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꾸 순위표를 다시 보게 됐다. 7위라는 숫자는 익숙했지만, 김태형 감독의 계약이 끝나는 해라 그 숫자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시즌이 끝난 10월 12일 이후에도 구단의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재계약과 교체 가능성이 함께 거론됐다. 그때의 ‘롯데 김태형 감독 거취 불투명’은 분명한 상황이었다. 다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롯데는 10월 24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고, 26일 이동욱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3년 연속 7위가 말해주는 것
KBO 기록을 보면 김태형 감독 체제의 롯데는 2024년 66승 74패 4무, 2025년 66승 72패 6무, 2026년 64승 77패 3무를 기록했다. 순위는 세 해 모두 7위였다. 2026년 승률은 0.454로, 전년의 0.478보다 낮아졌다. 3년을 합치면 196승 223패 13무다. 감독 한 사람의 능력을 이 숫자만으로 재단할 수는 없어도, 팀이 기대했던 순위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피하기 어렵다.
더 눈에 띄는 건 5위와의 거리다. 2024년 롯데는 5위 KT보다 6승 적었고, 2025년에는 5위 NC보다 5승 적었다. 2026년에는 5위 두산과의 승수 차가 9승으로 벌어졌다. 같은 7위라도 마지막 해의 7위는 가을야구 경쟁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진 결과였다. 2017년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롯데 팬들에게는 특히 아픈 대목이다.
타율이 올랐는데 승수는 줄었다
그렇다고 2026년의 모든 숫자가 뒷걸음친 것은 아니다. 팀 타율은 2025년 0.267에서 2026년 0.272로 올랐고, 팀 평균자책점도 4.75에서 4.72로 조금 낮아졌다. 그런데 승수는 66승에서 64승으로 줄었다. 이 간격이 흥미롭다. 타율과 평균자책점은 팀의 큰 윤곽을 보여주지만, 어느 상황에서 안타가 나왔는지, 앞선 점수를 얼마나 지켰는지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2024년으로 시선을 넓히면 그림이 또 달라진다. 그해 롯데의 팀 타율은 0.285로 2026년보다 높았지만 평균자책점은 5.05였다. 이후 마운드 수치는 나아졌는데도 순위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세 시즌의 성적은 타선이나 투수진 어느 한쪽의 숫자만 고쳐서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질문을 남긴다. 접전에서의 득점과 실점, 선수층의 두께, 부상자가 생겼을 때의 대처까지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기다림 끝에 나온 구단의 선택
김태형 감독은 2023년 10월 롯데와 3년 총액 24억 원에 계약했다. 두산 시절 긴 시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지도자였기에, 롯데가 그에게 기대한 것도 단순한 7위 유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반면 감독이 바뀌었다고 선수 구성과 전력이 곧바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젊은 선수의 성장과 팀 운영의 성과는 따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성적의 책임과 전력 구성의 책임을 한 문장으로 뭉뚱그리면 지난 3년에서 배울 점도 놓친다.
그래서 시즌 종료 뒤 약 2주간 이어진 침묵이 더 길게 느껴졌다. 재계약 여부는 감독 한 명의 다음 직장만 결정하는 일이 아니다. 코치진 구성과 훈련 계획, 다음 시즌에 어떤 선수를 어떤 자리에서 키울지에도 연결된다. 24일 결별 발표로 김태형 감독의 거취는 확정됐고, 이틀 뒤 롯데는 이동욱 감독과 3년 총액 2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인선의 속도보다 새 체제에서 무엇이 달라지는가에 있다.
다음 시즌에는 어떤 숫자를 볼까
새 감독의 첫해를 볼 때도 순위 하나만 기다리기는 아쉽다. 2026년 롯데는 64승으로 5위 두산의 73승에 9승 모자랐다. 그 차이를 줄이려면 팀 타율이 몇 푼 올랐는지보다 득점 기회를 얼마나 살리고, 실점 위기를 얼마나 넘기는지가 경기 안에서 드러나야 한다. 경기 후반까지 버틸 수 있는 투수 운용과 꾸준히 출장할 선수층도 함께 지켜볼 만하다.
김태형 감독의 3년은 세 번의 7위로 끝났다. 그 기록에는 아쉬움이 뚜렷하지만, 변화의 실마리를 찾을 자료도 남아 있다. 내년 사직에서 보고 싶은 건 새 감독의 이름 자체보다 같은 접전을 조금씩 승리로 바꾸는 장면이다. 그런 경기가 쌓일 때 순위표의 숫자도 비로소 달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