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와 실, 불과 디지털 기술, 작은 공간이 저마다 다른 예술의 언어로 오산시립미술관을 채웠다. 오산문화재단이 지역 예술인의 한 해 창작 성과를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2026 오산창작예술촌 입주작가 전시회’가 2026년 10월 27일부터 11월 8일까지 열린다.
전시 장소는 오산시립미술관 2층 제1전시실이다. 오산창작예술촌에서 활동하는 입주작가 5명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목공예와 우드버닝, 손뜨개, 3D프린팅, 미니어처처럼 재료도 제작 방식도 서로 다른 작품들이 전시실 안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펼친다.
다섯 작가가 펼친 창작 세계
이번 전시에는 김주원 오산창작예술촌장을 비롯해 이승희, 이승혜, 전병규, 정금숙 작가가 참여했다. 다섯 작가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과 지나간 기억,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품에 담았다.
같은 공간에 놓인 작품들은 재료와 표현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나무 본연의 질감을 살린 목공예 옆에서는 불로 새긴 그림이 눈길을 끌고, 실을 한 올씩 엮은 손뜨개와 디지털 데이터를 현실의 형태로 만든 3D프린팅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오래된 골목과 가게를 축소해 담은 미니어처는 익숙한 일상의 기억을 작은 공간 안으로 불러들인다.
서로 다른 다섯 갈래의 창작 방식은 예술이 거창하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사물과 경험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버려진 나무에 더한 새 가치
김주원 작가는 쓰임을 다해 버려진 목재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더한 목공예 작품을 선보였다. 오래 사용된 나무가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로운 작품으로 바뀌는 과정에는 재료가 간직한 고유한 질감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살아 있다.
작가는 나무를 새기는 작업을 이어가며 자신도 함께 새겨지고, 나무의 품속에 자신의 마음이 깃드는 경험을 작품에 담아왔다. 미혹을 돌이켜 깨달음에 이르는 심정으로 이어온 작업은 나무를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마음을 담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한다.
전시된 목공예 작품에서는 나무가 지닌 흔적과 결이 감춰지지 않는다. 쓰임을 마친 목재가 창작을 통해 다시 존재 가치를 얻는 모습은 재료를 대하는 작가의 시선과 손길을 차분하게 드러낸다.
불로 새긴 평범한 풍경의 기억
이승희 작가는 불을 이용해 나무 표면에 그림과 무늬를 새기는 우드버닝 작품을 내놓았다. 나무 위에 남겨진 흔적은 시간의 흐름과 추억의 의미를 되짚게 하며, 기억 속 순간에 깃든 온기를 전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이어 그 순간에 느낀 빛과 색, 형태의 인상을 버닝과 색채로 표현한다. 빠르게 지나가 버린 장면이 기록되고, 다시 나무 위의 작품으로 남는 흐름을 통해 평범한 풍경이 마음속 기억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장면도 어느 순간 한 사람의 마음에 남아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작품 속에 담겼다. 불로 새겨진 선과 색채가 어우러진 화면에서는 일상의 한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실로 풀어낸 절제와 고요
이승혜 작가는 실의 질감과 색감, 배색의 조화를 살린 손뜨개 작품을 전시했다. 한 올 한 올 손으로 엮어 완성한 작품은 손작업 특유의 섬세함과 따뜻한 정서를 보여준다.
특히 작가는 오래전부터 마음에 머물러 있던 갓의 형태를 손뜨개로 풀어냈다. 갓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정하며,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선비의 모습처럼 절제된 멋과 고요한 기품을 지닌 대상으로 제시된다.
작가는 이러한 분위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손뜨개 안에 담았다. 부드러운 실과 정돈된 형태가 만나면서 전통적인 갓의 인상은 새로운 재료와 표현으로 이어진다. 촘촘히 반복되는 손의 움직임과 색의 조화는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쌓인 시간도 함께 보여준다.
3D프린팅으로 바라본 연결
전병규 작가는 디지털 데이터를 실제 출력물로 구현하는 3D프린팅 기법을 활용했다. 작품의 중심 주제는 사람 사이의 존재와 연결이다. 디지털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에서 현대사회 속 관계가 지닌 의미를 다시 살펴보게 한다.
