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찰표를 쓰기 직전, 낙찰가와 대출이자까지 계산해 놓고도 보유세 칸은 비워 둔 분을 본 적이 있습니다. 몇 달 안에 팔 생각이라 세금은 크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명도가 길어져 6월 1일을 넘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경매 수익은 매도가격만큼이나 보유 기간에 흔들립니다.
낙찰가가 아니라 공시가격부터 적습니다
종부세 계산 방법의 출발점은 낙찰가도, 주변 실거래가도 아닙니다. 매년 6월 1일 현재 본인 명의로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을 전국 단위로 합산합니다. 국세청의 2026년 안내 기준으로 개인의 주택분 기본공제는 9억 원이고, 요건을 갖춘 1세대 1주택자는 12억 원입니다. 공제액을 뺀 금액에 주택분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곱하면 종부세 과세표준이 나옵니다.
경매에서는 날짜도 봐야 합니다. 민사집행법상 매수인은 매각대금을 모두 낸 때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낙찰이나 매각허가만 받은 상태와 잔금을 납부한 상태는 다릅니다. 6월 1일 전후로 잔금 납부가 걸려 있다면 어느 해 보유세에 반영되는지 입찰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세금만 피하려고 잔금 일정을 무리하게 바꾸는 건 별개의 위험이 있고요.
공시가격 13억 원이면 세금이 얼마일까
숫자를 넣어 보겠습니다. 기존 주택의 공시가격이 8억 원이고, 경매로 취득할 주택이 5억 원인 사람을 가정합니다. 두 집을 모두 6월 1일에 보유한다면 합계는 13억 원입니다. 여기서 기본공제 9억 원을 빼면 4억 원, 다시 60%를 곱하면 과세표준은 2억 4천만 원입니다. 2주택 이하의 과세표준 3억 원 이하 구간 세율 0.5%를 적용한 금액은 120만 원입니다.
여기서 120만 원을 실제 납부액이라고 적으면 틀립니다. 종부세 과세표준에 해당하는 재산세액을 공제해야 하고, 세부담상한도 따져야 합니다. 종부세가 남으면 그 세액의 20%에 해당하는 농어촌특별세도 함께 봐야 합니다. 재산세 고지액 전체를 120만 원에서 그대로 빼는 방식도 아닙니다. 국세청 계산 흐름에 따라 종부세 과세표준과 겹치는 부분의 재산세액을 산정합니다.
비교로 공시가격 13억 원짜리 집 한 채만 가진 1세대 1주택자를 놓아 보죠. 12억 원을 공제하고 60%를 곱하면 과세표준은 6천만 원입니다. 같은 0.5% 구간이라 세율 적용액은 30만 원입니다. 이 역시 재산세액 공제 전 금액입니다. 두 사례의 차이는 낙찰가가 아니라 주택 수와 기본공제에서 시작됩니다.
한 채를 더 사면 계산표도 바뀝니다
첫 경매라면 물건 하나의 공시가격만 보고 ‘9억 원 아래니까 괜찮다’고 넘기기 쉽습니다. 본인 명의의 다른 주택을 합쳐야 합니다. 공동명의라면 원칙적으로 각자의 지분에 해당하는 공시가격을 따로 계산하고,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는 특례 적용 여부에 따라 공제와 세액공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집이라도 누구 명의로, 어떤 지분으로 보유하는지 적어 놓고 비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과세표준이 커지면 세율도 달라집니다. 2026년 국세청 세율표에서 개인 주택분은 2주택 이하와 3주택 이상을 구분합니다. 다만 과세표준 3억 원 이하는 양쪽 모두 0.5%입니다. 3주택이라는 말만 듣고 무조건 높은 세율을 곱하면 계산이 어긋납니다. 반대로 3주택 이상에서 과세표준이 12억 원을 넘는다면 세율 차이가 커지므로, 물건을 추가하기 전 전체 보유 주택을 다시 놓고 계산해야 합니다.
1세대 1주택자의 연령·보유기간 세액공제도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국세청 안내상 60세 이상은 연령에 따라 20~40%, 5년 이상 보유하면 기간에 따라 20~50%를 적용하며 합산 한도는 80%입니다. 경매로 막 취득한 집에 장기보유 공제를 곧바로 넣을 수는 없습니다. 일시적 2주택 등 특례가 걸린 경우에도 요건을 확인하지 않은 채 12억 원 공제를 먼저 적용하면 예상 세액이 작아집니다.
입찰가를 쓸 때는 세금 낼 시점까지 봅니다
제가 입찰 전에 적는 숫자는 낙찰가 하나가 아닙니다. 기존 보유 주택과 입찰 물건의 공시가격, 예상 잔금 납부일, 대출이자, 취득세, 명도비, 수리비를 나란히 놓습니다. 매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으면 다음 해 6월 1일까지 보유하는 경우도 계산합니다. 종부세는 매년 12월 1일부터 15일까지 납부하므로, 현금이 묶이는 시점도 수익표에 들어가야 합니다.
특히 명도 기간은 낙찰 전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습니다. 서류상 수익이 2천만 원 남는 물건이라도 대출이자와 보유세가 몇 달 더 쌓이면 손에 남는 돈은 달라집니다. 6월 1일에 보유했다고 해서 종부세가 무조건 나온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 날짜를 지나도 팔지 못할 경우의 비용을 빼놓으면 입찰가를 높게 쓰기 쉽습니다.
실제 고지액은 공시가격, 주택 수, 재산세액 공제, 특례와 세부담상한에 따라 달라집니다. 숫자가 애매하면 국세청 홈택스의 종합부동산세 모의계산에 보유 주택을 모두 넣어 보고, 특례 적용이 걸린 물건은 세무 전문가에게 확인합니다. 경매에서 수익을 지키는 일은 높은 가격에 파는 순간보다, 입찰표에 빠진 비용이 없는지 확인하는 순간에 더 자주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