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청룡영화상 후보 공개를 보고 눈길이 간 이름들

제47회 청룡영화상 후보 공개를 보고 눈길이 간 이름들

얼마 전 제47회 청룡영화상 후보 명단을 훑어보다가 영화 제목보다 먼저 숫자에 눈이 갔다. ‘호프’ 10개 부문, ‘가능한 사랑’ 8개 부문, ‘왕과 사는 남자’ 7개 부문. 한 해의 영화를 한 장의 후보표에 올려놓으니, 어떤 작품이 어디에서 힘을 얻었는지가 꽤 선명하게 보인다. 드라마나 예능을 정주행할 때도 첫 회의 화제성보다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을 따지는 편이라, 이번 명단 역시 후보 수만 세기보다 부문별 구성을 보는 재미가 컸다.

‘호프’의 10개 부문 지명이 눈에 띄는 이유

스포츠조선이 공개한 후보 명단에 따르면 ‘호프’는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10개 부문에 올랐다.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은 물론 조인성의 남우주연상, 음문석의 남우조연상, 정호연의 신인여우상 후보 지명까지 이어진다. 촬영조명·음악·미술·편집·기술 부문에도 이름이 있다. 배우의 연기와 화면을 만드는 작업이 함께 주목받았다는 뜻이어서, 숫자 하나보다 후보가 퍼진 범위가 더 흥미롭다.

물론 최다 후보작이 곧 최다 수상작이 되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은 시상식에서 상을 몇 개 받느냐만큼 어떤 부문에서 인정받느냐가 궁금하다. 작품상이나 감독상으로 무게감을 보여줄 수도 있고, 기술 부문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 후보표만 놓고 보면 ‘호프’는 그 두 방향을 모두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작품상 다섯 편과 뜻밖의 빈자리

최우수작품상 후보는 ‘군체’, ‘세계의 주인’, ‘암살자(들)’, ‘왕과 사는 남자’, ‘호프’ 다섯 편이다. 연상호·윤가은·허진호·장항준·나홍진 감독은 각각 자신의 작품으로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작품상과 감독상 명단이 같은 다섯 작품으로 채워진 점이 눈에 들어온다. 시상식 당일에는 두 부문의 선택이 나란히 갈지, 서로 다른 작품에 돌아갈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다.

반대로 ‘가능한 사랑’의 자리도 흥미롭다. 총 8개 부문에 올랐지만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는 없다. 대신 설경구와 전도연이 남녀주연상, 조인성과 조여정이 남녀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주연과 조연 네 부문에 모두 배우가 지명된 셈이다. 작품상 후보에 없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이번 청룡의 주변부에 놓기에는, 연기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 후보 수만 보고 작품상 경쟁작이라고 짐작했다면 명단을 다시 보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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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작과 신인 후보를 함께 보게 된다

‘왕과 사는 남자’는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스포츠조선 보도 기준 관객 1693만 명을 동원한 흥행작이라는 점에서 작품상 경쟁이 특히 눈길을 끈다. 장항준 감독은 감독상, 유해진은 남우주연상, 전미도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박지훈은 신인남우상 후보가 됐다. 큰 흥행 성적과 배우들의 지명이 한 작품 안에서 만난 만큼, 관객의 선택이 시상식의 선택과 얼마나 겹칠지도 궁금하다.

신인 후보 명단을 보는 맛도 빼놓기 어렵다. 신인남우상에는 박지훈 외에 문상민, 문지훈, 이종원, 주민형이 올랐고, 신인여우상에는 김시아, 서수빈, 이연, 장다아, 정호연이 이름을 올렸다. 익숙한 배우의 새 얼굴을 발견할 수도 있고, 이번 후보 발표를 계기로 처음 기억하게 되는 이름도 있다. 정주행할 작품을 고를 때 조연 한 명의 연기가 다음 작품 선택으로 이어지곤 하는데, 영화 시상식의 신인상도 내게는 그런 발견의 목록에 가깝다.

스포일러 없이 기다리는 시상식의 재미

아직 후보작을 다 보지 않았다면 줄거리나 반전보다 부문부터 확인하는 편이 편하다. 연기가 궁금하면 남녀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작을, 화면과 소리가 궁금하면 촬영조명상·음악상·기술상 후보작을 먼저 고르는 식이다. 같은 영화도 어디에 시선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특히 ‘호프’처럼 여러 제작 부문에 걸쳐 지명된 작품과 ‘가능한 사랑’처럼 배우 후보가 두드러진 작품은 서로 다른 기대를 품고 볼 만하다.

제47회 청룡영화상은 11월 25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다. 후보 발표는 수상 예고편이 아니라, 아직 못 본 영화와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초대장처럼 느껴진다. 내 관심은 지금 ‘호프’의 폭넓은 지명과 ‘가능한 사랑’의 연기 부문, 그리고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성적이 시상식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지에 가 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후보표를 따라 취향에 맞는 영화부터 한 편씩 만나볼 생각이다.

제47회 청룡영화상 후보 공개를 보고 눈길이 간 이름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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