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실에서 자녀에게 돈을 보냈다는 상담을 받으면, 저는 금액보다 날짜와 계좌 내역을 먼저 봅니다. 부모가 각각 보냈으니 공제도 각각 된다고 생각하거나, 아이가 성인이 됐으니 한도가 새로 생겼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2026년 증여분에 적용되는 기준으로, 실제 신고에서 확인할 부분을 짚어보겠습니다.
1. 미성년 자녀는 2천만 원, 성년 자녀는 5천만 원
2026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거주자인 자녀가 부모 등 직계존속에게 증여받을 때 적용하는 기본 공제는 10년간 5천만 원입니다. 증여받는 날 현재 미성년자라면 2천만 원입니다. 미성년자는 만 19세 미만을 말합니다. 흔히 ‘증여세 면제한도’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증여재산공제 한도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현금 2천만 원을 처음 증여했고 다른 증여가 없다면, 그 금액은 기본 공제 범위에 들어갑니다. 다만 이 기준은 국내 거주자인 수증자를 전제로 합니다. 자녀가 해외에 살고 있다면 주소와 거주 기간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비거주자에게는 이 공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2. 부모별로 따로 계산하지 않고 10년을 봅니다
가장 잦은 착각은 ‘아빠 5천만 원, 엄마 5천만 원’이라는 계산입니다. 자녀가 직계존속에게 받은 증여에 대한 기본 공제는 자녀를 기준으로 10년간 합쳐서 봅니다.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에게 받은 금액도 공제 사용 내역을 확인해야 합니다.
성년 자녀가 아버지에게 3천만 원을 받고 그다음 해 어머니에게 3천만 원을 받았다면, 기본 공제 5천만 원을 두 번 쓸 수는 없습니다. 단순한 현금 증여이고 다른 사정이 없다면 두 번째 증여 시 남은 공제는 2천만 원입니다. 초과한 1천만 원에 대해서는 세금 계산이 필요합니다. 과세표준 1억 원 이하 구간의 세율은 10%지만, 실제 납부액은 신고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미성년 때 2천만 원을 공제받았다는 이유로 성인이 되는 날 5천만 원이 다시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앞선 증여가 아직 10년 계산 기간에 들어 있다면 그때 사용한 공제를 빼고 남은 금액을 확인해야 합니다. ‘10년마다 얼마’라는 말만 기억하기보다, 자녀별로 증여일·증여자·금액을 한 줄씩 적어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3. 결혼하거나 출산했다면 추가 공제 요건을 확인합니다
성년 자녀의 결혼 자금 상담에서는 기본 공제와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를 구분해야 합니다. 2026년 기준, 거주자가 직계존속에게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에 증여받으면 기본 공제와 별도로 최대 1억 원을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자녀의 출생일 또는 입양일부터 2년 이내에 증여받는 경우에도 같은 추가 공제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날짜는 예식일이 아니라 혼인신고일입니다. 출산 공제도 단순히 출산 예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혼인 공제와 출산 공제를 각각 1억 원씩 받는 방식도 아닙니다. 두 공제를 합친 수증자별 한도가 평생 1억 원입니다.
가령 과거 10년 동안 부모에게 증여받은 적이 없는 성년 자녀가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안에 부모에게 1억 5천만 원을 받는다면, 기본 공제 5천만 원과 혼인 공제 1억 원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실제 신고에서는 혼인관계증명서와 증여일을 맞춰봐야 합니다. 공제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과 신고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4. 생활비와 증여금은 사용처가 다릅니다
부모가 자녀의 통상적인 생활비나 교육비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비과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활비라고 보내 놓고 자녀 명의로 예금하거나 주식을 사는 돈까지 모두 생활비로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국세청도 실제 용도와 다르게 모아 두거나 투자한 금액은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름보다 흐름을 봅니다. 등록금을 학교에 납부한 내역과 자녀 계좌로 보낸 뒤 그대로 남아 있는 돈은 설명할 내용이 다릅니다. 큰돈을 보낼 때는 이체일, 보낸 사람, 받은 사람, 자금의 용도를 함께 남겨두세요. 현금으로 건네거나 여러 가족 계좌를 거치면 나중에 언제 누가 증여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빌려준 돈’이라면 실제로 빌린 돈에 맞는 계약과 상환 내역이 있어야 합니다. 차용증만 작성하고 갚은 기록이 없다면 증여 여부를 다툴 수 있습니다. 자녀가 주택을 살 계획이라면 자금 출처를 설명할 자료까지 함께 챙기는 게 안전합니다.
5. 신고 기한은 돈을 보낸 달의 말일부터 3개월입니다
일반적인 현금 증여의 신고 기한은 증여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입니다. 예를 들어 2026년 3월 10일에 증여했다면 신고 기한은 2026년 6월 30일입니다. 신고는 돈을 받은 자녀가 하는 것이 원칙이며, 미성년 자녀의 신고는 법정대리인이 진행합니다.
신고할 때는 계좌 이체 내역, 가족관계증명서, 과거 증여 내역을 먼저 모읍니다. 혼인·출산 공제를 적용한다면 해당 날짜를 확인할 서류도 필요합니다. 공제 범위 안이라 납부할 세금이 없더라도 증여 시점과 금액을 남겨두면 나중에 자녀의 자금 출처를 설명하기가 수월합니다.
자녀에게 돈을 주는 일 자체보다 어려운 것은 몇 년 뒤 그 돈의 날짜와 성격을 다시 설명하는 일입니다. 저는 송금하기 전에 자녀별 10년 내역을 확인하고, 송금한 날 바로 증빙을 보관하는 순서가 가장 덜 틀리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