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다 보니 짐은 꽤 빨리 싸는 편이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는 여행에서는 세면 파우치 앞에서 꼭 한 번 멈춘다. 특히 치약이 헷갈린다. 칫솔과 늘 함께 챙기는 물건이라 기내 반입 금지 물품인지조차 생각하지 않기 쉽다. 치약 자체가 무조건 금지되는 건 아니다. 국제선에서는 용기 크기와 포장 방식에 따라 기내에 가져갈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
치약은 액체가 아닌데 왜 걸릴까
튜브를 누르면 나오는 치약은 고체처럼 보여도 보안검색에서는 젤류로 분류된다. 인천국제공항 안내에도 치약이 샴푸, 선크림 등과 함께 젤류의 예로 적혀 있다. 그래서 국제선을 탈 때는 화장품 파우치에 넣어 두었다고 끝이 아니다. 액체·젤류 반입 기준에 맞춰 챙겨야 한다.
숙소에 비치된 치약을 기대하고 내 것을 빼놓았다가 아쉬웠던 적이 있다. 사진에는 세면도구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도 실제 객실에는 칫솔만 있거나, 공용 치약을 쓰는 곳도 있다. 반대로 숙소마다 큰 치약을 챙기면 짧은 여행에는 짐만 늘어난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라면 숙소의 어메니티 안내와 항공편 종류를 먼저 확인한 뒤, 필요한 크기의 치약을 고르는 편이다.
국제선은 남은 양보다 용기 크기를 본다
인천국제공항의 국제선 안내 기준으로, 기내에 가져가는 치약은 개별 용기가 100mL 이하여야 한다. 이때 중요한 건 튜브 안에 실제로 얼마나 남았느냐다. 150mL짜리 튜브를 거의 다 써서 조금만 남아 있어도 용기 표기가 150mL라면 기준에 맞지 않는다. 여행 전날 큰 튜브를 힘껏 눌러 양을 줄이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 셈이다.
100mL 이하 용기라면 다른 액체·젤류 물품과 함께 1L 이하의 투명 지퍼백 한 개에 넣고 입구를 닫아야 한다. 지퍼백은 승객 한 명당 한 개다. 치약만 따로 담으면 자리가 넉넉해 보여도, 로션과 선크림, 샴푸까지 넣으면 금방 빽빽해진다. 저는 숙소에서 쓸 제품을 전부 늘어놓고 작은 튜브부터 지퍼백에 넣는다. 입구가 잘 닫히지 않으면 한 가지를 빼거나 위탁수하물로 옮긴다.
제품 포장이 조금씩 달라 표기도 살핀다. 매장에서 흔히 보는 큰 치약 한 개보다 용량이 표시된 여행용 튜브가 확인하기 편하다. 다른 통에 덜어 담는다면 통 자체가 100mL 이하인지 확인해야 한다. 내용물을 적게 담았다는 설명만으로 큰 통의 크기 기준이 바뀌지는 않는다.
국내선과 위탁수하물은 어떻게 다를까
국내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천국제공항의 반입 제한 안내에는 치약 같은 액체·젤류 세면용품의 100mL·1L 지퍼백 제한이 국내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제주 숙소로 가는 국내선 여행에서 큰 치약을 가져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 차이가 먼저 답이 된다. 다만 국내선 여정 뒤에 국제선으로 갈아타거나 돌아올 때 국제선을 이용한다면, 그 구간의 보안검색 기준까지 보고 짐을 싸는 게 안전하다.
큰 튜브를 꼭 가져가야 하고 위탁수하물을 부친다면 그쪽에 넣는 방법도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치약 등 액체·젤류의 위탁수하물 반입을 안내하고 있다. 다만 치약 뚜껑이 덜 닫히면 옷 사이에서 눌려 새기 쉽다. 저는 뚜껑을 확인하고 작은 비닐봉지에 한 번 더 넣는다. 숙소에 도착해 가방을 열었을 때 옷에 치약이 묻어 있으면 첫날부터 기분이 꽤 상한다.
숙소용 치약을 챙길 때 제가 보는 순서
먼저 예약한 숙소가 치약을 제공하는지 확인한다. ‘세면도구 제공’이라는 문구만으로는 품목을 알기 어려워서, 치약까지 적혀 있는지를 본다. 사진에 치약이 찍혀 있더라도 현재 제공 품목과 같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실제 숙소를 다녀 보면 사진은 그대로인데 비품 구성이 달라진 곳이 생각보다 있다.
그다음 비행편을 확인한다. 국제선이고 기내 가방만 들고 간다면 100mL 이하 튜브와 1L 투명 지퍼백을 준비한다. 위탁수하물이 있으면 큰 튜브를 부치는 짐에 넣을지 결정한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가더라도 각자 세면 파우치에 든 액체류가 한 사람당 지퍼백 한 개 기준에 맞는지 살핀다. 치약 하나는 작아 보여도 다른 세면용품과 합쳐지면 공간이 빠듯해진다.
해외에서 환승하는 일정은 한 번 더 확인할 만하다. 출발 공항을 통과한 물건이라도 환승 공항에서 다시 보안검색을 받을 수 있고, 적용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도 해외 환승 시 해당 국가의 보안 규정을 확인하라고 안내한다. 짧은 휴가에 공항에서 치약 한 통 때문에 가방을 다시 펼치는 일은 피하고 싶다. 숙소에서 쓸 만큼만 챙기되, 기내 가방에 넣을 튜브의 용량 표기부터 보는 게 제일 마음 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