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KIA와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보면서 8회 김도영의 두 번째 홈런에 감탄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에도 계속 떠오른 건 홈런 장면만이 아니었다. KIA가 5대 1로 이긴 그날, 김도영은 혼자 4타점을 올렸고 제임스 네일은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타자 한 명의 폭발력과 선발투수의 긴 이닝이 맞아떨어지면 얼마나 강한 팀이 되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첫 홈런은 역전, 두 번째는 승부의 무게를 바꿨다
LG 송찬의가 2회초 솔로 홈런으로 먼저 점수를 냈지만, KIA는 곧바로 해럴드 카스트로의 솔로포로 균형을 맞췄다. 1대 1이던 4회말, 김도영이 역전 솔로 홈런을 쳤다. 6회에는 무사 1, 3루에서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보탰고, 8회 2사 후에는 김선빈의 안타에 이어 투런 홈런을 날렸다. KBO 기록상 김도영의 성적은 3타수 2안타, 2홈런, 4타점이다.
홈런 두 방이라는 숫자도 화려하지만, 점수가 필요한 순간마다 타점을 만든 순서가 더 인상적이었다. 4회에는 리드를 가져왔고, 6회에는 한 점 차 승부에 숨통을 틔웠다. 8회 투런포가 나오기 전까지 KIA의 리드는 3대 1이었다. 마지막 홈런은 접전으로 남아 있던 경기를 4점 차로 벌렸다. 그래서 이 경기는 멀티홈런 경기인 동시에 김도영이 세 번의 서로 다른 득점 상황에 답한 경기였다.
5대 1을 만든 다른 절반은 네일이었다
김도영에게 시선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네일의 7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을 빼면 이 승리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선발이 7회까지 책임지면서 KIA는 불펜에 넘길 이닝을 줄였다. 이후 성영탁, 곽도규, 전상현이 남은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네일이 완전히 편하게 던진 경기만은 아니었다. LG는 6회초 선두타자 박해민의 2루타와 오스틴의 고의4구로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문정빈을 삼진으로 잡고 문보경을 병살타로 처리한 장면이 컸다. 2대 1 리드가 뒤집힐 수 있던 순간이었다. KIA 역시 5회말 1사 1, 2루 기회를 병살타로 놓쳤다. 그런 흐름에서 네일이 추가 실점을 막아준 덕분에 김도영의 6회 희생플라이가 더 큰 힘을 얻었다.
사실 1차전만 놓고 KIA의 공격을 김도영 혼자 했다고 말하면 지나치다. 카스트로가 동점 홈런을 쳤고, 8회 김선빈이 안타로 주자를 쌓았다. 다만 5점 중 4점을 김도영의 타석에서 얻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상대가 그를 더 조심스럽게 상대할 때 다른 타순에서 점수를 만드는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함께 드러난다.
LG전 3연승 뒤 삼성전에서 달라진 점
KIA는 준플레이오프에서 LG를 5대 1, 6대 3, 13대 1로 꺾고 3연승으로 올라갔다. 첫 경기의 김도영 원맨쇼가 시리즈 내내 유일한 득점 방식이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3차전의 13득점은 타선 전체가 점수를 넓혀갈 수 있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플레이오프에서도 같은 흐름을 기대하게 됐다.
하지만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5대 1 승리 뒤 2차전 3대 8, 3차전 4대 6으로 졌다. 29일 3차전은 더 아쉬웠다. 김도영과 나성범이 각각 솔로 홈런을 쳤고 KIA는 9안타를 기록했지만, 4대 4 동점이던 7회초 두 점을 내줬다. KBO 스코어보드에는 KIA의 실책이 0개로 남아 있다. 수비 실책 하나로 설명할 패배가 아니라, 팽팽한 후반 승부에서 실점을 막지 못한 경기였다는 뜻이다.
2차전의 6안타 3득점과 3차전의 9안타 4득점을 나란히 보면 타선이 완전히 침묵했다고 하기도 어렵다. 다만 상대가 점수를 낸 뒤 다시 따라붙을 기회를 만드는 일, 동점에서 다음 이닝을 지키는 일이 동시에 필요해졌다. 홈런이 나왔는데도 졌다는 사실은 김도영의 장타력보다 팀 전체의 득점 연결과 후반 투구를 더 자세히 보게 만든다.
KIA의 진짜 적은 한 선수에게 쏠리는 승부처다
김도영의 두 홈런은 KIA가 가진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보여줬다. 그렇지만 가을야구는 한 타자의 가장 좋은 날을 계속 기다릴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17일에는 네일이 7이닝을 버텼고, 김도영 앞에 주자가 나갔으며, 김도영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세 조건이 맞물려 5대 1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10월 29일까지의 흐름에서 내가 보는 KIA의 진짜 적은 특정 상대팀보다도 승부처가 몇몇 선수에게 몰리는 상황이다. 김도영이 홈런을 치는 날에도 득점 경로가 더 넓어져야 하고, 후반에는 앞서거나 비기는 점수를 지켜야 한다. 다음 경기에서 궁금한 건 김도영이 또 담장을 넘길지뿐만이 아니다. 그의 타석 앞뒤로 누가 출루하고 점수를 잇는지, 그리고 마지막 세 이닝을 KIA가 어떻게 버티는지가 시리즈의 방향을 바꿀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