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에서 병역의무를 설명할 때면 “군대를 다녀오면 끝나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일상에서 그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법이 정한 병역의무의 범위는 조금 더 넓습니다. 누가 의무를 지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행하는지, 복무를 마친 뒤에는 무엇이 남는지를 나눠 보면 뉴스 속 용어도 한결 분명해집니다.
국방의 의무와 병역의무는 어떻게 다를까요?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합니다. 병역법 제3조는 그 가운데 병역의무를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에게 부과합니다. 여성은 지원하여 현역과 예비역으로 복무할 수 있습니다. 헌법이 말하는 국방의 의무와 병역법이 정한 병역의무의 적용 대상을 구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병역의무를 곧 현역 입영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병역법에는 현역 외에도 보충역, 전시근로역, 대체역 등이 있습니다. 신체 상태와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이행 방식이 달라집니다. 병무청의 병역판정검사에서 5급 판정을 받으면 전시근로역, 6급 판정을 받으면 병역면제 처분을 받습니다. 두 처분을 모두 ‘면제’라고 부르면 차이가 사라집니다. 전시근로역은 전시에 군사 지원 업무를 맡을 수 있는 병역 구분입니다.
열여덟 살부터 어떤 절차를 거치나요?
병무청 안내를 보면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18세가 되는 해에 병역준비역으로 편입되고, 원칙적으로 19세가 되는 해에 병역판정검사를 받습니다. 여기서 나이는 생일이 지난 뒤의 만 나이가 아니라 해당 연도에 몇 세가 되는지를 기준으로 읽어야 합니다. 예컨대 2007년생은 2025년에 18세가 되는 해를, 2026년에 19세가 되는 해를 맞습니다.
검사에서는 신체등급 등을 확인하고 현역병 입영 대상자, 보충역, 전시근로역, 병역면제, 재신체검사 대상 가운데 병역처분을 합니다. 재신체검사 대상은 그 자리에서 최종 복무 형태가 확정된 경우와 다릅니다. 또 병역판정검사를 받는 해와 실제 입영하는 해가 반드시 같지는 않습니다. 재학, 질병 등 법에서 정한 사유에 따라 입영 시기가 달라질 수 있고, 각 군 모집병처럼 별도 지원 절차를 거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복무 기간도 한 가지 숫자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병무청이 안내하는 현역병 복무 기간은 육군·해병대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입니다. 사회복무요원은 21개월입니다. 사회복무요원은 보충역 처분을 받은 사람이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공익 업무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현역병과 일하는 장소와 형태가 다르므로 같은 ‘21개월’이라도 복무 경험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양심에 따른 대체복무는 어떻게 생겼나요?
대체역은 종교적 신념 등 헌법이 보호하는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 등의 복무 대신 병역을 이행하는 제도입니다. 신청만 하면 자동으로 편입되는 방식은 아닙니다. 대체역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편입 여부가 결정됩니다. 현재 대체복무요원은 교정시설에서 합숙하며 36개월 복무합니다. 사회복무요원과 이름은 비슷해도 편입 사유, 근무 형태, 기간이 서로 다릅니다.
이 제도에는 경위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같은 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입영 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대체역 관련 법률이 마련됐고, 2020년부터 편입 신청 절차가 시행됐습니다. 따라서 대체복무를 단순히 병역의무의 면제로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복무를 마친 뒤에도 논의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역 복무가 끝나면 모든 병역 관련 의무가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병무청 안내에 따르면 현역병 등은 전역 후 예비군으로 편성됩니다. 흔히 말하는 ‘군 복무 기간’은 입영부터 전역까지를 가리키지만, 병역제도 전체를 이해할 때는 그 이후 단계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의무를 누구에게 부과할지도 계속 논의됩니다. 현행 남성 병역의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23년 9월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현행 법률에 대한 헌법적 판단이지, 앞으로 제도를 바꿀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병역 자원과 안보 여건을 고려해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고, 부담의 형평성과 인구 변화를 고려해 대상이나 복무 방식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양쪽 모두 제도 변화가 실제 병력 운영과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따져야 합니다.
병역의무라는 한 단어 안에는 적용 대상, 판정 절차, 여러 복무 방식, 전역 이후의 의무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새 제도나 복무 기간에 관한 뉴스를 볼 때도 그 변화가 누구에게, 언제부터 적용되는지를 먼저 확인하면 서로 다른 주장을 같은 기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