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배달 마라탕을 먹고 남은 얼얼한 맛이 자꾸 생각났다. 냉장고에는 배추 조금, 두부 반 모, 냉동 우동 한 봉지가 있었다. 이 정도면 집에서도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마라소스를 샀다. 막상 병을 열고 나니 첫 고민은 다른 데 있었다. 한 번에 얼마나 넣어야 하지?
처음에는 소스만 넉넉히 넣으면 배달 음식 같은 맛이 날 줄 알았다. 그런데 볶음에 한 큰술을 바로 넣었더니 짠맛과 기름 향이 먼저 올라왔다. 같은 양으로 국물을 만들었을 때는 훨씬 순했다. 마라소스는 양만큼이나 물기와 재료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중요했다.
마라소스 한 큰술도 제품마다 맛이 달랐다
제가 산 건 기름과 향신료가 함께 든 병 소스였다. 뜨거운 냄비에 넣자 붉은 기름이 먼저 퍼지고, 바닥의 향신료 알갱이는 뒤늦게 따라 나왔다. 그래서 쓰기 전에 병 바닥까지 잘 저어 한 숟갈을 떴다. 윗부분의 기름만 뜨면 같은 한 큰술이어도 맛이 다르게 느껴졌다.
마라소스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제품도 형태가 꽤 다르다. 국물용으로 녹여 쓰는 덩어리 형태가 있고, 볶음에 바로 넣기 쉬운 병 소스도 있다. 염도와 매운맛도 제각각이라 제가 쓴 양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포장에 적힌 기준량을 먼저 보는 편이 안전하다. 처음 쓰는 제품이라면 예상량의 절반부터 넣고 맛을 보는 게 덜 난감했다. 한번 짜진 음식은 물을 더해도 재료와 국물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볶음은 물 두 숟갈이 의외로 큰 차이를 냈다
첫 실험은 집에 있던 배추 한 줌, 양파 반 개, 두부 반 모로 했다. 팬에 양파와 배추를 먼저 익히고 두부를 넣은 뒤, 마라소스 한 큰술을 섞었다. 그때는 소스가 팬 한쪽에 뭉쳐 재료마다 맛 차이가 컸다. 어떤 두부는 싱겁고, 배추 끝부분은 짰다.
두 번째에는 같은 순서로 볶다가 소스 한 큰술에 물 두 큰술을 섞어 넣었다. 소스가 얇게 퍼지면서 두부 표면에도 고르게 묻었다. 배추에서 물이 많이 나온다면 추가하는 물은 한 큰술 정도로 줄여도 됐다. 반대로 버섯이나 냉동 재료를 많이 넣으면 팬에 물이 고이기 쉬우니, 먼저 센 불에서 수분을 날린 다음 소스를 넣는 편이 나았다.
여기서 깨달은 건 소스를 오래 볶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재료를 거의 익힌 뒤 넣고 1~2분만 섞어도 향이 충분히 났다. 처음부터 소스를 넣어 볶았을 때는 팬 바닥의 향신료 조각이 금방 진해지고 쓴맛이 살짝 올라왔다. 특히 팬이 바짝 마른 상태라면 더 그랬다. 저는 볶음 한 접시를 만들 때 소스를 마지막 양념처럼 쓰는 방식이 편했다.
국물은 소스보다 재료의 간을 먼저 봐야 했다
다음에는 냉동 우동 한 봉지와 두부, 배추를 넣고 간단한 국물을 만들었다. 물 400밀리리터에 마라소스 한 큰술을 풀어 끓였더니 향은 나는데 맛은 조금 밋밋했다. 소스를 반 큰술 더 넣으니 얼얼함은 강해졌지만 짠맛도 함께 올라왔다. 그제야 국물 맛이 약하다고 무조건 소스만 늘릴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국물에서는 물을 300밀리리터 정도로 줄이고, 배추와 두부를 먼저 익힌 뒤 우동을 넣었다. 다 끓었을 때 소스를 한 큰술 넣고 맛을 보니 제 입에는 이쪽이 더 균형이 좋았다. 면이 국물을 머금고 배추에서 단맛이 나와서다. 다만 우동의 양이나 두부의 수분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 물은 한꺼번에 많이 붓지 않는 편이 조절하기 쉬웠다.
햄, 어묵, 가공 완자처럼 이미 간이 된 재료를 넣을 때는 더 조심스럽다. 소스도 짠데 재료에서 간이 빠져나오면 마지막 몇 분 사이 국물이 꽤 진해진다. 이런 날에는 소스를 절반만 먼저 풀고, 재료가 익은 뒤 남은 양을 더했다. 반면 청경채나 숙주처럼 채소를 넉넉히 넣으면 처음에는 진해 보여도 먹을 때 맛이 한결 부드러웠다.
남은 소스를 쓸 때는 이 순서가 편했다
마라소스 한 병을 샀다고 매번 마라탕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밥 한 공기에 볶은 달걀과 채소를 곁들이고 소스를 조금 섞어도 한 끼가 됐다. 다만 밥에는 국물처럼 희석할 물이 없어서, 한 공기 기준 작은 술 하나부터 넣어야 맛을 잡기 쉬웠다. 마요네즈나 땅콩버터를 섞는 방법도 보이지만, 저는 먼저 소스 자체의 맛을 익힌 다음 다른 재료를 더하는 쪽이 덜 헷갈렸다.
- 병 소스라면 사용 전에 바닥의 향신료까지 고루 저어 둔다.
- 볶음은 재료를 먼저 익히고, 소스를 물 한두 큰술에 풀어 마지막에 넣는다.
- 국물은 물을 적게 시작해 완성 직전에 맛을 보고 농도를 맞춘다.
- 햄이나 어묵을 넣는 날에는 소스를 평소보다 적게 시작한다.
개봉한 소스는 포장에 적힌 보관 방법을 따르고, 덜어 쓸 때는 마른 숟가락을 쓰고 있다. 작은 습관이지만 병 안에 물기가 들어가지 않아 다음에 꺼내 쓰기도 편하다.
집에서 만든 마라 요리는 배달 음식과 똑같지는 않았다. 대신 냉장고에 남은 두부와 채소를 쓸 수 있고, 제가 먹기 좋은 얼얼함에서 멈출 수 있었다. 한 숟갈을 넣고 맛을 본 뒤 조금씩 더하는 방식이 결국 가장 손에 익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