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하다 보면 파킹통장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최고금리부터 보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1년 뒤 실제로 받는 이자를 계산해 보면, 금리가 더 높아 보였던 통장이 오히려 불리한 경우가 있습니다. 파킹통장은 잠깐 맡길 돈을 보관하는 데 편리하지만, 광고에 적힌 숫자 하나로 고르기에는 확인할 조건이 제법 많습니다.
최고금리가 적용되는 금액부터 보세요
가령 5,000만 원을 맡길 계획이라고 해보죠. A통장은 500만 원까지 연 4%, 초과분에는 연 1.5%를 주고, B통장은 5,000만 원 전액에 연 2.5%를 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금리가 1년 내내 같고 잔액도 유지된다는 조건에서 A통장의 세전 이자는 87만 5,000원입니다. 500만 원에서 20만 원, 나머지 4,500만 원에서 67만 5,000원이 나옵니다. B통장은 125만 원입니다. 최고금리는 A가 높지만 실제 차이는 B가 연 37만 5,000원 앞섭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할 때 먼저 ‘얼마까지 그 금리를 주는지’를 묻습니다. 300만 원만 넣을 사람에게 좋은 통장과 5,000만 원을 둘 사람에게 좋은 통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급여 이체, 카드 사용, 첫 거래 같은 조건이 필요한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한 달만 조건을 놓쳐도 표시된 최고금리와 내 통장에 적용되는 금리는 달라집니다.
한 달 이자는 연 금리를 12로 나눈 값과 다릅니다
파킹통장의 금리는 보통 연 단위로 표시됩니다. 1,000만 원을 연 3%로 30일간 맡긴다고 가정하면 세전 이자는 약 2만 4,658원입니다. 계산식은 1,000만 원 × 3% × 30일 ÷ 365일입니다. 일반적인 이자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한 15.4%를 적용하면 세후 약 2만 861원입니다. 실제 지급액은 은행의 일별 잔액 계산 방식과 원 단위 처리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돈을 연 2% 통장에 30일 맡기면 세후 약 1만 3,904원입니다. 두 금리의 차이는 연 1%포인트지만, 이 사례에서 한 달 실수령액 차이는 약 6,957원입니다. 금리 차이를 좇아 계좌를 새로 만들고 매번 돈을 옮길지 판단할 때는 이 금액을 먼저 계산해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이자 지급일도 확인할 부분입니다. 매일 이자가 계산되더라도 매일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월별 지급인지, 정해진 날에 지급되는지 상품마다 다릅니다. 이자를 받기 전에 돈을 빼면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상품 설명서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입출금이 자유로워도 쓰임새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파킹통장에 두기 적합한 돈은 언제 쓸지 대략 정해져 있지만 날짜가 확실하지 않은 자금입니다. 이사 잔금이나 세금 납부를 앞둔 돈, 갑자기 쓸 수 있는 비상금이 그렇습니다. 반대로 1년 이상 건드릴 가능성이 낮은 돈이라면 정기예금의 금리와 중도해지 조건도 함께 비교할 만합니다. 필요할 때 일부만 꺼낼 수 있는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자동이체 계좌로 쓸 계획이라면 이체 한도와 출금 가능 시간도 살펴야 합니다. 앱에서는 ‘자유로운 입출금’으로 보이더라도 신규 계좌의 이체 한도가 낮게 설정돼 있거나, 연결 계좌를 거쳐야 돈을 옮길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루 금리 몇십 원보다 잔금일에 바로 송금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은행 파킹통장과 증권사 CMA도 같은 것으로 놓고 비교하면 곤란합니다. CMA는 유형에 따라 RP나 MMF 등에 돈이 운용됩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RP형·MMF형 CMA는 은행 예금처럼 예금자보호를 받는 상품이 아닙니다. 수익률 숫자가 비슷해도 돈이 놓이는 방식과 보호 여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예금자보호는 통장별이 아니라 금융회사별로 계산합니다
2025년 9월부터 예금자보호 한도는 보호 대상 상품에 대해 1인당 금융회사별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1억 원입니다. 같은 은행에 파킹통장 7,000만 원과 정기예금 4,000만 원이 있다면 통장이 둘이라고 각각 1억 원씩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상품의 보호 대상 금액을 합산해서 봅니다.
원금만 1억 원에 맞춰 놓는 것도 주의할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보호 대상 예금에 9,900만 원을 넣고 연 3% 이자가 1년간 붙는다고 가정하면 원금과 이자의 합은 약 1억 197만 원입니다. 보호 한도를 약 197만 원 넘습니다. 큰돈을 단기간 보관할 때는 이미 같은 금융회사에 있는 예금까지 확인하고, 이자가 붙을 여유도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예금보험공사의 보호 기준과 가입하려는 상품의 보호 대상 표시를 함께 확인하면 됩니다.
제 가족의 돈이라면 먼저 사용할 날짜와 금액을 적고, 그 기간에 받을 세후 이자를 계산하겠습니다. 그다음 우대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지, 필요한 날 바로 송금할 수 있는지, 보호 한도 안에 들어오는지를 보겠습니다. 파킹통장에서 좋은 숫자는 화면에 크게 적힌 최고금리보다 내 돈에 실제로 적용되는 금액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