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계약 파기하려다 보증금 날짜부터 다시 봤다

월세 계약 파기하려다 보증금 날짜부터 다시 봤다

경매로 낙찰받은 집의 임차인을 만나면 가끔 이런 말을 듣습니다. “다음 달에 나갈 테니 보증금만 주세요.” 사정은 이해되지만, 계약서를 펼쳐보면 만기가 8개월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임차인도 새집에 낼 돈이 급하고, 임대인도 보증금을 바로 마련하기 어렵죠. 월세 계약 파기는 누가 먼저 말했느냐보다 지금 계약이 어떤 상태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계약금만 보냈을 때와 이미 살고 있을 때는 다르다

입주 전이라면 계약이 성립했는지, 계약금과 위약금에 관해 무엇을 약정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계약서를 아직 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돈이 무조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가계약금’이라고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몰수되는 것도 아닙니다. 집, 보증금, 월세, 입주일 같은 주요 조건에 양쪽이 합의했는지, 주고받은 문자에 해약 조건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법원도 가계약금의 성격을 이름 하나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계약금 100만 원을 보내고 임차인이 마음을 바꿨다고 해봅시다. 민법상 계약금에 의한 해제는 별도 약정이 없는 경우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가능하고, 임대차에도 그 성질이 허용되는 범위에서 적용됩니다. 그러나 계약금 포기로 언제나 끝난다고 단정하면 위험합니다. 이미 잔금 지급이나 집 인도 등 이행이 진행됐다면 계약 조항과 진행 상황을 따져야 합니다. 반대로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취소할 때도 ‘무조건 두 배’라는 말부터 꺼내기보다 실제로 어떤 돈을 어떤 약속 아래 받았는지 살펴야 합니다.

입주해 살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계약금 문제가 아니라 남은 임대차 기간, 월세, 보증금 반환 시점을 다뤄야 합니다. 현장에서 가장 큰 다툼은 “방을 뺐으니 월세는 끝났다”와 “새 임차인이 들어올 때까지 보증금은 못 준다”가 맞부딪힐 때 생깁니다.

만기 전 퇴거라면 합의 날짜를 먼저 잡는다

처음 정한 계약기간이 남았는데 임차인 사정으로 이사하는 경우, 이사 통보만으로 계약이 곧바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임대인과 조기 종료에 합의할 수는 있습니다. 이때는 ‘새 임차인을 구하면’ 같은 말만 남기지 말고 종료일과 보증금 지급일을 적어야 합니다. 새 임차인이 늦게 구해지면 월세를 언제까지 낼지, 공실 부담을 누가 질지가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인 집을 만기 5개월 전에 비운다고 합시다. 공실 2개월만 생겨도 월세 120만 원이 걸립니다. 그렇다고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5개월 치 300만 원을 당연히 공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기 종료 합의 내용, 실제 임대 가능 시점, 새 임차인의 입주일, 손해가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까지 봐야 합니다. 숫자를 먼저 확정해 버리면 나중에 서로 억울해집니다.

새 임차인을 구할 때 드는 중개보수도 자주 싸웁니다. ‘먼저 나가는 사람이 무조건 낸다’는 식의 법정 공식은 없습니다. 기존 계약의 특약과 조기 종료 합의에서 누가 얼마를 부담할지 확인해야 합니다. 중개사에게 전화만 맡기기 전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그 부분을 문자로라도 맞춰 두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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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된 월세는 3개월의 출발점이 중요하다

만기가 지나도록 서로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통지를 하지 않아 묵시적으로 갱신됐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언제든 해지를 통지할 수 있게 합니다. 효력은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생깁니다. 임차인이 적법하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갱신된 경우에도 이 해지 규정이 준용됩니다. ‘내가 보낸 날’과 ‘상대가 받은 날’은 다를 수 있으니 문자 답장, 내용증명 배달 내역처럼 도달을 확인할 자료를 남겨야 합니다.

가령 임대인이 4월 10일 해지 통지를 받았다면, 임차인이 5월 초에 짐을 뺐다는 사실만으로 그날 계약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당사자가 5월 말 종료와 보증금 반환에 따로 합의했다면 그 합의가 중요합니다. 3개월이라는 말만 믿고 새집 잔금일을 먼저 잡았다가 보증금이 묶이면 임차인이 가장 곤란해집니다.

묵시적 갱신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차인이 만기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 의사를 통지했는지를 봅니다. 그 시기에 오간 문자 하나로 계약 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새 계약서를 다시 썼다면 갱신 방식과 문구도 함께 봐야 합니다.

보증금이 묶인 집에서는 퇴거 순서를 바꾸지 않는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때 못 준다고 하면 분위기가 급해집니다. 특히 경매가 진행 중인 집에서는 “일단 전출하고 나중에 받으라”는 말이 무섭습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집의 인도, 전입신고, 확정일자 등 요건과 연결됩니다.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검토하고, 실제 등기가 마쳐졌는지 확인한 뒤 이사와 전출 순서를 결정해야 합니다. 신청만 해놓고 등기까지 끝난 줄 알면 위험합니다.

낙찰자 입장에서도 임차인이 나가겠다고 했다는 말만 믿고 명도 일정과 자금 계획을 짜지 않습니다. 등기부, 매각물건명세서, 임차인의 전입일과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를 대조해야 보증금을 누가 부담할지 보입니다.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이 배당으로 다 해결되지 않는 물건이라면 낙찰자가 인수할 금액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돈을 빼고 수익률을 계산하면 싸게 낙찰받았다는 착각만 남습니다.

실무에서는 계약이 끝나는 날, 열쇠를 넘기는 날, 보증금을 돌려주는 날을 한 장에 적어 서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미납 월세와 관리비, 파손 수리비를 공제한다면 항목별 금액과 근거도 남겨야 하고요. 월세 계약 파기라는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 손실은 대개 날짜 하나와 확인하지 않은 보증금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급하게 방을 빼는 사정이 있을수록 그 두 가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월세 계약 파기하려다 보증금 날짜부터 다시 봤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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