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실에서 전기기사 수험생을 오래 보다 보면, 첫 달에 교재를 가장 많이 펼친 사람이 꼭 합격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기출문제를 풀고 틀린 이유를 좁혀 간 사람이 끝까지 점수를 올린다. 전기기사 난이도는 범위가 넓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필기는 다섯 과목에서 과락을 피해야 하고, 실기는 계산 과정까지 직접 써야 한다. 공부할 내용을 더하는 것보다 어디서 점수를 얻고 어디에 시간을 덜 쓸지 먼저 정해야 한다.
합격률만 보면 필기부터 만만하지 않다
큐넷의 종목별 검정현황을 보면 2025년 전기기사 필기는 6만 4080명이 응시해 1만 9149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29.9%다. 실기는 4만 1957명 중 1만 3918명이 합격해 33.2%였다. 2024년에는 필기 26.1%, 실기 37.4%였고, 2023년에는 필기 22.2%, 실기 37.1%였다. 최근 3년 수치만 놓고도 필기는 합격자가 대체로 네 명 중 한 명 안팎이다.
그런데 실기 합격률이 필기보다 높다고 해서 실기가 쉽다는 뜻은 아니다. 두 시험의 응시 집단이 다르고, 실기에는 이미 필기를 통과한 사람이 주로 들어온다. 연도별 합격률을 개인의 합격 확률처럼 계산해서도 안 된다. 이 숫자로 읽어야 할 것은 한 가지다. 필기와 실기 모두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필기는 다섯 과목을 똑같이 공부하지 않는다
필기 과목은 전기자기학, 전력공학, 전기기기, 회로이론 및 제어공학, 전기설비기술기준이다. 과목마다 객관식 20문항이 나오고 시험 시간은 각 30분이다. 합격하려면 과목별 40점 이상에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이 필요하다. 20문항 기준으로 한 과목에서 8문항도 맞히지 못하면, 다른 과목 점수가 높아도 과락이다.
그래서 목표를 과목별 80점으로 잡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다섯 과목에서 40점, 65점, 65점, 65점, 65점을 받으면 평균 60점으로 합격선에 닿는다. 반대로 한 과목이 35점이면 평균이 60점을 넘어도 떨어진다. 먼저 각 과목의 과락 위험을 없애고, 그다음 점수를 올리기 쉬운 과목에서 평균을 확보하는 순서가 맞다. 실전에서는 채점 오차와 낯선 문제를 감안해 40점에 딱 맞춘 계획보다 여유 점수를 두는 편이 안전하다.
처음 공부할 때는 회로이론의 기본 계산을 건너뛰지 않는 편이 낫다. 전력공학과 전기기기 문제를 읽을 때도 전압, 전류, 전력의 관계를 계속 쓰기 때문이다. 전기자기학에서 어려운 유도식 하나에 며칠을 묶어 두는 대신, 기출에서 반복되는 공식의 적용 조건과 단위를 먼저 익힌다. 전기설비기술기준은 오래된 암기표를 그대로 외우지 말고 시험일 전에 적용되는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큐넷도 관련 규정은 시험 시행 전 최근 고시 기준으로 준비하도록 안내한다.
기출문제는 많이 푸는 것보다 오답을 분류한다
수업에서 자주 보는 실패는 같은 회차를 세 번 풀고도 틀린 이유를 모르는 경우다. 문제 옆에 오답 원인을 ‘공식 선택’, ‘계산 실수’, ‘개념 혼동’, ‘기준 암기’ 네 가지 정도로 적어 두면 다음 공부가 달라진다. 계산 실수라면 새 이론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다. 풀이 순서와 단위 표기를 고치면 된다. 개념을 혼동했다면 해당 부분의 설명을 다시 읽고 비슷한 문제 두세 개로 확인한다.
시간이 부족한 수험생이라면 최근 기출 회차를 먼저 시간 재고 풀어 과목별 점수를 기록하자. 40점 아래 과목은 그 과목의 빈출 유형부터 메우고, 60점대 과목은 반복해서 틀리는 유형만 손본다. 한 과목의 드문 고난도 문제를 끝까지 붙드는 동안 다른 과목의 쉬운 문제를 놓치면 손해가 크다. 다만 기출 답만 외워서는 숫자나 조건이 바뀐 계산문제에 막힌다. 정답 번호보다 왜 그 식을 쓰는지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실기는 답보다 풀이 과정과 시간 배분이 중요하다
전기기사 실기 과목은 전기설비설계 및 관리이고, 필답형으로 2시간 30분 동안 치른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필기처럼 보기를 보고 고르는 시험이 아니어서, 공식을 떠올리는 것과 답안을 끝까지 쓰는 것 사이에 차이가 크다. 단선결선도, 설비 용량, 전압강하 같은 유형은 조건을 읽고 식을 세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실기 기출을 풀 때는 처음부터 해설을 읽지 말고 제한 시간을 정해 빈 종이에 답을 써 보는 게 낫다. 계산식, 수치 대입, 단위를 빠뜨렸는지 확인하고 채점 기준과 비교한다. 같은 유형을 다시 틀리면 문제를 더 모으기보다 풀이 틀을 고정한다. 예를 들어 ‘주어진 값 표시 → 구할 값과 단위 확인 → 적용식 선택 → 대입 → 검산’ 순서를 답안마다 반복하는 식이다. 한 문제에 시간을 과하게 쓰고 뒤쪽의 아는 문제를 비워 두는 습관도 이 연습에서 드러난다.
공부 시작 전 응시 자격부터 확인한다
시험이 어렵다는 말보다 먼저 확인할 것이 응시 자격이다. 큐넷은 기사 응시 경로로 관련학과 대학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 산업기사 취득 후 관련 실무경력 1년, 기능사 취득 후 관련 실무경력 3년, 관련 실무경력 4년 등을 안내한다. 2년제 관련학과 졸업자는 실무경력 2년, 3년제 졸업자는 1년이 필요한 경로도 있다. 학과 이름이 비슷하거나 전기 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학과와 경력이 해당 종목의 기준에 맞는지 큐넷의 응시자격 자가진단과 서류 안내에서 확인해야 한다.
자격이 확인됐다면 첫 주에 과목별 기출 점수를 내 보자. 과락 위험 과목, 점수를 올릴 과목, 실기까지 이어지는 계산 유형이 보인다. 11년 동안 가르치면서 느낀 건 분명하다. 전기기사는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아는 사람보다, 합격 기준에 맞춰 반복할 문제와 덜 볼 문제를 구분한 사람이 먼저 붙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