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약국에서 “산청 약초축제에서 차와 홍삼을 샀는데, 먹던 약이랑 같이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축제에서는 향을 맡고 맛도 볼 수 있으니 집에 돌아와서도 꾸준히 먹고 싶어지지요. 그런데 한 잔 시음하는 것과 매일 진하게 달여 마시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약국에서 11년째 일하며 느낀 건, 약초를 고를 때 ‘어디에 좋다’는 말보다 먼저 확인할 것이 꽤 많다는 점입니다.
축제에서 맛본 약초차, 매일 마셔도 같을까요?
산청군이 소개하는 산청한방약초축제는 동의보감촌 일원에서 열리며, 약초 전시와 체험, 먹거리와 판매 장터를 함께 운영합니다. 둘러보는 즐거움이 큰 행사입니다. 다만 현장에서 마신 약초차 한 잔으로 내 몸에 맞는지까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재료의 양, 우린 시간, 함께 넣은 약초가 달라지면 한 잔에 들어 있는 성분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생강차를 한 번 맛본 것과 생강 농축액을 매일 여러 번 먹는 것은 섭취량이 다릅니다. 약초가 들어간 음식도 마찬가지예요. 음식으로 소량 먹을 때와 추출물·환·농축액으로 반복 섭취할 때를 같은 기준으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특히 포장에 원재료나 섭취 방법이 분명하지 않은 제품이라면, ‘천연 재료니까 괜찮겠지’ 하고 복용량을 늘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약을 드신다면 어떤 조합을 먼저 확인해야 할까요?
제가 약국에서 가장 먼저 묻는 것은 복용 중인 약입니다.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 혈소판 작용을 억제하는 약, 당뇨약을 드신다면 홍삼이나 은행잎 성분이 든 제품을 추가하기 전에 상담이 필요합니다. 식품안전나라는 홍삼을 당뇨 치료제·항응고제와 함께 섭취할 때 주의하도록 안내합니다.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도 은행잎 추출물이 와파린 복용자의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이 성분을 먹으면 누구에게나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복용 약과 제품의 성분, 섭취량을 함께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감초가 들어간 차나 달임액도 확인해 주세요. 감초의 글리시리진 성분은 많이 또는 오래 섭취할 때 혈압 상승, 칼륨 감소 같은 문제와 관련될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는 고혈압이나 심장·신장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주의를 권합니다. 여러 약초가 섞인 제품은 감초가 들어 있는지 겉면의 큰 글씨만 보고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수술을 앞두었거나 임신·수유 중이라면 기준은 더 신중해야 합니다. 약초의 안전성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복용 약에 따라 고려할 점이 달라집니다. 이때는 행사장에서 들은 설명만으로 새 제품을 시작하지 말고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성분표를 보여주는 편이 안전합니다. 처방약은 스스로 끊거나 양을 바꾸지 마세요.
‘하루 한 포’보다 성분이 겹치는지 보세요
축제에서 제품을 살 때는 포장 앞면의 효능 문구보다 뒷면을 먼저 봅니다. 건강기능식품 표시가 있는지, 원재료명은 무엇인지, 1일 섭취량과 섭취 시 주의사항이 적혀 있는지 확인합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건강기능식품과 일반 건강식품의 표시와 관리 기준이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약초차나 농산물이라고 해서 건강기능식품에 정해진 기능성과 1일 섭취량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집에 이미 먹는 제품이 있다면 겹치는 성분을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홍삼액 한 포에 더해 홍삼 성분이 든 복합 건강기능식품도 먹는다면, 각각 ‘하루 한 포’ 또는 ‘하루 한 알’을 지켰더라도 홍삼 성분은 두 제품에서 들어옵니다. 제품마다 추출 방식과 함량이 달라 포 수만 더해서 안전성을 판단할 수도 없고요. 제품 두 개의 원재료명과 기능성분 함량을 나란히 놓고 보는 이유입니다.
- 복용 중인 약과 평소 먹는 건강기능식품의 이름을 확인합니다.
- 새로 산 제품의 원재료명, 1일 섭취량, 주의사항을 읽습니다.
- 같은 성분이 겹치거나 표시가 불분명하면 섭취 전에 약사에게 제품 사진을 보여줍니다.
좋다는 이야기와 확인된 근거는 다릅니다
축제에서는 약초의 전통적인 쓰임을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오래 사용해 왔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질병을 치료한다거나, 누구에게나 같은 효과가 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도 표시된 범위에서 읽어야 합니다. 체험장에서 들은 인상적인 설명이 제품의 실제 성분표보다 앞서면 판단이 흐려지기 쉽습니다.
저라면 산청 약초축제에서는 약초의 향과 음식, 지역 이야기를 충분히 즐기겠습니다. 집으로 가져와 매일 먹을 제품은 잠깐 멈춰 성분표부터 읽겠어요. 약을 드시는 분이라면 그 잠깐의 확인이 특히 중요합니다. 몸에 좋은 것을 더하는 일도, 지금 먹는 약과 내 몸 상태를 아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