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쭙다 여쭈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여쭙다 여쭈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얼마 전 한 학생이 상담 신청서를 들고 와서 물었습니다. “선생님께 여쭙겠습니다라고 써야 해요, 여쭈겠습니다라고 써야 해요?” 둘 중 하나를 지워야 할 것 같았나 봅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지울 말이 없습니다. 두 표현 모두 맞습니다.

여쭙다와 여쭈다는 둘 다 표준어입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어 규정 제26항은 같은 뜻을 나타내는 여러 형태가 널리 쓰이고 규정에도 맞으면 모두 표준어로 삼을 수 있도록 합니다. 그 조항의 예시에 ‘여쭈다/여쭙다’가 나란히 올라 있습니다. 1988년에 고시되어 1989년부터 시행된 표준어 규정에 이미 두 형태가 함께 실렸습니다. 최근에 한쪽이 새로 허용된 것은 아닙니다.

두 말의 뜻도 같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둘 다 ‘웃어른에게 말씀을 올리다’, ‘웃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다’로 풀이합니다. “교수님께 일정을 여쭈었습니다”와 “교수님께 일정을 여쭈웠습니다”는 각각 ‘여쭈다’와 ‘여쭙다’를 활용한 말입니다. 다만 실제 글에서는 뒤의 활용형이 낯설 수 있어, 익숙한 “일정을 여쭙겠습니다”나 “일정을 여쭤 보겠습니다”처럼 쓰는 편이 읽기 편할 때가 많습니다.

여기서 기억할 것은 높임의 방향입니다. ‘여쭈다’와 ‘여쭙다’는 말을 하는 사람보다 그 말을 듣는 웃어른을 높입니다. 단순히 ‘묻다’를 공손하게 바꾼 말로만 외우면, 누구에게 묻는지 놓치기 쉽습니다.

여쭙겠습니다와 여쭤 보겠습니다는 왜 모양이 다를까요?

두 기본형이 모두 맞아도 활용하는 길은 서로 다릅니다. ‘여쭈다’의 어간은 ‘여쭈-’입니다. 여기에 ‘-겠습니다’를 붙이면 ‘여쭈겠습니다’, ‘-어’를 붙이면 ‘여쭈어’가 됩니다. ‘여쭈어’가 줄면 익숙한 ‘여쭤’가 됩니다. “한 가지 여쭤 봐도 될까요?”의 ‘여쭤’는 이쪽에서 온 말입니다.

반면 ‘여쭙다’의 어간은 ‘여쭙-’입니다.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받침이 남아 ‘여쭙겠습니다’, ‘여쭙고’, ‘여쭙지만’처럼 씁니다. 그래서 “잠시 여쭙겠습니다”도, “잠시 여쭈겠습니다”도 맞습니다.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쭙다’는 ㅂ 불규칙 활용을 하므로 ‘여쭙어’가 아니라 ‘여쭈워’가 됩니다. 국립국어원도 ‘여쭈다’에서 나온 ‘여쭈어’와 ‘여쭙다’에서 나온 ‘여쭈워’를 모두 바른 활용형으로 안내합니다. 발음이 비슷하게 느껴져도 ‘여쭤’와 ‘여쭈워’는 출발한 기본형이 다릅니다.

  • 여쭈다 → 여쭈겠습니다, 여쭈어, 여쭤, 여쭈니
  • 여쭙다 → 여쭙겠습니다, 여쭙고, 여쭈워, 여쭈우니

‘여쭙어’라고 적으면 ‘여쭙다’의 ㅂ 불규칙 활용을 빠뜨린 셈입니다. 평소 자주 쓰는 ‘여쭤’는 ‘여쭈다’에서 나온 형태라고 연결해 두면 헷갈림이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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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한 말인데도 어색할 때가 있습니다

수업에서 “질문 있으면 저에게 여쭤보세요”라는 문장을 보여 주면 대부분 자연스럽다고 느낍니다. 공손한 어감 때문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질문을 받는 사람은 ‘저’입니다. 말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높이는 꼴이 되므로 “질문 있으면 저에게 물어보세요”가 알맞습니다. 국립국어원도 ‘저에게’ 묻는 상황에서는 ‘여쭈다’ 대신 ‘묻다’나 ‘물어보다’를 쓰도록 안내합니다.

같은 이유로 “할머니께서 제게 길을 여쭤보셨어요”도 고쳐야 합니다. 할머니를 높이려고 ‘-시-’를 붙인 것은 자연스럽지만, ‘여쭤보다’는 질문을 받는 상대를 높이는 말입니다. 할머니가 손자인 내게 물었다면 “할머니께서 제게 길을 물어보셨어요”라고 하면 됩니다. 누가 질문하느냐보다 누구에게 질문하느냐를 먼저 보면 뜻이 선명해집니다.

물론 선배가 교수님께 질문했다면 “선배가 교수님께 여쭤 봤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질문하는 사람과 질문을 받는 사람 가운데 어느 쪽을 높이는지에 따라 동사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실제 문장에서는 이렇게 고르면 편합니다

격식을 갖춘 이메일의 첫머리라면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가 자연스럽습니다. 같은 자리에 “한 가지 여쭈겠습니다”를 써도 틀리지 않습니다. 대화에서는 “선생님께 여쭤 봤어요”가 한결 익숙하지요. 둘 중 어느 말이 더 높임말인지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뜻의 표준어이고, 문장 속에서 쓰이는 모양만 다릅니다.

‘여쭙다’에 받침이 있으니 더 공손하고 ‘여쭈다’에는 받침이 없으니 덜 공손하다는 식의 설명도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 등급은 사전 풀이에 없습니다. 눈에 띄는 차이는 공손함의 정도가 아니라 활용입니다. ‘여쭙겠습니다’의 ㅂ은 남아 있고, ‘여쭤’에는 애초에 ‘여쭈다’라는 기본형이 있습니다.

학생의 신청서에는 결국 “선생님께 여쭙겠습니다”가 남았습니다. 다른 표현이 틀려서가 아니라 학생이 그 문장을 더 자연스럽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말을 고를 때 이런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까지 알면, 맞춤법은 외워야 할 답 하나보다 오래 기억되는 말의 쓰임이 됩니다.

여쭙다 여쭈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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