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교육을 하다 보면 접촉사고가 났을 때 “일단 차부터 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분이 있습니다.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일과 현장을 떠나는 일은 다릅니다. 술을 마신 상태라면 당황해서 잠깐 자리를 피하는 행동이 피해자 구조를 늦추고, 음주운전뺑소니 혐의까지 부를 수 있습니다.
사고 직후에는 정차와 구호가 먼저입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는 교통사고가 나면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정합니다. 부상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119에 구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이어 112에 사고 장소, 부상 정도, 파손 상황을 알리세요. 경찰관이 현장에 없다면 가까운 경찰관서에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합니다.
차량이 통행을 막아 2차 사고 위험이 있다면 안전을 확보한 뒤 위치와 파손 상태를 사진으로 남기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차를 옮겼다는 이유로 연락처만 남긴 채 떠나서는 안 됩니다. 특히 사람이 다쳤을 가능성이 있다면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조와 신고가 이뤄질 때까지 현장을 지켜야 합니다.
- 즉시 멈추고 비상등을 켠 뒤 주변 차량을 살핍니다.
- 부상자를 확인하고 119와 112에 사고 위치를 알립니다.
- 경찰 안내에 따르며 차량 위치, 파손 부위, 현장 상황을 기록합니다.
- 운전자를 바꿔 말하거나 술을 더 마셔 측정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의 경찰 신고에는 차만 손괴된 것이 분명하고 위험 방지와 교통 소통에 필요한 조치를 한 경우 예외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부상 여부가 불분명한데 스스로 ‘물적 사고’라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피해자가 처음에는 괜찮다고 말해도 이후 통증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과 도주 처벌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먼저 음주운전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입니다. 2026년 10월 현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에 따르면, 첫 위반을 기준으로 0.03% 이상 0.08% 미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0.08% 이상 0.2% 미만은 1년 이상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 벌금, 0.2% 이상은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확정된 음주운전 등의 전력이 있고 10년 안에 다시 위반하면 별도의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났다면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 벌금을 정합니다.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피해자를 사고 장소에서 옮겨 유기한 뒤 도주한 경우에는 더 무거운 규정이 적용됩니다.
또 음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같은 법 제5조의11의 위험운전 치사상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상해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 벌금, 사망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 법정형입니다.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만으로 이 죄가 자동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운전 상태와 사고 경위 등을 살핍니다. 적용 죄명과 형량은 수사와 재판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됩니다.
주차된 차만 긁었어도 그냥 가면 안 됩니다
교육 중 자주 듣는 사례가 주차장에서 범퍼를 긁고 “차주가 없어서 나중에 연락하려 했다”는 경우입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는 주차된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때에도 피해자에게 성명과 전화번호 등 인적 사항을 제공하도록 정합니다. 연락처를 남기는 데서 그치지 말고 사고 위치와 차량 상태를 기록하고, 차주에게 연락이 닿는지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람을 다치게 한 사고 후의 도주와 주차 차량의 물적 피해 후 현장 이탈을 모두 같은 처벌로 설명하면 틀립니다. 인명 피해가 있는지, 운전자가 사고를 알았는지, 구호와 신고 등 필요한 조치를 했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살짝 닿았으니 괜찮다’고 운전자가 혼자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어두운 곳에서는 차 옆에 있던 사람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술을 마셨다면 사고 뒤 행동이 더 중요합니다
사고 후 술을 추가로 마셔 당시 음주 상태를 흐리려는 행동도 피해야 합니다. 도로교통법은 음주측정방해행위를 별도로 처벌합니다. 경찰의 적법한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도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규정돼 있습니다. 사고를 냈다면 측정을 피할 방법을 찾을 때가 아니라 피해자 상태를 확인하고 조사에 협조할 때입니다.
면허 문제도 형사처벌과 별개입니다. 음주 수치와 사고 내용, 도주 여부에 따라 면허 정지나 취소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벌금만 내면 끝난다’는 생각은 맞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을 떠난 몇 분 사이에 피해자가 제때 치료받을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저는 수강생에게 사고 때 떠올릴 순서를 늘 짧게 말합니다. 멈추고, 사람을 확인하고, 구조를 부르고, 신고하세요. 술을 마셨다면 그 순서를 지키는 일이 더욱 절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