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닭볶음탕을 만들면 양념을 더 넣어도 맛이 흐리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대개 양념이 부족한 게 아니라 물이 많거나, 감자와 떡을 한꺼번에 넣어 국물이 묽어진 경우입니다. 엽떡 닭볶음탕처럼 맵고 달큰한 맛을 내려면 양념의 양만큼 넣는 순서와 불 조절이 중요해요. 제가 집에서 만드는 방식은 국물이 자작해서 닭과 떡에 양념이 잘 묻는 쪽입니다.
닭 1kg에 물은 650ml부터 잡아요
3~4인분 기준입니다. 계량은 밥숟가락 대신 계량스푼을 쓰면 맛이 일정해요. 1큰술은 15ml, 1작은술은 5ml입니다. 닭은 뼈 있는 볶음탕용으로 준비하세요. 뼈에서 맛이 우러나 국물이 좀 더 진해집니다.
- 볶음탕용 닭 1kg, 감자 중간 크기 2개 약 350g, 양파 1개 약 200g, 대파 1대
- 떡볶이 떡 150g, 물 650ml, 식용유 1큰술
- 양념: 고추장 3큰술, 고운 고춧가루 3큰술, 진간장 3큰술, 설탕 2큰술, 다진 마늘 2큰술, 올리고당 1큰술, 후춧가루 2꼬집
고운 고춧가루가 없으면 일반 고춧가루를 같은 양으로 넣어도 됩니다. 다만 국물이 조금 거칠고 색이 덜 진할 수 있어요. 올리고당이 없다면 설탕을 ½큰술 더 넣으세요. 떡이 없으면 감자를 1개 더 넣되, 물도 80ml 보태면 감자가 익는 동안 국물이 너무 빨리 줄지 않습니다.
이 양념은 제 입에는 꽤 매운 편입니다. 덜 맵게 먹고 싶다면 고춧가루를 2큰술로 줄이고 고추장은 그대로 두세요. 처음부터 물을 더 붓는 방식은 매운맛뿐 아니라 간과 단맛까지 함께 흐려집니다.
재료를 손질하고 양념을 먼저 섞어요
감자는 3cm 정도로 큼직하게 썰고 양파는 6등분, 대파는 4cm 길이로 썹니다. 감자가 너무 작으면 닭이 익을 때쯤 모서리가 풀어져 국물이 텁텁해져요. 떡이 딱딱하면 찬물에 10분 담갔다가 건집니다. 말랑한 떡은 그대로 써도 괜찮아요.
닭은 포장을 열어 상태를 확인하고 키친타월로 표면의 물기를 닦습니다. 흐르는 물에 씻으면 주변으로 물이 튈 수 있어 씻지 않는 편이 좋아요. 닭을 만진 도마와 칼은 채소용과 구분하고, 손도 바로 씻습니다. 잡내가 걱정된다면 씻는 것보다 뼈 절단면에 붙은 검붉은 덩어리를 키친타월로 떼어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양념 재료는 작은 그릇에서 미리 섞어두세요. 고춧가루가 고추장과 간장에 젖으면 냄비에 넣었을 때 뭉치지 않습니다. 저는 예전에 끓는 국물에 고춧가루를 바로 부었다가 덩어리가 남아 한참 풀었던 적이 있어요.
닭을 먼저 익히고 감자와 떡은 시간차를 둬요
두꺼운 냄비를 중불로 1분 예열한 뒤 식용유 1큰술을 두릅니다. 닭을 넣고 겉면이 하얗게 변할 때까지 4~5분 뒤집어가며 익히세요. 이 단계에서 속까지 익힐 필요는 없습니다. 닭 표면의 물기가 줄면 양념이 국물에만 떠 있지 않고 닭에도 잘 붙어요.
물 650ml와 섞어둔 양념을 넣고 바닥을 긁어가며 풀어줍니다. 센 불에서 끓인 다음 떠오르는 거품을 걷고, 감자를 넣으세요. 뚜껑을 살짝 걸친 채 중불로 18분 끓입니다. 국물이 냄비 전체에서 계속 보글보글 올라오는 정도면 맞아요. 넘칠 만큼 세게 끓이면 물만 빨리 줄고 감자 중심은 단단할 수 있습니다.
18분 뒤 감자에 젓가락이 절반쯤 들어가면 양파를 넣고 7분 더 끓입니다. 닭의 두꺼운 살을 뼈 가까이까지 갈라 분홍빛이 없는지 확인하세요. 온도계가 있다면 가장 두꺼운 살 부분이 74℃ 이상인지 확인하면 더 확실합니다. 닭이 아직 덜 익었다면 떡을 넣지 말고 3~5분 더 끓이세요.
닭과 감자가 익었을 때 떡을 넣고 중강불에서 5~6분 끓입니다. 바닥에 떡이 붙기 쉬우니 1~2번 가볍게 저어주세요. 마지막 1분에 대파를 넣습니다. 떡을 처음부터 넣으면 오래 끓는 동안 퍼지고, 떡에서 나온 전분 때문에 국물이 너무 걸쭉해져 닭이 익었는지 살피기도 어려워요.
국물 농도와 간은 마지막에 맞춰요
완성된 국물은 숟가락으로 떠서 흘렸을 때 얇게 묻어나는 정도가 좋습니다. 국물이 묽으면 뚜껑을 열고 중강불에서 3~5분 더 졸이세요. 반대로 감자가 익기 전에 바닥이 보일 만큼 졸았다면 뜨거운 물을 50ml씩 넣습니다. 찬물을 한꺼번에 많이 부으면 끓는 흐름이 끊기고 간도 갑자기 약해져요.
맛을 보고 싱거우면 진간장을 ½큰술씩 더하고, 맵기만 하고 맛이 뾰족하면 설탕을 ½작은술 넣어 1분 끓입니다. 너무 짜졌다면 물만 붓기보다 양파 ½개와 물 100ml를 함께 넣어 5분 끓이는 편이 맛을 살리기 좋아요. 다만 이미 떡이 충분히 익었다면 떡을 먼저 건져두세요.
불을 끄고 3분만 두면 떡과 닭에 국물이 조금 더 배어요. 저는 이때 넓은 그릇에 담아 국물을 한 숟가락씩 끼얹습니다. 맵고 달큰한 양념도 좋지만, 닭은 촉촉하고 떡은 쫄깃하게 남아 있을 때 가장 맛있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