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시선이 빚은 단원미술제

1회
여덟 시선이 빚은 단원미술제

서로 다른 재료와 표현 방식을 지닌 현대미술 작품들이 안산 김홍도미술관에 모였다. 제27회 단원미술제 선정작가전은 선정작가 8명의 작품 세계를 회화와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형식으로 보여주는 전시다.

전시는 김홍도미술관 1관에서 2026년 11월 29일 일요일까지 이어지며 관람료는 무료다. 전시장에서는 작품마다 달라지는 색채와 표면, 공간 구성을 차례로 비교해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일정한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평면 작업에서 입체 조각과 미디어아트에 이르는 현대미술의 여러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재료가 만든 풍경과 표면

전시 초반에는 재료 자체의 성질과 질감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 배치됐다. 우징 작가의 작품은 철가루와 녹을 활용해 넓게 펼쳐진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갈색과 푸른색이 한 화면에서 어우러지며 거칠고 깊이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하나의 이어진 풍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여러 색과 질감이 겹쳐진 표면이 드러난다. 관람 거리에 따라 전체적인 장면과 세부적인 흔적이 다르게 보이는 작품이다.

조현수 작가는 동박과 닥종이를 사용했다. 황토색과 금빛을 연상시키는 색감, 거칠게 살아 있는 표면이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표면에 자리한 여러 색과 무늬가 또렷해지고, 멀리서는 재료가 만든 전체적인 덩어리와 구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종이를 구겨 놓은 듯한 설치 작품도 함께 제시됐다. 작품은 보는 위치와 거리에 따라 무게감과 질감이 달라 보인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차분하고 묵직한 인상을 남기며, 재료와 형태가 공간 안에서 어떤 존재감을 만드는지 보여준다.

흑백의 대비와 반복되는 형태

이영호 작가의 작품에서는 흑백의 강한 대비가 두드러진다. 화면 전체를 채운 무늬와 반복되는 형태가 서로 맞물리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처음 마주했을 때는 하나의 큰 패턴처럼 보이지만, 시선을 오래 두면 다양한 형태가 모여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색채 사용을 최소화한 대신 반복과 대비가 화면의 밀도를 높인다. 다른 재료와 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주변 작품들과 구별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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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으로 포착한 움직임

강성훈 작가의 조각은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가느다란 선들이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며 하나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작품 자체는 정지해 있지만, 움직임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특정 순간을 붙잡은 듯한 모습이 나타난다.

같은 작품은 김홍도미술관 1관 앞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내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외부에 놓인 작품을 먼저 살펴보면, 공간에 따라 조각의 형태와 선이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비교할 수 있다.

신화와 개인의 서사가 만난 화면

한소희 작가는 영웅신화와 개인의 서사를 바탕으로 신화적 세계를 구축한 작품을 선보인다. 화면 안에는 여러 형상이 함께 배치돼 단일한 장면으로 한정되지 않는 구성을 이룬다.

각 형상의 관계와 화면의 흐름을 따라가면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장면과 감정을 떠올릴 수 있다. 신화라는 큰 틀과 개인의 이야기가 한 화면에서 겹치며 작품의 서사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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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미디어아트로 그린 자연

대상을 받은 박상화 작가의 작품은 인간이 없는 세상에서 자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AI 미디어아트 영상으로 보여준다. 영상관 내부의 화면뿐 아니라 외부 공간에서도 건물과 자연을 형상화한 모형에 영상이 더해진 구성을 볼 수 있다.

입체 모형과 움직이는 영상이 결합되면서 실제 공간과 영상 속 장면의 경계가 겹쳐진다. 고정된 형태 위로 빛과 이미지가 이어지며 전시장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작품 ‘소요풍정’은 관객 참여형으로 구성됐다. 관객이 작품 속 공간을 직접 거닐며 사계절의 변화를 체험하는 방식이다. 화면을 한 자리에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 안을 이동하게 함으로써, 계절의 변화와 작품의 흐름을 몸의 움직임과 함께 접하게 한다.

작은 이미지가 이룬 큰 구성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작은 이미지들이 일정한 형태로 배열돼 하나의 큰 구성을 만든다. 가까이에서는 개별 이미지의 내용과 차이를 살펴볼 수 있고, 거리를 두면 이미지들이 모여 이룬 전체 배열이 먼저 드러난다.

부분과 전체를 번갈아 바라보는 과정 자체가 감상의 중요한 요소다. 각각의 이미지는 독립된 단위로 존재하면서도 일정한 배열 안에서 더 큰 화면을 완성한다.

한 공간에서 만나는 현대미술의 폭

제27회 단원미술제 선정작가전은 선정작가 8명의 개성을 한 공간에서 조명한다. 원문에서 구체적으로 소개된 우징, 조현수, 이영호, 강성훈, 한소희, 박상화,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재료와 제작 방식, 화면과 공간을 다루는 방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철가루와 녹이 만든 풍경, 동박과 닥종이의 거친 표면, 흑백의 반복 무늬, 선이 뻗어나가는 조각, 신화적 서사, AI 영상과 입체 모형, 작은 이미지의 규칙적인 배열이 차례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무료로 운영되는 이번 전시는 시민들이 여러 형식의 현대미술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장 안에서는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서 거리를 달리하거나 동선을 옮기며 표면과 형태, 빛과 영상의 변화를 차분히 살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덟 시선이 빚은 단원미술제
여덟 시선이 빚은 단원미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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