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봉도에서 사승봉도로 건너가려던 날, 하늘은 맑았는데 배를 대기 어려울 만큼 바람이 불었다. 섬 여행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무인도 여행지 추천을 부탁받으면 풍경보다 먼저 들어가는 배와 돌아오는 배, 그리고 물때를 묻는 이유다. 처음이라면 선재도 목섬, 배를 타고 짧게 걷고 싶다면 제주 차귀도, 조용한 모래섬에 오래 머물고 싶다면 인천 사승봉도가 맞다. 세 곳은 가는 방법부터 다르다.
배 없이 시작하려면 선재도 목섬
인천 옹진군 선재도 앞 목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이다. 썰물 때 바닷길이 드러나면 걸어서 건너간다. 무인도에 가보고 싶지만 배편과 숙박을 한꺼번에 챙기기는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먼저 권한다. 선재도까지 차로 간 뒤 목섬 입구에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면 된다.
여기서는 도착 시각보다 돌아설 시각이 중요하다. 물이 빠진 길을 보고 건넜더라도 밀물이 시작되면 길 상태가 달라진다. 출발 전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방문 날짜의 선재도 인근 조석 시간을 확인하고, 현장에서는 바닷길이 실제로 드러났는지 살펴야 한다. 안내된 통행 구역을 벗어나 갯벌 쪽으로 지름길을 내지 않는 편이 좋다. 젖은 모래와 물웅덩이가 있어 밑창이 미끄러운 신발도 불편하다.
목섬 자체는 오래 걸을 만큼 크지 않다. 섬 안에서 탈 이동 수단도 없고, 무인도에서 묵는 여행으로 잡을 곳은 아니다. 선재도에서 하룻밤 묵고 목섬은 물때에 맞춰 잠깐 다녀오는 식이 여유롭다. 썰물 시간을 놓쳤다면 억지로 기다리기보다 선재도 해안을 걷는 쪽이 낫다. 인천투어도 목섬을 하루 두 번 썰물에 걸어갈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배를 타고 걷고 싶다면 제주 차귀도
제주 서쪽 고산리 자구내포구에서 차귀도행 유람선을 탄다. 제주관광공사 안내에는 배로 약 10분 거리라고 나온다. 섬에 내려 탐방로를 걷고 정해진 배로 돌아오는 코스라 당일 일정에 넣기 좋다. 포구에서 승선한 뒤 섬 안에서는 걸어서 이동한다. 바람을 피할 건물이나 식당을 기대하고 들어갈 곳은 아니다.
예약할 때는 ‘차귀도 유람’이라는 말만 보고 결제하지 말고 실제 상륙이 포함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배에서 섬 주변만 도는 회차도 있고, 기상과 해상 상황에 따라 코스가 바뀔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유람선이 정기 여객선 노선이 아니며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출항 당일에는 운영사에 운항 여부와 집결 시각, 귀항편을 다시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상륙 회차를 탔다면 선착장에서 탐방로를 따라 등대 쪽으로 걸어보면 된다. 보통 한 시간 안팎의 걷기를 생각하면 되지만, 실제 체류 시간은 예약한 배편 안내가 기준이다. 길 밖의 바위 끝이나 식생 사이로 들어갈 이유는 없다. 차귀도는 보호받는 자연 공간이고, 숙박이나 야영을 붙이는 여행지로 잡기 어렵다. 짧게 배를 타고 화산섬 지형을 걸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다.
모래섬에서 시간을 보내려면 사승봉도
사승봉도는 준비할 일이 한 단계 더 많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이나 대부도 방아머리항에서 승봉도행 여객선을 알아보고, 승봉도에서 사승봉도로 들어가는 배를 따로 연결해야 한다. 사승봉도에 정기 여객선이 바로 들어가는 일정으로 생각하면 동선이 꼬인다. 인천투어 안내에도 성수기 배편과 비수기 소형선 이용이 구분되어 있다. 지금 이용할 수 있는 배와 승하선 장소는 방문 날짜에 맞춰 직접 확인해야 한다.
섬에 닿으면 넓은 모래밭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차귀도처럼 정해진 시간에 한 바퀴 걷고 나오는 여행보다, 해변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쪽이 어울린다. 다만 개인 소유 섬이다. 예전 안내에 캠핑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어도 현재의 입도 조건이나 야영 가능 여부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배를 예약할 때 섬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야영과 취사가 허용되는지, 언제 데리러 오는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식수와 음식, 쓰레기를 담아 나올 봉투는 직접 챙기는 편이 낫다. 섬 안에 가게나 교통수단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 곤란하다. 돌아오는 작은 배가 날씨 때문에 움직이지 못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일정을 빽빽하게 잡기보다 승봉도 숙박을 함께 살펴두면 선택지가 생긴다. 당일 귀가가 꼭 필요한 여행자라면 목섬이나 차귀도가 더 편하다.
출발 전에는 돌아오는 길부터 확인한다
세 곳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하다. 목섬은 물때가 맞아야 걸어갈 수 있고, 차귀도는 상륙 회차와 당일 운항이 맞아야 하며, 사승봉도는 승봉도 여객선과 연결 배가 모두 맞아야 한다. 성수기에는 배가 있어도 원하는 회차가 찰 수 있고, 비수기에는 운항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날짜를 정했다면 여객선 예매처와 운영사에서 그날의 왕복편을 확인하고, 출항 당일 한 번 더 확인한다.
무인도에서는 숙소와 가게가 없다는 사실이 여행의 일부다. 그 점이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불편한 사람도 있다. 나는 처음 가는 사람에게 목섬의 짧은 걸음이나 차귀도의 정해진 탐방부터 권한다. 사승봉도의 긴 모래밭은 배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여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더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