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터리에서 바닐라라떼를 마신 손님이 집에서는 바닐라 향만 진하고 커피 맛은 흐려진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레시피를 들어보니 시럽과 우유의 양은 비슷했는데, 에스프레소가 컵마다 달랐어요. 바닐라라떼는 재료가 단순해서 이런 차이가 더 잘 드러납니다. 커피를 일정하게 내리고, 시럽은 조금씩 맞추면 집에서도 꽤 안정적인 한 잔이 나옵니다.
바닐라라떼 만들기 전에 비율부터 잡습니다
한 잔을 만들 때 저는 더블 에스프레소 36g, 바닐라 시럽 15ml, 우유 180ml를 출발점으로 잡습니다. 뜨겁게 마실 때는 300ml 안팎의 컵이 편하고, 얼음을 넣을 때는 400ml 정도의 잔을 씁니다. 같은 시럽을 써도 우유가 220ml로 늘면 단맛과 커피 향이 함께 옅어집니다. 진한 맛을 원한다면 시럽을 더 붓기 전에 우유를 20~30ml 줄여보는 편이 낫습니다.
- 따뜻한 한 잔: 더블 에스프레소 36g, 바닐라 시럽 15ml, 우유 180ml
- 차가운 한 잔: 더블 에스프레소 36g, 바닐라 시럽 15~20ml, 우유 160~180ml, 얼음 120~150g
시럽의 당도는 제품마다 다릅니다. 처음 쓰는 시럽이라면 15ml부터 넣고 한 모금 마신 뒤 5ml씩 더하는 게 정확해요. 얼음이 녹는 아이스 라떼는 따뜻한 라떼보다 시럽을 조금 더 넣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많이 넣으면 커피 맛을 되찾기 어렵습니다.
원두와 추출이 바닐라 향을 받쳐줍니다
바닐라에는 초콜릿이나 견과류 같은 향이 나는 중배전 원두가 무난하게 어울립니다. 그렇다고 산미 있는 원두를 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과일 향이 선명한 원두라면 시럽을 10~15ml로 낮춰보세요. 단맛이 과하면 원두가 가진 산뜻함이 잘 느껴지지 않거든요. 어느 쪽이 더 맛있는지는 취향이고, 시럽 양에 따라 원두의 표정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다면 원두 18g을 담아 커피 36g을 추출하는 비율에서 시작합니다. 추출 시간은 대략 25~30초를 참고하되 숫자만 맞추려고 할 필요는 없어요. 신맛이 날카롭고 질감이 얇으면 분쇄도를 조금 곱게, 쓴맛이 오래 남고 입안이 텁텁하면 조금 굵게 조절합니다. 한 번에 여러 설정을 바꾸면 무엇 때문에 맛이 달라졌는지 알기 어려우니 분쇄도부터 한 단계씩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원두를 산 날짜보다 로스팅한 날짜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볶은 지 얼마 안 된 원두는 가스가 많이 남아 추출이 불안정할 수 있고, 오래 열린 봉지에서는 향이 약해질 수 있어요. 저는 개봉한 원두를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하고 빛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같은 원두로 며칠간 추출을 맞춥니다. 매번 다른 원두를 쓰는 것보다 맛의 변화를 읽기 쉽습니다.
시럽은 적게 시작하고 우유 온도를 지킵니다
직접 시럽을 만들면 설탕 100g과 물 100g을 데워 설탕을 녹인 뒤, 충분히 식혀 바닐라 익스트랙트 5ml를 섞습니다. 바닐라빈을 쓴다면 반 개를 갈라 씨와 껍질을 따뜻한 시럽에 담가 향을 우린 뒤 건져내면 됩니다. 두 재료는 향의 느낌이 달라서 양을 똑같이 맞출 필요는 없어요. 완성한 시럽은 깨끗한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하고, 향이나 색이 달라지면 사용하지 않습니다.
따뜻한 라떼는 컵에 시럽을 넣고 에스프레소와 먼저 섞은 다음 우유를 붓습니다. 우유는 55~65℃ 정도로 데우면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잘 살아납니다. 손으로 만져 뜨겁다고 느낄 만큼 오래 가열하면 우유 향이 무거워지고 거품도 거칠어지기 쉬워요. 스팀기가 없어도 작은 냄비에 우유를 데운 뒤 손거품기나 밀폐 가능한 우유 거품기로 가볍게 거품을 내면 됩니다. 거품을 두껍게 올리기보다 우유와 커피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쪽이 바닐라라떼에는 어울립니다.
아이스 라떼는 잔에 시럽과 우유를 먼저 섞고 얼음을 채운 뒤 에스프레소를 붓습니다. 보기 좋은 층을 만들고 싶다면 커피를 얼음 위로 천천히 부어도 좋아요. 마실 때는 한 번 저어야 잔 아래에 남은 시럽까지 고르게 섞입니다. 갓 내린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넣으면 얼음이 일부 녹으니, 맛이 묽게 느껴질 때는 얼음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우유를 20ml 정도 줄여 맞춰봅니다.
머신이 없어도 진한 커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다면 에어로프레스 같은 침출식 기구로 진한 커피를 만들어도 됩니다. 중간보다 조금 곱게 간 원두 18g에 90~93℃ 물 80g을 붓고 약 2분 뒤 천천히 눌러 추출해보세요. 이렇게 만든 커피는 에스프레소처럼 진한 질감이나 크레마가 나지는 않지만, 우유 140~160ml와 섞으면 커피 향이 남는 라떼가 됩니다. 이때 시럽은 10~15ml에서 시작하는 편이 좋아요. 커피의 농도가 다르니 에스프레소 레시피의 우유 양을 그대로 쓰지 않는 겁니다.
바닐라라떼가 유난히 달기만 하다면 시럽의 종류를 바꾸기 전에 커피 농도와 우유 양을 먼저 확인합니다. 반대로 커피 맛이 너무 앞서면 우유를 조금 늘리거나 시럽을 5ml 더할 수 있어요. 제가 손님들과 레시피를 맞출 때도 한 번에 한 가지씩 바꿉니다. 좋아하는 맛을 찾는 과정이 훨씬 분명해지거든요. 결국 오래 마시게 되는 한 잔은 정해진 수치보다 내 입에 편한 균형에서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