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깃든 둥우리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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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깃든 둥우리 정원

도심 골목에 들어선 녹색 쉼터

경기도 오산시 수청동의 한 골목에는 정원드림프로젝트를 통해 조성된 ‘둥우리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빌라가 밀집한 주거 지역에서 시민들이 잠시 머물 수 있도록 마련된 정원이다.

10월 초입의 정원에는 가을빛이 번지고 있었다. 여름 동안 푸른빛을 유지했던 잎은 가장자리부터 노란색과 붉은색을 띠기 시작했고, 산책로 주변의 원예용 풀은 바람을 따라 흔들렸다. 식물 사이에 남은 작은 야생화도 선명한 색을 드러내며 계절의 변화를 보여줬다.

청년과 전문가가 함께 만든 정원

정원드림프로젝트는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주관하는 실습형 사회공헌 사업이다. 정원 분야 취업과 창업을 준비하는 관련 학과 대학생과 청년들이 정원작가의 밀착 지도를 받으며 도심의 유휴 부지를 정원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업은 꽃과 나무를 심어 경관을 정비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청년들이 낸 아이디어에 전문가의 경험과 기술을 더해 도심에 녹색 쉼터를 조성하고, 참여자들에게는 실제 정원을 설계하고 만드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청년 정원사의 성장과 도시 환경 개선을 하나의 현장에서 연결한 사업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수청동 둥우리 정원은 2021년 정원드림프로젝트를 통해 조성됐다. 김명윤 정원작가의 지도 아래 예비 정원사 신나경, 박태연, 신주혜, 임정원, 현은미가 함께 만든 공간이다. 전문가의 지도를 토대로 다섯 명의 참여자가 정원의 주제와 구성을 구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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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의 의미를 담은 이름

‘둥우리’는 새가 알을 낳거나 머무는 둥지를 뜻하는 방언이다. 정원 안내판에는 “우리의 온도가 담기는 공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날아가던 새가 둥지에서 쉬듯 시민도 도심 속 정원에 머물며 휴식을 얻기를 바라는 뜻이 담겼다.

이러한 의미는 정원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도 드러난다. 골목길과 맞닿은 작은 녹지에는 여러 식물이 층을 이루고 있고,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며 각 구간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식물 잎에 햇빛이 닿을 때마다 빛의 결이 달라지고, 바람이 불면 원예용 풀이 함께 흔들리며 잔잔한 풍경을 만든다.

인생의 흐름을 표현한 다섯 공간

둥우리 정원은 하나의 평면적인 녹지로만 구성되지 않았다. 정원에는 사람의 삶과 성장 과정을 나타내는 다섯 가지 주제가 적용됐다.

  1. 탄생하다는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과 생기 넘치는 출발을 나타낸다.
  2. 고난하다는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시련과 인내를 표현한다.
  3. 성장하다는 어려움을 지나 힘 있게 자라나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4. 독립하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온전히 서는 성숙의 단계를 뜻한다.
  5. 둥우리는 앞선 과정을 거쳐 도달하는 평온한 안식처를 상징한다.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다섯 주제는 탄생에서 고난과 성장, 독립을 거쳐 안식에 이르는 흐름을 만든다. 방문객은 정원을 한 바퀴 걷는 동안 각각의 공간이 어떤 삶의 단계를 나타내는지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다. 식물과 공간 구성을 통해 인생의 여정을 보여주는 것이 둥우리 정원의 뚜렷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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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정원의 표정

정원은 식물이 자라고 변화하는 공간인 만큼 계절과 시간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10월 초에는 초록빛이 남은 잎과 물들기 시작한 잎이 한데 어우러진다. 나뭇잎 끝에서 번지는 노란색과 붉은색은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책로 옆에 심은 원예용 풀은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부드러운 움직임을 만들고, 그 사이의 작은 야생화는 정원에 또렷한 색을 더한다. 안내판 뒤편의 초록 잎은 투명한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주변의 주거 건물과 대비되는 식물의 색과 움직임은 골목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바꾼다.

단풍이 깊어지는 10월 중순과 하순에는 잎의 색도 더욱 짙어진다. 같은 산책로라도 식물의 색과 빛, 바람의 세기에 따라 다른 장면이 펼쳐질 수 있다. 둥우리 정원이 계절의 흐름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생활권 정원으로 기능하는 이유다.

일상 가까이 놓인 정원의 가치

둥우리 정원은 멀리 있는 대형 수목원이나 단풍 명소가 아니라 시민의 생활 공간 가까이에 조성됐다. 퇴근길이나 주말 오후처럼 일상의 짧은 시간에도 들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심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만든 이 정원은 청년 정원사들의 실습 무대이면서 시민을 위한 쉼터다. 청년의 아이디어와 전문가의 기술이 만나 하나의 정원으로 완성됐고, 조성 이후에는 지역 주민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녹색 공간이 됐다.

수청동 둥우리 정원은 청년의 성장 과정과 시민의 휴식이 함께 담긴 공간이다. 작은 둥지를 닮은 정원 안에서 다섯 가지 삶의 주제를 살펴보고, 가을빛으로 변해가는 식물의 모습을 차분히 마주할 수 있다.

골목에 깃든 둥우리 정원
골목에 깃든 둥우리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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