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참치김치볶음밥을 같이 만들면 같은 재료를 써도 한쪽은 고슬고슬하고, 다른 쪽은 숟가락에 뭉쳐 올라올 때가 있어요. 대개 밥의 문제가 아니라 김치의 물기를 날리는 시간과 참치를 넣는 순서가 달랐습니다. 제가 한때 김치와 밥을 한꺼번에 볶았다가 팬 바닥에 눌어붙은 덩어리를 긁어낸 적도 있고요. 한 그릇 만드는 기준으로 양과 불 세기를 적어둘게요.
한 그릇에 필요한 재료와 양
밥 한 공기 210g, 잘 익은 배추김치 150g, 참치 통조림 작은 것 한 캔 100g을 준비합니다. 참치는 기름이나 물을 따라낸 뒤 살만 쓰면 약 70~80g이에요. 대파 20g, 양파 40g은 있으면 넣고 없어도 됩니다. 식용유 1큰술 15ml, 진간장 1작은술 5ml, 설탕 1/2작은술 약 2g, 참기름 1/2작은술 2.5ml가 기본 양입니다. 김치가 충분히 달면 설탕은 빼도 좋아요.
김치 150g은 국물을 꼭 짜서 잰 무게가 아니라, 건더기를 주로 떠서 담은 무게입니다. 국물이 그릇 바닥에 고일 만큼 따라오면 한 번 가볍게 털어주세요. 일부러 세게 짜면 볶는 동안 맛이 밋밋해질 수 있어요. 반대로 국물까지 두세 큰술 넣으면 팬에서 김치를 볶기보다 끓이게 됩니다. 그 작은 차이가 밥의 질감을 바꿔요.
캔에 든 기름을 쓰고 싶다면 식용유 1큰술 대신 참치 기름 1작은술과 식용유 2작은술을 쓰면 됩니다. 참치가 물에 담긴 제품이라면 물은 버리고 식용유를 그대로 넣으세요. 양파는 단맛을 보태지만 수분도 나오니 40g보다 많이 넣을 때는 볶는 시간을 조금 늘려야 합니다. 달걀프라이는 선택이고, 올린다면 달걀 한 개면 한 그릇에 넉넉합니다.
팬을 달구기 전에 손질할 것
김치는 가위로 1cm 안팎으로 잘라주세요. 길게 썬 김치는 밥과 고르게 섞이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밥알을 계속 누르게 됩니다. 양파는 0.5cm 정도로 잘게 썰고 대파도 송송 썹니다. 참치는 체에 오래 두어 바싹 말릴 필요 없이 캔 뚜껑으로 가볍게 눌러 액체만 따라내면 돼요. 살이 조금 촉촉해야 볶은 뒤에도 퍽퍽하지 않습니다.
밥은 찬밥이든 따뜻한 밥이든 쓸 수 있어요. 다만 갓 지은 밥이라면 넓은 접시에 펼쳐 5분 정도 김을 빼고, 냉장 밥이라면 큰 덩어리만 미리 풀어둡니다. 차가운 밥을 억지로 팬에서 으깨면 밥알이 부서져 전분기가 나와요. 전자레인지에 20~30초만 데워 덩어리가 풀릴 정도로 만들어도 됩니다. 밥을 손으로 만졌을 때 뜨겁지 않아도 괜찮아요.
김치를 먼저 볶고 밥은 짧게 섞기
지름 24~26cm 팬을 중불에 1분 정도 달군 뒤 기름을 넣습니다. 대파가 있다면 먼저 30초 볶아 향을 내고, 양파를 넣었다면 투명해질 때까지 1분가량 더 볶아요. 대파나 양파가 없다면 곧바로 김치를 넣어도 됩니다. 김치를 넣은 뒤에는 중강불로 올려 2~3분 볶습니다. 처음엔 지글거리며 국물이 보이다가, 수분이 줄면 팬 바닥에 기름이 다시 보이고 김치 색이 한 톤 진해져요. 그때가 밥을 넣기 좋은 때입니다.
