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돈을 보내려는 분이 “2026년에는 부모가 1억 5천만원까지 그냥 줘도 된다면서요?”라고 물었습니다. 금액만 보면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에게, 언제, 얼마를 먼저 줬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사무실에서는 공제액을 잘못 외운 경우보다 10년 전 이체 내역이나 혼인신고일을 빠뜨린 경우가 더 곤란합니다.
1. 2026년 기본 공제액은 그대로입니다
흔히 ‘증여세 면제한도’라고 부르는 금액의 법률상 이름은 증여재산공제입니다. 2026년 적용 기준으로 배우자에게 받으면 10년간 6억원, 성년자가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에게 받으면 5천만원입니다. 미성년자가 직계존속에게 받는 경우는 2천만원이고, 자녀 등 직계비속에게 받는 경우는 5천만원입니다. 기타 친족에게 받는 경우는 1천만원입니다. 이 공제는 국내 거주자인 수증자를 전제로 하므로 해외 거주 여부가 걸려 있다면 같은 금액을 바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여기서 5천만원은 ‘아버지에게 5천만원, 어머니에게 또 5천만원’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직계존속에게 받은 증여의 기본 공제액을 10년 동안 계산합니다. 할아버지에게 받은 돈도 별도의 기본 공제 5천만원이 새로 생기는 것으로 보면 틀립니다. 반면 이전 증여액을 이번 증여세 계산에 합산하는 규칙은 증여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따로 따져야 합니다. 공제 한도와 과거 증여의 합산 범위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신고서 숫자가 어긋납니다.
2. 10년은 달력으로 끊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먼저 확인하는 것은 올해 금액이 아니라 증여일 전 10년의 이력입니다. 예를 들어 성년 자녀가 2022년에 아버지에게 3천만원을 받고 기본 공제를 썼다면, 2026년에 어머니에게 4천만원을 받을 때 기본 공제 잔액은 2천만원입니다. 다른 공제 사유가 없다면 이번 4천만원 중 2천만원은 기본 공제로 가려지지 않습니다. 부모가 번갈아 보냈다고 공제액이 다시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10년이 지났으니 자동으로 새 한도가 생겼다’는 말도 날짜를 확인해야 합니다. 증여일마다 그날을 기준으로 이전 10년을 거슬러 보는 방식입니다. 2016년 12월에 받은 돈을 2026년 1월 증여에서 빼고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자녀 명의 계좌에 어릴 때 넣어 둔 돈, 주택 계약금으로 대신 낸 돈도 함께 찾아야 합니다. 금융거래 내역과 당시 신고서를 놓고 날짜별로 적어 보면 빠진 금액이 드러납니다.
3. 혼인·출산 공제 1억원은 조건이 있습니다
많이 말하는 ‘1억 5천만원’은 성년 자녀의 직계존속 기본 공제 5천만원에 혼인·출산 공제 1억원을 더한 금액입니다. 혼인·출산 공제는 2024년 1월 1일 이후 받은 증여부터 도입됐습니다. 2026년에 새로 기본 공제액이 1억 5천만원으로 오른 것은 아닙니다. 앞서 기본 공제를 쓴 적이 없다면, 요건을 갖춘 직계존속 증여 1억 5천만원에 두 공제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기본 공제 5천만원을 소진했다면 이번에 쓸 수 있는 금액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혼인은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에 증여받아야 합니다. 결혼식 날짜가 기준이 아닙니다. 출산은 자녀의 출생일 또는 입양신고일부터 2년 이내에 받은 증여가 대상입니다. 출산 전 증여에는 출산 공제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또 혼인 1억원과 출산 1억원을 각각 따로 받는 구조가 아닙니다. 혼인과 출산을 합쳐 수증자 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특별 공제 한도가 1억원입니다.
예비부부가 각각 자기 부모에게 1억 5천만원씩 받는 경우를 묻기도 합니다. 두 사람 모두 국내 거주자이고, 각각의 기본 공제 잔액과 혼인 공제 요건이 충분하다면 각자 계산할 수 있습니다. 부부 합계 3억원이라는 숫자만 먼저 믿고 이체하면 곤란합니다. 어느 부모가 누구에게 줬는지, 혼인신고일과 실제 입금일이 맞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4. 친족 범위의 변경도 증여일로 판단합니다
2025년 3월 14일부터 기타 친족의 공제 대상 범위는 4촌 이내 혈족과 3촌 이내 인척으로 좁아졌습니다. 공제액 1천만원 자체가 커지거나 작아진 것은 아닙니다. 예전 글에서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이라고 읽었다면 증여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2025년 3월 13일까지 받은 증여에는 종전 범위가 적용됩니다. 친척에게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1천만원을 공제하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2026년에 5촌 친척에게 돈을 받는다면 현재의 기타 친족 공제 대상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가족끼리 부르는 호칭보다 법률상 촌수가 중요합니다. 이런 경우는 가족관계증명서로 관계를 확인한 뒤 계산하는 편이 빠릅니다.
5. 세액보다 이체 기록과 신고기한을 먼저 챙깁니다
증여세 신고기한은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입니다. 2026년 4월 10일에 현금을 받았다면 원칙적인 기한은 2026년 7월 31일입니다. 기한의 마지막 날이 공휴일이나 토요일 등에 해당하면 다음 날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증여일이 여러 번이면 각 이체일을 적어 놓고 신고기한을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현금 증여라면 증여자와 수증자의 계좌 거래 내역, 증여계약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보관합니다. 혼인 공제를 쓴다면 혼인관계증명서의 신고일을, 출산 공제라면 출생일이나 입양신고일을 확인할 서류를 함께 챙깁니다. 계약서에 적은 날짜와 실제 입금일이 다르면 설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주택 대금을 직접 지급했다면 자녀 계좌로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증여 문제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공제 범위 안이라 세액이 없더라도 큰 금액을 받았다면 신고서를 남겨 두는 편이 나중에 자금 출처를 설명하기 좋습니다. 다만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거나 ‘공제액 이하면 아무 기록도 필요 없다’고 단정할 일은 아닙니다. 저는 금액을 보내기 전에 지난 10년 이체 내역, 가족관계, 혼인·출산 날짜를 한 장에 적어 보자고 합니다. 그 한 장이 나중에 기억에 기대어 신고서를 고치는 일을 줄여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