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에서 기업과 행정, 공공기관이 힘을 모아 장애인의 안정적인 고용 기반을 마련한 첫 결실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농업회사법인 태장㈜은 경남형 장애인 동행 일자리 1호점이자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장애인을 배려와 지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각자의 능력에 맞는 직무를 맡아 일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하는 공간이다.
네 기업이 함께 세운 일터
태장㈜은 범한메카텍, 삼현, 청우비제이, 현대비앤지스틸 등 경남지역 기업 4개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여러 기업이 함께 회사를 세우고, 이 회사가 고용한 장애인 근로자를 각 참여 기업의 고용으로 인정받는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구조다.
2026년 8월 창원시 의창구 신화 더 플렉스시티에서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기업의 참여와 행정·공공기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새로운 직무 개발을 함께 추진하는 경남형 일자리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갈하게 정돈된 작업대에서는 직원들이 붓을 들고 도안의 선을 따라 천천히 색을 입힌다. 작업의 기준은 획일적인 속도가 아니다. 각자가 맡은 공정을 끝까지 책임지고 완성하는 정성과 집중력이 우선된다. 직원들은 서로 다른 작업 속도와 강점을 존중하며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강점에 맞춰 나눈 작업 공정
태장㈜은 사람을 정해진 일에 억지로 맞추기보다, 직원마다 지닌 능력과 강점에 적합한 일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한 첫 직무로 선택한 분야가 민화 굿즈 제작과 테라리움 키트 개발이다.
민화와 테라리움 관련 상품은 제작 과정을 여러 단계로 세분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작업은 재료 준비부터 도안 전사, 채색, 조립, 마감, 검수와 포장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나뉜다. 정교한 붓질에 강한 직원은 채색을 맡고, 꼼꼼하게 물품을 살피는 직원은 검수나 포장 과정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모든 직원에게 같은 속도와 방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능력을 공정별로 연결해 하나의 문화상품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일을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직무로 구체화한 것이 태장㈜ 작업장의 핵심이다.
반복 교육으로 키운 자신감
현장에는 직원의 직무 수행을 돕는 강사와 코치도 함께한다. 이들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작업 동선을 다듬고, 각 공정을 익힐 수 있게 세심한 지도를 이어가고 있다.
직원들은 반복 교육을 거치며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차츰 적응했다. 작업에 익숙해질수록 표정에는 활기와 자신감이 더해졌다. 작업장에서는 잉어 도안의 세부를 정성스럽게 채색하거나 완성된 상품의 포장에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맡은 공정을 마친 직원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도 번진다.
출근해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시간 역시 일터의 중요한 부분이다. 직원들에게 태장㈜은 제품을 생산하는 작업장인 동시에 동료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며 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이어가는 생활 공간이 되고 있다.
24명에서 40명으로 고용 확대
현재 태장㈜에서는 장애인 근로자 24명이 일하고 있다. 회사는 2027년까지 채용 규모를 4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의 민화 굿즈와 테라리움 키트 제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스마트팜 재배와 기업 ESG 협력 프로그램 등으로 직무 영역도 지속해서 넓힐 예정이다.
이영희 태장㈜ 대표는 장애인 일자리가 복지나 동정의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직접 해낼 수 있는 분명한 ‘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이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의심하기보다, 회사 안에서 어떤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열린 시각으로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행 일자리의 첫걸음
태장㈜은 지역 기업 네 곳의 공동 출자와 행정·공공기관의 협력으로 출발한 경남형 장애인 동행 일자리 1호점이다. 장애인 근로자의 특성과 작업 속도를 인정하면서도 실제 생산 공정과 고용 체계 안에서 역할을 마련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강점을 하나의 일로 연결하는 태장㈜의 운영은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일할 기회를 넓히는 첫걸음이다. 민화 채색과 조립, 검수와 포장 등 세분화된 공정에서 직원들은 저마다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경남은 이 같은 민·관 협력을 토대로 장애인 고용과 직무 개발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