김치가 아직 축축한데 밥을 넣으면 밥알이 김치 국물을 흡수해 금방 질어집니다. 그렇다고 센 불에 오래 태울 필요는 없어요. 김치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변하며 타는 냄새가 나면 불을 중불로 낮추고 물 1큰술을 팬 가장자리에 둘러 붙은 부분만 떼어냅니다. 물을 붓고 바로 밥을 넣지 말고, 눈에 보이는 물기가 다시 없어질 때까지 20~30초 볶아주세요.
김치가 볶아졌으면 참치를 넣고 주걱으로 두세 번 가볍게 섞어 30초만 데웁니다. 참치는 이미 익은 재료라 처음부터 오래 볶으면 살이 잘게 부서지고 뻣뻣해져요. 이어서 밥 210g을 넣고 불을 중불로 낮춥니다. 주걱의 넓은 면으로 밥 덩어리를 가르듯 풀고, 바닥의 김치와 위쪽 밥을 뒤집어 섞습니다. 밥을 계속 꾹꾹 누르기보다 펼쳤다가 뒤집는 동작을 2분 정도 반복하면 밥알 모양이 남아요.
밥이 고르게 물들면 팬 가운데를 살짝 비워 진간장 1작은술을 붓습니다. 10초쯤 지글거리게 둔 다음 밥과 섞어요. 간장을 밥 위에 바로 부으면 한곳만 짜질 때가 있는데, 뜨거운 팬에 잠깐 닿게 하면 향도 나고 섞기도 편합니다. 김치가 많이 시다면 이때 설탕 1/2작은술을 넣으세요. 30초 더 볶고 한 숟갈 맛본 뒤 불을 끕니다. 참기름은 불을 끈 다음 섞어야 향이 또렷하게 남습니다.
짜거나 질어졌을 때는 이렇게
김치의 짠맛은 집마다 달라서 간장 1작은술도 많을 수 있어요. 평소 김치가 짠 편이라면 간장을 처음엔 1/2작은술만 넣고 마지막에 맛을 본 뒤 더합니다. 이미 짜졌다면 물을 붓지 말고 간하지 않은 밥 50~70g을 더해 섞으세요. 밥이 늘어난 만큼 김치 맛이 약해지지만 짠맛을 낮추는 데는 이쪽이 확실합니다. 달걀프라이를 곁들여 함께 먹는 방법도 있고요.
질어졌다면 센 불로 확 올리기 전에 팬에 밥을 넓게 펴세요. 중강불에서 30초 그대로 두었다가 뒤집고, 이 동작을 두세 번 반복하면 겉의 물기가 조금 날아갑니다. 작은 팬에 밥이 두껍게 쌓여 있다면 두 번에 나눠 볶는 편이 빨라요. 주걱으로 계속 휘저으면 밥알이 더 부서지니 잠깐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팬 바닥이 마른 채 타기 시작하면 불을 낮춰야 하고요.
김치가 덜 익어 신맛이 약하다면 설탕은 빼고 김치를 1분 정도 더 볶아 맛을 먼저 보세요. 그래도 산뜻함이 부족하면 마지막에 김치 국물 1작은술만 더해 20초 볶을 수 있습니다. 참치가 없다면 같은 양의 잘게 찢은 익힌 닭고기나 잘게 썬 햄을 쓸 수 있지만, 햄을 쓸 때는 간장을 줄여야 해요. 두 그릇을 만든다면 재료는 두 배로 준비하되 팬이 작으면 한 그릇씩 볶으세요. 재료 양만큼 팬의 공간도 볶음밥 맛을 좌우합니다.
제 주방에서는 김치볶음밥을 만들 때 밥보다 먼저 김치 상태를 봅니다. 김치의 물기가 줄어 팬에서 볶이는 소리가 날 때 밥을 넣으면, 흔한 재료만으로도 숟가락에서 밥알이 가볍게 풀리는 한 그릇이 나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