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작은 온라인 가게를 운영하는 지인과 매출 내역을 맞춰봤다. 주문 화면에는 300만 원이 찍혀 있는데 통장에 들어온 돈은 그보다 적었다. 수수료와 환불을 따로 적지 않은 탓이었다. 지인이 회계법인을 찾아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나도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상담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지 하나씩 적어봤다.
회계법인은 어떤 일을 맡을까
회계법인이라고 하면 큰 회사의 회계감사부터 떠오른다. 실제로 회계감사는 중요한 업무다. 하지만 회계 처리나 세금 관련 자문처럼 사업자가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도 다룬다. 공인회계사법에 규정된 공인회계사의 직무를 보면 감사와 증명, 회계 관련 업무, 세무대리 등이 포함된다. 다만 어느 법인이 어떤 상담을 맡는지는 인력과 전문 분야에 따라 다르니, 연락할 때 필요한 업무를 먼저 말하는 편이 빠르다.
지인의 고민은 감사가 필요한지보다 ‘주문 금액과 실제 입금액을 장부에 어떻게 남길까’에 가까웠다. 이럴 때는 막연히 “장부를 봐주세요”라고 하기보다 판매액, 플랫폼 수수료, 환불액을 구분해 회계 처리 방식을 묻는 게 구체적이다. 반대로 세금 신고만 맡기려는 상황이라면 세무 업무의 범위와 비용을 중심으로 물으면 된다. 같은 회계법인 상담이어도 질문이 달라진다.
상담 전에 종이 한 장에 적어본 것
우선 한 달치 숫자만 펼쳤다. 주문 내역의 판매 금액, 취소·환불 금액, 플랫폼이 떼어 간 수수료, 통장 입금액을 각각 적었다. 날짜가 다른 입금 건도 표시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돈이 사라진 것 같다’던 불안이 훨씬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뀌었다. 장부가 완벽해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숫자가 맞지 않는지는 보여줄 수 있었다.
내가 적어둔 질문은 네 가지였다.
- 현재 장부에서 먼저 고쳐야 할 항목은 무엇인지
- 과거 거래까지 확인해야 하는지, 앞으로의 기록 방식만 잡으면 되는지
- 상담·기장·세금 신고 중 견적에 포함되는 업무는 무엇인지
- 자료는 누가 언제까지 전달하고, 담당자는 어떤 방식으로 답하는지
특히 두 번째 질문이 중요했다. 지난 거래 전체를 다시 맞추는 일과 앞으로 쓸 기록 방식을 알려주는 일은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 자료를 건네기 전에는 주민등록번호나 계좌 비밀번호처럼 상담에 불필요한 정보가 섞였는지도 확인했다. 처음 문의할 때는 문제의 윤곽을 설명하고,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안내받은 뒤 전달해도 된다.
견적은 금액보다 범위를 먼저 봤다
견적을 비교할 때 월 비용 숫자만 보면 헷갈린다. 같은 ‘기장’이라고 적혀 있어도 세금 신고, 급여 자료 처리, 연말 결산, 과거 장부 검토가 어디까지 포함되는지에 따라 맡기는 일이 달라진다. 상담을 한 번 받고 끝낼지, 매달 자료를 주고받을지도 비용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총액과 부가가치세 포함 여부를 확인하고, 추가 비용이 생기는 경우를 문장으로 받아두는 게 좋겠다고 느꼈다.
담당자가 설명하는 방식도 봐야 한다. 예를 들어 “환불 건은 이렇게 구분해 보내주세요”처럼 내가 다음 달에도 따라 할 수 있게 말해주는지, 숫자가 맞지 않을 때 무엇부터 대조할지 알려주는지가 실용적이다. 회계법인의 규모나 이름만으로 내 가게에 맞는 담당자를 고르기는 어렵다. 비슷한 업종의 거래를 다뤄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는 편이 낫다.
작은 가게라면 바로 계약할 필요는 없었다
지인의 장부를 들여다보며 깨달은 건, 먼저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좁혀야 한다는 점이다. 한두 건의 처리 방법이 궁금한지, 신고를 맡길 사람이 필요한지, 장부 전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지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진다. 국세청은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영세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나눔세무사·회계사의 세무 상담도 안내한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본인이 대상인지 확인한 뒤 질문을 다듬어볼 수 있다.
우리는 우선 수수료와 환불을 따로 표시한 한 달치 표를 만들었다. 그것만으로 모든 회계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그래도 회계법인에 연락한다면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물을지 분명해졌다. 작은 사업의 숫자는 거창한 보고서보다 통장 입금액 한 줄에서 막힐 때가 많다. 그 한 줄이 왜 다른지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