작가는 서로 다른 크기의 달항아리들이 함께 놓여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모습을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연결했다. 크기와 자리가 다른 항아리들은 각자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같은 장면 안에서 서로의 존재를 드러낸다.
항아리 사이의 거리와 어우러짐은 각자가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이어지는 관계를 표현한다. 개별적인 형태가 한데 모여 하나의 풍경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작품의 주제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작은 공간에 담긴 오래된 골목
정금숙 작가는 일상에서 간직해 온 소중한 기억을 미니어처 공간으로 표현했다. 어린 시절 기억에 남은 골목과 오래된 가게, 점차 잊히는 일상의 풍경이 작은 공간 안에 담겼다.
작가는 차가운 재료인 시멘트에 온기를 불어넣어 오래된 기억을 형상화했다. 재료가 주는 단단하고 차가운 인상과 작품이 품은 따뜻한 추억이 대비되면서, 평범했던 과거의 한 장면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작품에 재현된 골목과 가게는 누군가에게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잠시 쉬어가며 마음을 따뜻하게 채우는 작은 공간으로 다가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고 있다. 세밀하게 구성된 미니어처를 따라가다 보면 평범한 일상의 순간도 오래 간직할 만한 기억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한 전시장에서 만나는 재료와 관계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창작 세계를 한 자리에서 비교해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나무를 깎고 새기는 작업, 불로 흔적을 남기는 방식, 실을 엮는 손작업, 데이터를 출력하는 디지털 제작, 기억의 공간을 축소해 재현하는 작업이 한 전시실에서 이어진다.
작품을 관통하는 소재는 일상과 기억, 존재와 관계다. 김주원 작가는 버려진 나무를 새로운 작품으로 되살리고, 이승희 작가는 스쳐 지나간 풍경을 나무 위에 붙잡아 둔다. 이승혜 작가는 갓에 담긴 절제된 기품을 실로 풀어내며, 전병규 작가는 달항아리들의 배치로 서로 연결된 사람의 모습을 나타낸다. 정금숙 작가는 잊혀 가는 골목과 가게를 작은 공간으로 되살린다.
표현 재료는 다르지만 다섯 작가의 작품은 주변의 사물과 경험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버려진 목재와 차창 밖 풍경, 손에 익은 실, 디지털 데이터, 어린 시절의 골목이 창작의 출발점이 되면서 일상과 예술의 거리를 좁힌다.
지역 예술과 시민의 접점 확대
오산문화재단은 오산창작예술촌 입주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이 다양한 예술 작품과 체험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전시도 지역 작가의 활동을 알리고 시민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을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한 해 동안 이어진 입주작가들의 작업이 미술관 전시로 연결되면서 창작 성과를 시민과 공유하는 자리가 형성됐다. 관람객은 서로 다른 재료가 작품으로 변화한 결과를 살펴보고, 같은 일상도 작가의 시선과 표현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예술로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 예술인의 지속적인 창작을 지원하고 그 결실을 시민에게 공개하는 이번 전시는 오산의 문화예술 기반과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함께 넓히는 자리다.
전시 일정과 장소
| 전시명 | 2026 오산창작예술촌 입주작가 전시회 |
|---|---|
| 기간 | 2026년 10월 27일부터 11월 8일까지 |
| 장소 | 오산시립미술관 2층 제1전시실 |
| 참여 작가 | 김주원, 이승희, 이승혜, 전병규, 정금숙 |
| 주요 분야 | 목공예, 우드버닝, 손뜨개, 3D프린팅, 미니어처 |
| 주최 취지 | 오산창작예술촌 입주작가의 창작 성과를 시민과 공유하고 지역 작가와 시민의 문화예술 접점을 확대 |
전시는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 오산시립미술관 제1전시실에서는 다섯 작가가 각자의 재료와 시선으로 완성한 작품을 통해 지역 예술의 다채로운 면모와 한 해 창작의 결실을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