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LG 코치진 개편 소식을 보다가 손혁이라는 이름에서 눈이 멈췄다. 염경엽 감독과 다시 한 팀에서 일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두 사람이 함께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반가울 만하다. 그런데 기록을 따라가 보니 지금 더 궁금한 건 재회 자체보다 LG가 새 투수코치에게 맡길 일이다.
재회 이야기가 나온 배경
2026년 LG는 정규시즌을 78승 1무 65패, 4위로 마쳤다. 2025년 통합 우승 뒤 맞은 시즌이어서 낙차가 크게 느껴진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했지만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연패로 멈췄다. 시즌 중 코치 보직을 바꾼 데 이어, 시즌 종료 후에는 여러 코치와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김광삼 투수코치도 한화로 자리를 옮겼다.
그 빈자리를 두고 손혁 전 한화 단장의 LG 합류 가능성이 거론됐다. 10월 30일 현재 확인한 보도에서는 구단의 손혁 코치 선임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재회는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다. 다만 LG에서 선수로 뛰었던 손혁이 염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마침 투수코치 자리가 비었다는 점이 관심을 키웠다.
두 사람이 함께했던 시간은 무엇을 말하나
손혁은 염 감독이 이끌던 넥센에서 2015년과 2016년 투수코치를 맡았다. SK에서도 두 사람의 경력이 겹친다. 2018년에는 염 감독이 단장, 손혁이 투수코치였고 2019년에는 감독과 투수코치로 현장에서 함께했다. 서로의 야구 언어를 아는 사이인 셈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성적을 그대로 손혁 한 사람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다. 투수 성적에는 선수 구성, 수비, 홈구장, 부상과 기용 방식이 함께 작용한다. 예전의 호흡이 새 팀에서 통할지도 같은 이유로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손혁은 이후 키움 감독과 한화 단장을 지냈다. 이번에 LG로 온다면 투수 한 명의 투구 동작을 가르치는 일뿐 아니라, 코치진과 전력 운영 사이에서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도 관심거리다.
저는 이 대목에서 ‘오래 아는 사이’라는 설명을 조금 조심해서 듣게 된다. 감독과 코치가 빠르게 의견을 주고받는 데는 분명 이점이 있다. 반대로 익숙한 판단이 항상 옳은지는 매 시즌 새로 확인해야 한다. 결국 선수들에게 실제로 적용할 계획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
LG 투수진에서 먼저 볼 숫자
코치가 바뀐 뒤 평균자책점 하나만 비교하면 이야기를 놓치기 쉽다. 선발이 5이닝에서 내려오는 경기와 7이닝까지 버티는 경기는 불펜에 남기는 부담부터 다르다. 이닝 소화력과 함께 볼넷, 삼진, 피홈런을 봐야 한다. 주자가 쌓인 뒤의 실점이 제구 문제인지, 장타 한 방 때문인지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불펜은 더 그렇다. 팀 전체 평균자책점이 비슷해도 특정 투수에게 등판이 몰리면 여름 이후의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 연투 횟수, 등판 간 휴식일, 승부처에서 맡은 이닝을 같이 봐야 코치진의 선택이 보인다. 가을야구 3경기만으로 한 시즌의 투수 운영을 평가하기는 짧지만, 그 3경기가 정규시즌 내내 드러난 부담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는 된다.
손혁이 합류한다면 특히 젊은 투수의 다음 시즌을 지켜보고 싶다. 구속이 잠깐 오르는 것보다 볼넷을 줄이면서도 자기 구위를 유지하는지가 중요하다. 선발 후보에게는 한 번의 긴 호투보다 여러 차례 등판에서 비슷한 투구 수로 6이닝 안팎을 책임지는 능력이 값지다. 이런 변화는 한 경기의 승패보다 몇 달의 기록에서 선명해진다.
이름보다 먼저 확인할 변화
손혁 코치와 염경엽 감독의 재회가 성사된다면 오랜 인연 자체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하지만 LG가 2025년 우승에서 2026년 4위로 내려온 뒤 필요한 것은 추억의 재현이 아니다. 투수마다 어떤 역할을 맡기고, 그 역할을 버틸 수 있도록 어떻게 준비시키느냐가 다음 시즌의 경기 흐름을 바꿀 것이다.
우선은 LG의 공식 코치진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그다음에는 시범경기의 인상적인 한 장면보다 선발 이닝과 불펜의 연투, 젊은 투수의 볼넷 추이를 꾸준히 보고 싶다. 두 사람의 재회가 현실이 된다면, 그 인연의 가치는 결국 선수들의 기록 속에서 드러날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