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담을 기다리던 분이 “허리가 뻐근해서 필라테스를 등록했는데, 오히려 아프면 어떡하죠?”라고 물으셨습니다. 운동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과 통증이 걱정되는 마음이 함께 드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필라테스는 몸의 움직임을 천천히 조절하고 근육을 쓰는 운동이지만, 허리가 아픈 모든 사람에게 같은 동작이 맞는 것은 아닙니다.
필라테스가 허리에 좋다는 말, 어디까지 맞을까요?
필라테스에서는 숨을 쉬며 배와 등, 골반 주변 근육을 함께 쓰고 몸의 위치를 느끼는 연습을 합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필라테스가 일부 허리 통증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안내합니다. 다만 통증의 원인을 치료하는 운동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허리 통증은 근육이 예민해져 생기기도 하고,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 증상과 함께 나타나기도 하니까요.
또 필라테스가 다른 운동보다 허리 통증을 더 잘 줄인다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걷기나 수영처럼 자신에게 맞고 꾸준히 할 수 있는 활동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허리에 좋다’는 말을 듣고 어려운 동작을 참아 가며 따라 하기보다, 움직인 뒤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처음 시작한다면 강도보다 움직임을 보세요
매트 필라테스는 바닥에서 자기 몸의 무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기구 필라테스는 스프링과 받침대의 도움이나 저항을 활용합니다. 어느 쪽이 무조건 쉽거나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동작도 다리를 얼마나 뻗는지, 몸통을 얼마나 드는지에 따라 부담이 달라집니다. 초보자라면 수업 이름보다 현재 통증을 말했을 때 동작을 바꿔 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첫 수업부터 남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누워서 무릎을 세우고 숨을 내쉬며 한쪽 발을 조금 미끄러뜨리는 동작도 몸통이 흔들리는지 느끼는 연습이 됩니다. 숨을 멈추거나 배에 힘을 과하게 주어 얼굴까지 굳는다면 범위를 줄여도 괜찮습니다. 동작 사이에 쉬는 시간도 운동의 일부입니다.
- 통증이 없는 범위에서 시작하고, 횟수보다 움직임의 편안함을 먼저 살핍니다.
- 허리나 무릎이 불편한 자세는 바로 강사에게 말하고 다른 동작을 요청합니다.
- 운동 중 찌릿한 통증, 다리로 퍼지는 통증, 어지러움이 생기면 그 동작을 멈춥니다.
처음에는 짧고 가벼운 수업으로 몸의 반응을 보는 편이 낫습니다. 다음 날 평소와 다른 통증이 뚜렷하게 심해졌다면 강도를 낮추거나 쉬고, 통증이 계속되면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육이 조금 뻐근한 느낌과 반복할수록 심해지는 통증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필라테스만 하면 운동은 충분할까요?
필라테스에서 근육을 쓰더라도 수업 한두 번만으로 일주일의 모든 활동을 채우기는 어렵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중간 강도의 유산소 활동 150~300분과 주 2회 이상의 근력 활동을 권합니다. 중간 강도는 빠르게 걸을 때처럼 숨은 조금 차지만 대화는 가능한 정도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수업이 없는 날 걷거나 계단을 이용하는 시간도 활동량에 보탬이 됩니다.
그렇다고 첫 주부터 이 시간을 모두 채워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평소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면 짧게 시작해 몸이 적응하는 속도에 맞춰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필라테스를 주 1~2회 하고, 다른 날에는 가볍게 걷는 식으로 일상에 자리를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운동의 효과는 한 번에 얼마나 힘들었는지보다 오래 이어 갈 수 있는지와 더 관련이 있습니다.
허리가 아플 때는 언제 진료가 먼저일까요?
허리 통증이 이미 있거나 다친 뒤 회복 중이라면 수업을 등록하기 전에 의료진과 운동 가능 범위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최근 수술을 받았거나 임신·출산 전후인 경우에도 현재 상태에 맞는 동작이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운동할수록 통증이 커지거나, 몇 주가 지나도 나아지지 않거나,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갑자기 시작된 심한 허리 통증이 빠르게 악화되거나 열과 함께 나타날 때도 서둘러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양쪽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사타구니 주변 감각이 없어지거나, 소변·대변을 조절하기 어려워졌다면 운동을 중단하고 즉시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런 증상은 자세를 고쳐 해결할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필라테스가 마음에 든다면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동작부터 이어 가면 됩니다. 허리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걷기 같은 일상 활동도 함께 챙기는 것, 저는 그 정도의 꾸준함이 오래가는 운동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