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한 분이 아기 멸치볶음이 자꾸 딱딱해진다고 하셨어요. 재료를 보니 멸치는 아주 작았는데, 센 불에 오래 볶고 계셨습니다. 잔멸치는 금방 마르기 때문에 어른 반찬 만들 때처럼 바삭하게 볶으면 아기가 먹기에는 질길 수 있어요. 저는 찬물에 잠깐 담갔다가 양파와 물을 넣고 짧게 익힙니다. 간장이나 설탕 없이도 멸치 맛이 남고, 식감은 한결 부드러워져요.
재료는 잔멸치와 양파면 충분해요
아기 멸치볶음 레시피에서 먼저 볼 것은 멸치 크기예요. 볶음용 멸치 중에서도 가늘고 작은 잔멸치를 고르세요. 몸통이 굵거나 머리가 큰 멸치는 같은 시간 익혀도 입안에 남는 느낌이 다릅니다. 포장을 열었을 때 굵은 멸치가 섞여 있다면 골라내면 되고요. 아기가 씹는 정도에 맞춰 완성한 멸치를 잘게 잘라 줄 수도 있습니다.
아래 양은 밥에 조금씩 곁들이는 2~3회분입니다. 마른 잔멸치 12g, 양파 15g, 물 20ml, 식용유 1/2작은술을 준비하세요. 멸치를 담가 둘 찬물은 별도로 넉넉히 필요합니다. 양파 15g은 잘게 다졌을 때 밥숟가락으로 약 1큰술 정도예요. 계량스푼이 없다면 식용유는 밥숟가락 끝에 조금 담기는 양으로 잡되, 처음에는 적게 넣는 편이 다루기 쉽습니다.
양파가 없다면 빼도 됩니다. 그때는 팬에 넣는 물을 20ml에서 25ml로 늘려 멸치가 마르는 것만 막아 주세요. 당근을 쓰고 싶다면 아주 잘게 다져 10g만 넣고 양파보다 1분 먼저 익히세요. 채소를 많이 넣으면 멸치볶음보다 채소볶음에 가까워지고, 팬에 남는 물의 양도 달라집니다. 처음 만들 때는 재료를 단순하게 두는 쪽이 불 조절을 익히기 좋아요.
멸치는 씻은 뒤 물기를 빼세요
잔멸치를 체에 담아 찬물에 3분 정도 담갔다가 건집니다. 물을 한 번 갈아 가볍게 흔들어 헹구고, 체에서 5분 정도 물기를 빼세요. 멸치마다 짠맛이 달라 담그는 시간을 똑같이 맞춰도 맛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렇다고 오래 담가 두면 멸치가 쉽게 부서지고 맛도 흐려져요. 저는 짧게 담근 다음 완성된 반찬을 밥과 함께 맛보며 다음번 양을 조절합니다.
이때 키친타월로 멸치를 세게 누르지는 마세요. 작은 멸치는 부서지기 쉽습니다. 체를 두세 번 가볍게 털어 물방울만 떨어뜨리면 됩니다. 물기가 조금 남아 있는 상태가 이 조리법에는 오히려 좋아요. 센 불에서 수분을 날리는 방식이 아니라 약한 불에서 짧게 익힐 거니까요.
양파는 2~3mm 정도로 잘게 다집니다. 큰 조각은 멸치보다 늦게 익어 아기가 먹을 때 따로 씹히기 쉬워요. 손질을 끝낸 뒤에 팬을 올리세요. 주방에서 서두르다 보면 양파를 써는 사이 팬이 과열되고, 첫 재료를 넣자마자 가장자리가 타는 일이 꽤 많았습니다.
약한 불에서 양파를 먼저 익혀요
작은 팬에 식용유 1/2작은술과 다진 양파를 넣고 약불로 켭니다. 팬이 달아오른 뒤 양파를 넣는 것보다 이렇게 함께 데우면 적은 기름으로도 양파를 고르게 익히기 편해요. 1분 30초에서 2분 정도 저으며 볶아 양파가 투명해지면 멸치를 넣습니다. 갈색이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어요.
물기를 뺀 멸치를 넣고 30초 정도 살살 섞은 뒤 물 20ml를 붓습니다. 물은 밥숟가락으로 약 1큰술과 1작은술을 합친 양이에요. 멸치를 처음부터 오래 볶지 않고 여기서 물을 넣는 이유는 식감을 촉촉하게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물을 붓자마자 팬 바닥에서 잔잔하게 끓는 정도가 적당해요. 거칠게 끓어오르면 불을 더 줄입니다.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1분 익힌 다음 뚜껑을 엽니다. 바닥에 물이 조금 보이면 30초에서 1분만 더 저어 주세요. 완성 시점은 팬에 물이 흥건하지 않으면서 멸치 표면에 윤기가 남아 있을 때예요. 불을 끈 뒤에도 팬의 열로 수분이 더 날아가므로 바싹 마를 때까지 볶지 않습니다. 팬이 크거나 화력이 강하면 적힌 시간보다 빨리 마를 수 있으니, 시계보다 팬 바닥을 먼저 보세요.
딱딱하거나 짜졌을 때는 이렇게 고쳐요
불을 끄기 전에 멸치가 뻣뻣해졌다면 물 1작은술을 넣고 한 번 섞으세요. 뚜껑을 덮어 약불에 20~30초만 두면 조금 부드러워집니다. 이미 갈색으로 타서 쓴맛이 난 멸치는 물을 넣어도 맛이 돌아오지 않아요. 그런 경우에는 탄 부분을 섞어 내기보다 다시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양이 적은 반찬이라 팬을 잠깐 비운 뒤 새로 시작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완성한 멸치가 짜게 느껴지면 볶음 자체에 물을 계속 붓기보다, 아기에게 담을 때 밥이나 간하지 않은 죽에 섞는 양을 줄이세요. 다음번에는 멸치를 12g에서 8~10g으로 줄이고 양파 양은 그대로 두면 됩니다. 물에 담갔다고 짠맛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멸치 제품을 바꿨을 때도 첫 조리는 소량으로 해보는 게 편합니다.
아기에게 줄 때는 한 김 식힌 뒤 멸치 크기와 씹는 상태를 확인하세요. 아직 씹는 연습 중이라면 가위로 더 잘게 자르고 밥이나 죽에 섞어 촉촉하게 줍니다. 생선이나 참깨 같은 재료를 처음 먹이는 시기라면 새 재료를 한꺼번에 더하지 않는 편이 반응을 살피기 쉬워요. 이 조리법에는 깨를 넣지 않아도 맛이 충분합니다.
남은 볶음은 식힌 뒤 깨끗한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고, 가능하면 다음 날까지 먹입니다. 덜어 줄 때마다 깨끗한 숟가락을 쓰고, 먹다 남긴 몫은 다시 용기에 넣지 마세요. 데운 뒤 퍽퍽하면 물을 몇 방울 섞어 촉촉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아기 반찬일수록 한 번에 많이 만들기보다 12g 정도씩 짧게 조리하는 게 맛과 식감을 맞추기 수월하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