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에서 브릭스 회원국을 몇 나라로 세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공식 명단에는 11개국이 올라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입 여부를 놓고 발표가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숫자 하나를 외우기보다 어떤 나라가 실제로 가입했고, 어떤 나라는 초청을 받아 참여하는지 구분하면 뉴스가 훨씬 또렷해집니다.
브릭스는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브릭스는 처음부터 국제기구의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2001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함께 가리키는 경제 용어 ‘BRIC’이 등장했고, 네 나라 정부가 2006년 외교장관 회의를 열면서 협력의 틀이 만들어졌습니다. 정상들이 처음 모인 것은 2009년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011년 참여한 뒤 다섯 나라의 영문 이름 첫 글자를 딴 ‘BRICS’라는 이름이 자리 잡았습니다.
성격은 유엔이나 유럽연합과 다릅니다. 브라질의 브릭스 의장국 안내에 따르면 브릭스에는 설립 조약, 자체 예산, 상설 사무국이 없습니다. 회원국들이 해마다 의장국을 바꾸며 외교·안보, 경제·금융, 교육·문화 등에서 협의하는 틀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브릭스가 어떤 사안을 논의했다는 말과 모든 회원국에 똑같은 의무가 생겼다는 말은 구별해야 합니다.
공식 명단의 11개국은 어디일까요?
2026년 인도 정부의 브릭스 안내는 회원국을 11개국으로 적고 있습니다. 처음의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아랍에미리트·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를 더한 명단입니다. 브라질의 2025년 의장국 자료도 같은 11개국을 제시합니다.
확대 과정을 날짜로 보면 명단이 바뀐 이유가 보입니다. 2023년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에서 새 나라들을 초청하기로 했습니다. 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아랍에미리트는 2024년부터 참여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정식 가입은 브라질 의장국이 2025년 1월 6일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2023년에 쓰인 ‘브릭스 5개국’이라는 표현을 지금의 명단으로 읽으면 시점이 맞지 않습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설명이 더 필요합니다. 브라질과 인도의 공식 회원국 목록에는 들어 있지만, 사우디 국영통신은 2026년 5월 외교장관 회의와 9월 뉴델리 정상회의에 자국이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초청을 받아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과 정식 가입을 확정했다는 발표는 서로 다른 일입니다. 그러므로 ‘공식 명단상 11개국, 사우디의 정식 가입 여부에는 발표 주체별 차이가 있다’고 말하는 편이 현재 확인된 자료를 가장 충실히 전합니다. 사우디를 제외하고 가입이 분명한 나라만 세면 10개국입니다.
파트너 국가는 회원국과 무엇이 다를까요?
브릭스에는 회원국 외에 ‘파트너 국가’라는 참여 범주도 있습니다. 2024년 10월 러시아 카잔 정상회의에서 이 범주를 만들었고, 브라질 의장국 자료에는 2025년 기준 벨라루스·볼리비아·쿠바·카자흐스탄·말레이시아·나이지리아·태국·우간다·우즈베키스탄·베트남 등 10개국이 파트너로 적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파트너 명단이 아니라 회원국 명단에 들어갑니다.
차이는 회의에서의 지위입니다. 브라질 의장국 설명에 따르면 회원국은 모든 회의에 참여하며 의사 결정은 합의로 이뤄집니다. 파트너 국가는 정상회의나 외교장관 회의에 초청될 수 있고, 다른 회의 참석에는 회원국들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기사에서 ‘브릭스 회의에 참석한 나라’를 모두 회원국으로 더하면 숫자가 커지는 까닭입니다. 행사에는 회원국과 파트너 국가 외에 별도로 초청된 나라나 국제기구도 올 수 있습니다.
회원국이 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확대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대표성을 말합니다.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시아의 나라들이 더해지면서 에너지, 식량, 무역, 국제 금융 제도를 논의할 때 참여 지역이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2014년 다섯 회원국이 설립 협정에 서명한 신개발은행은 기반 시설과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에 자금을 대는 협력 사례입니다. 다만 신개발은행의 회원국과 브릭스 회원국 명단도 같지 않으므로 두 숫자를 섞어 쓰면 안 됩니다.
신중하게 보는 쪽은 회원국이 많아질수록 이해관계를 맞추기 어려워진다고 봅니다. 에너지를 수출하는 나라와 수입하는 나라의 우선순위부터 다를 수 있습니다. 브릭스의 결정 방식이 합의라는 점을 생각하면, 참여국 확대가 곧 공동 정책의 빠른 시행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인용할 때도 인구 비율인지, 국내총생산인지, 구매력평가 기준인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브릭스 비중’이라도 계산 기준과 사우디아라비아 포함 여부에 따라 숫자가 달라집니다.
브릭스 회원국이라는 짧은 표현 뒤에는 초청, 가입 발표, 회의 참여라는 서로 다른 단계가 있습니다. 다음에 회원국 수가 등장하면 발표 날짜와 발표한 기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유용하겠습니다. 지금은 공식 명단의 11개국이라는 수치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밝힌 초청국 지위를 함께 기억하는 것이 이 복잡한 사안을 읽는 가장 차분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