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해 전 가평 상면에 갔을 때, 눈썰매장보다 오래 기억에 남은 건 돌아오는 길의 조용한 마을 풍경이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멀어지자 덕현리 길가에는 겨울 바람 소리만 남았다. 올해도 그 풍경을 보러 갈까 싶어 가평 눈썰매장 소식을 찾아봤는데, 먼저 전해야 할 이야기가 생겼다. 지금은 썰매를 탈 수 없다.
가평 눈썰매장, 지금 가도 탈 수 있을까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은 가평썰매장 휴장을 안내하고 있다. 2026년 10월 현재 재개장 날짜도 확정되지 않았다. 공단의 안내에는 2027년 재개장을 목표로 검토 중이라고 적혀 있지만, 시설 계획과 운영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일정이다. 이번 겨울에 눈썰매를 타려고 찾아간다면 출발 전에 공단의 새 공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예전 운영 안내에는 겨울 눈썰매장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료가 어린이 5,500원과 청소년·어른 7,700원으로 남아 있다. 검색하다 보면 이런 숫자가 현재 정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휴장 중인 시설의 지난 운영시간과 요금은 올해 여행 계획에 그대로 쓸 수 없다. 나도 처음에는 시간을 적어 두었다가 휴장 공지를 보고 메모를 고쳤다.
휴장 이유도 단순히 눈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공단 설명을 보면 무빙워크를 비롯한 주요 시설에 큰 보수나 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 생각한 시설 개선보다 일이 커져 사업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썰매는 속도가 붙는 놀이인 만큼 안전하게 다시 문을 여는 편이 마음이 놓인다.
썰매장으로 가던 길에서 기억나는 것
가평썰매장의 주소는 경기도 가평군 상면 깃대봉길 5-20이다. 가평역 근처를 떠올리고 출발하면 동선이 어긋난다. 상면 덕현리 쪽이어서 대중교통으로 간다면 청평역이나 청평터미널을 먼저 기준으로 잡는 편이 자연스럽다. 그곳에서 현리 방면 버스로 갈아타 덕현리 쪽으로 이동하는 길이다. 버스 시간과 하차 지점은 방문하는 날 다시 확인해야 한다.
차로 들어갈 때도 마지막 구간은 서두르지 않는 게 좋았다. 큰 관광지의 넓은 진입로를 기대하기보다, 마을과 이어지는 길을 따라 천천히 들어가는 느낌에 가까웠다. 창밖으로 낮은 건물과 겨울 나무가 지나갔다. 눈썰매장이라는 이름 때문에 하루 종일 들뜬 풍경을 상상했는데, 길 위의 가평은 생각보다 일상적이었다.
예전에 운영할 때는 초급용 슬로프와 무빙워크, 쉬어 갈 수 있는 건물이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건 몇 번을 탔는지 세는 시간보다 썰매를 내려놓고 장갑을 털던 짧은 순간이었다. 한참 뛰어놀다가 밖으로 나오면 공기가 갑자기 차갑고 조용해졌다. 시설이 다시 열더라도 세부 운영 방식은 달라질 수 있으니, 그때의 모습은 지난 방문의 기억으로만 남겨 두려 한다.
사람 적은 가평을 좋아한다면
지금 덕현리에 가평 눈썰매장을 목적으로 갈 이유는 없다. 휴장한 시설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그래도 이 동네를 지나게 된다면, 썰매장 주변을 새 관광 코스처럼 소비하기보다 마을의 속도에 맞춰 잠깐 머무는 편이 좋겠다. 차가 다니는 도로와 사유지는 피하고, 걸을 수 있는 곳에서만 조심히 움직이는 게 먼저다.
나는 가평에 갈 때 유명한 장소를 하루에 여러 곳 묶는 일정을 잘 짜지 않는다. 청평 쪽에서 식사를 하고 상면으로 이동하거나, 돌아오는 길에 동네 가게에서 따뜻한 것을 하나 사는 정도가 편하다. 가게 문이 열었는지, 걷기 좋은 길 상태인지도 그날그날 다르다. 그래서 목적지 하나를 꼭 채워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오히려 풍경이 더 잘 들어온다.
겨울의 한적함은 시간대에도 영향을 받는다. 주말 한낮에는 같은 길도 차와 사람으로 분주할 수 있다. 평일 낮에 움직일 수 있다면 조금 느긋하지만, 한적하다는 말이 언제나 아무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주민이 오가는 생활 공간이라는 걸 잊지 않고, 사진을 찍을 때도 집과 사람을 가까이 담지 않으려 한다.
다시 문을 열 때 챙겨 볼 것
재개장 소식이 나오면 나는 날짜부터 확인할 생각이다. 그다음에는 실제로 눈썰매를 운영하는 기간, 이용 가능한 슬로프, 아이의 탑승 기준을 보겠다. 예전 공단 안내에는 36개월 미만 어린이와 65세 이상, 임산부의 썰매 이용이 제한되고 6세 이하 어린이는 보호자와 함께 타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다시 열 때 규정이 달라질 수 있으니 오래된 후기만 믿고 가기에는 조심스럽다.
옷차림은 평범하게 준비해도 차이가 크다. 바람을 막는 겉옷과 젖어도 손이 덜 시린 장갑, 미끄럽지 않은 신발이 먼저다. 특히 아이와 함께라면 한 번 타고 내려온 뒤 가만히 서 있는 시간이 더 춥다. 여벌 양말 한 켤레를 챙기면 돌아오는 길이 한결 편하다. 썰매를 몇 번 타느냐보다 손발이 차가워지기 전에 쉬는 게 겨울 나들이에는 더 중요했다.
가평 눈썰매장은 내 기억 속에선 꽤 소박한 겨울 장소다. 그래서 휴장 소식이 조금 더 아쉽다. 다시 문을 여는 날이 오면 썰매도 타고, 돌아오는 길에는 덕현리의 조용한 풍경을 천천히 보고 싶다. 지금은 그날을 기다리며, 여행 계획표에 적힌 오래된 운영 정보부터 조용히 지워 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