷 소식으로 접했다가 편지를 읽으니, 팬들에게 직접 인사하고 싶었던 마음이 전해졌다.
연예인의 결혼 소식이 나오면 상대의 이름이나 직업부터 궁금해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개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했다. 서혜원은 자신의 선택을 직접 설명했고, 남편에 관한 자세한 신상은 밝히지 않았다. 사진을 보며 축하하는 마음과 비연예인인 상대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마음이 함께 가면 좋겠다.
‘선재 업고 튀어’에서 함께 연기한 변우석을 비롯해 지예은, 김우석, 송지호 등 동료들도 축하를 전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괜히 드라마 단체 채팅방을 엿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실제 대화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작품에서 익숙해진 이름들이 서혜원의 새 출발을 반긴다는 사실은 팬에게도 반갑다.
선업튀의 이현주가 자꾸 생각난 이유
‘선재 업고 튀어’를 정주행할 때 서혜원이 맡은 이현주는 임솔의 단짝으로 기억에 남았다. 주인공의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면 친구 캐릭터를 지나치기 쉬운데, 이현주는 등장할 때마다 장면에 다른 박자를 얹었다. 솔직히 저는 큰 사건보다 친구끼리 말을 주고받는 짧은 순간에 더 웃을 때가 있었다.
서혜원의 장점은 대사를 길게 끌지 않아도 캐릭터의 기분이 보인다는 데 있다. 표정이 먼저 반응하고, 말이 그 뒤를 따라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현주가 임솔 옆에 서 있으면 둘이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자연스러웠다. 이번 축하 소식을 보고 다시 재생한 장면에서도 그 편안한 호흡이 눈에 띄었다. 이야기의 중요한 전개는 여기서 건드리지 않겠다.
다만 취향은 갈릴 수 있다. 주인공 두 사람의 로맨스만 빠르게 따라가고 싶다면 주변 인물의 대화가 잠시 흐름을 늦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저는 오히려 그런 장면 덕분에 인물들이 드라마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현주를 떠올리면 유독 친구와 떠들던 장면의 온도가 먼저 생각난다.
다른 작품을 보면 더 또렷해지는 얼굴
서혜원을 이현주로만 기억했다면 ‘환혼’의 소이를 함께 떠올려볼 만하다. 같은 배우라는 걸 알고 봐도 인물의 결이 꽤 다르다. 가볍고 생기 있는 친구의 얼굴을 기억하다가 소이를 만나면, 한 배우가 분위기를 얼마나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 느껴진다. 두 작품의 장르부터 다르니 연기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다.
‘나의 완벽한 비서’의 오경화, ‘사계의 봄’의 배규리, ‘프로보노’의 유난희까지 이어 보면 출연작의 폭도 보인다. 한 작품에서 반가운 조연으로 만났던 배우가 다른 작품에서는 어떤 말투와 표정으로 등장하는지 찾아보는 게 제 정주행 습관이다. 서혜원은 그렇게 따라가 볼 때 더 재미있는 배우였다.
2025년 SBS 연기대상에서는 ‘나의 완벽한 비서’와 ‘사계의 봄’으로 여자 신스틸러상도 받았다. 상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제게 와닿는 건 두 작품에서 다시 이름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짧게 등장해도 “아, 이 배우!” 하고 알아보게 되는 얼굴이 있다. 서혜원이 제게는 그런 배우다.
화면 밖 소식이 작품을 다시 틀게 할 때
배우의 개인적인 경사를 드라마 속 인물 이야기와 겹쳐 볼 필요는 없다. 이현주는 이현주고, 결혼을 알린 사람은 서혜원이다. 그래도 오래 기억한 배역의 배우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리면 그 작품을 다시 켜게 된다. 이번에도 축하 기사를 읽고 시작한 재생이 어느새 장면 몇 개를 더 보는 밤으로 이어졌다.
처음 보는 분이라면 ‘선재 업고 튀어’에서는 이현주와 임솔이 함께 있을 때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도 좋겠다. 이미 본 분이라면 ‘환혼’이나 ‘프로보노’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서혜원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스포일러를 알고 봐야 할 장면보다, 배우가 인물의 공기를 바꾸는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남편과 반려견이 함께한 사진, 직접 쓴 편지, 동료들의 축하까지. 이번 소식은 서혜원이 공개하기로 한 만큼을 조용히 전해 듣는 것으로 충분히 따뜻했다. 저는 축하하는 마음으로 ‘선재 업고 튀어’를 조금 더 볼 생각이다. 화면 속 이현주를 다시 만나니, 다음 작품에서 서혜원이 보여줄 얼굴도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