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친구 집에서 모듈소파를 옮기는데, 사진에서 예뻐 보이던 ㄱ자 배치가 거실에서는 영 답답했습니다. 소파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었어요. 베란다 문으로 가는 길을 긴 모듈이 가로막고 있었죠. 모듈소파는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막상 놓을 때는 방 크기보다 사람이 어디로 걷고 어디에 앉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소파를 옮기기 전에 바닥부터 재세요
줄자와 종이테이프를 준비합니다. 줄자가 없다면 5m짜리 하나면 충분하고, 종이테이프는 도장용으로 사도 몇 천 원대입니다. 새 공구를 살 일은 거의 없어요. 모듈별 가로·세로 크기를 재서 바닥에 테이프로 표시하고, 그 위에 쿠션 대신 의자나 상자를 놓아 봅니다. 도면 앱보다 이 방법이 문을 열거나 청소기를 밀 때 걸리는 지점을 빨리 보여줍니다. 측정과 표시에는 보통 20~30분 정도 잡습니다.
제일 먼저 현관이나 주방에서 거실을 지나 베란다로 가는 동선을 그려 보세요. 자주 걷는 길은 폭 80cm 안팎이면 편하고, 60cm 정도는 지나갈 수 있어도 장바구니를 들거나 두 사람이 비켜 서기에는 좁습니다. 방문과 베란다 문은 끝까지 열어 보고, 서랍이나 수납장도 실제로 당겨 봐야 합니다. 특히 문짝이 열리는 범위를 재지 않고 소파 길이만 보면, 배치를 끝낸 뒤 모듈 하나를 다시 빼야 할 수 있습니다.
벽에 바짝 붙일 생각이라면 걸레받이와 커튼도 확인하세요. 소파 몸체는 들어가도 두툼한 등받이가 커튼을 누르거나, 옆 팔걸이가 콘센트를 가릴 수 있습니다. 로봇청소기를 쓴다면 본체가 드나들 자리와 충전기로 돌아가는 길도 남겨 둡니다. 치수는 제품 상세 정보보다 집에 도착한 모듈을 직접 잰 값이 정확합니다.
일자와 ㄱ자, 생활 방식에 맞춰 고르세요
거실이 좁거나 한쪽에 식탁·책상이 붙어 있다면 일자 배치부터 시작하는 편이 수월합니다. 긴 벽을 따라 놓으면 가운데 바닥이 넓게 남고, 모듈 하나를 떼어 1인용 자리로 쓰기도 쉽습니다. 저는 처음 설치할 때 일자로 놓고 사흘 정도 살아 봅니다. 걸을 때 어깨를 틀게 되는지, 앉은 채로 컵을 놓을 자리가 있는지 금방 드러나거든요.
ㄱ자는 가족이 서로 얼굴을 보며 앉기 좋고, 긴 쪽에 다리를 뻗기도 편합니다. 대신 튀어나온 끝이 통로를 막기 쉽습니다. 친구 집에서는 긴 모듈을 창가 쪽으로 돌렸더니 베란다 문 앞 통로가 약 55cm에서 85cm로 넓어졌습니다. 보기에는 작은 변화였지만 빨래 바구니를 들고 지나갈 때 차이가 컸어요. ㄱ자 끝을 놓을 곳은 사진 속 모양보다 문과 사람의 움직임으로 결정하는 게 낫습니다.
가운데를 비운 대면 배치나 두 모듈을 나눠 놓는 방식은 손님이 자주 오는 집에 어울립니다. 다만 모듈 사이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같은 소파에 앉아도 대화하기 어색합니다. 먼저 바닥 테이프 위에 의자를 놓고 실제로 마주 앉아 보세요. TV를 볼 때 목을 계속 돌려야 한다면 각도를 조금 바꾸거나 작은 모듈 하나만 분리하는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테이블과 러그까지 놓아야 배치가 끝납니다
소파만 놓고 거실이 넓어 보인다고 끝내면 테이블을 들인 뒤 다시 좁아질 수 있습니다. 소파 앞 테이블과 무릎 사이에는 대략 35~45cm를 남겨 두면 앉았다 일어나기 편합니다. 다만 깊은 소파나 몸집이 큰 가족이 있다면 더 필요할 수 있으니, 실제로 앉아 다리를 뻗어 확인하세요. 테이블이 통로까지 차지한다면 작은 사이드 테이블 두 개가 오히려 쓰기 편한 경우도 있습니다.
러그는 소파를 전부 올려놓을 크기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앞다리만 러그 위에 걸쳐도 여러 모듈이 한 자리처럼 보입니다. 반대로 러그 끝이 자주 걷는 길 한가운데 오면 발이 걸리기 쉬워요. 모듈을 움직일 때 러그가 밀린다면 미끄럼 방지 패드도 같이 확인합니다. 러그를 새로 살 필요가 있는지 판단하려면 기존 러그를 먼저 펼치고 소파 위치를 바꿔 보는 게 좋습니다.
스탠드 조명과 충전 케이블도 배치의 일부입니다. 콘센트가 멀다고 전선을 통로에 가로질러 놓으면 발에 걸립니다. 멀티탭을 소파 밑에 무리하게 끼워 넣거나 전선을 러그 아래 길게 숨기지도 마세요. 전기 배선이나 콘센트 위치를 바꿔야만 원하는 모양이 나온다면 그 작업은 직접 손대지 말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맞습니다.
하루를 써보고 모듈을 다시 움직이세요
실제 배치는 혼자 하면 허리가 먼저 힘듭니다. 모듈 바닥에 보호 패드나 두꺼운 천을 대고, 둘이서 들어 옮기세요. 바닥 긁힘을 막는 패드는 몇 천 원에서 1만 원대에 구할 수 있습니다. 집에 남은 천이 있으면 먼저 써도 됩니다. 측정과 바닥 표시 30분, 모듈 이동과 연결 30~60분, 테이블·러그 위치 조정 20분 정도로 잡으면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소파 크기와 집 구조에 따라 더 걸릴 수 있으니 ‘한 시간 완성’처럼 시간을 딱 잘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모듈끼리 연결하는 고리나 브래킷이 있다면 제조사 설명대로 끝까지 결합하세요. 그냥 맞대기만 하면 앉고 일어날 때 조금씩 벌어질 수 있습니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 한쪽이 흔들리면 연결 부위에 힘이 쏠리기도 합니다. 옮긴 뒤에는 각 모듈에 앉아 흔들림을 확인하고, 문과 서랍을 다시 열어 봅니다. 무거운 모듈을 혼자 끌다 바닥을 찍는 일이 생각보다 흔해서, 사람을 한 명 부르는 편이 수리비보다 쌉니다.
저는 첫 배치를 완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루만 써 봐도 빨래를 들고 지나는 길, 밤에 불을 켜러 가는 길, 자주 앉는 자리가 보입니다. 그때 모듈 하나를 20cm만 옮겨도 거실이 훨씬 편해질 때가 있어요. 모양이 자유로운 소파라면 그 자유를 처음 사진 한 장에 다 써 버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