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가계부를 넘기다가 만기된 예금의 이자를 적었다. 금리가 꽤 높았다고 기억했는데, 세금을 뗀 뒤 들어온 돈은 생각보다 작았다. 반대로 몇 달 안에 쓸 돈을 예금에 묶어 두지 않은 덕분에 갑작스러운 병원비를 카드 할부 없이 낸 적도 있다. 저축은행예금을 고를 때 금리만 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 여기 있다.
1. 금리 차이는 내 예치금으로 계산한다
연 3.0%와 연 3.5%를 보면 0.5%포인트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1,000만 원을 1년간 맡기는 단리 예금이라면 세전 이자 차이는 5만 원이다. 일반적인 이자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친 15.4%를 적용하면 세후 차이는 약 4만 2,300원이다. 가입 조건을 맞추려고 시간을 쓰거나 다른 계좌를 열 만큼의 차이인지, 내 돈으로 환산해 보면 판단이 쉬워진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 한눈에에서는 저축은행 정기예금의 금리와 가입 조건을 비교할 수 있다. 다만 비교 화면에서 본 최고금리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금리는 아니다. 비대면 가입이나 우대 조건을 채워야 하는지 확인하고, 내가 실제로 받을 금리로 다시 계산하는 편이 정확하다.
2. 만기까지 손대지 않을 돈인지 본다
예금에 넣을 돈을 정할 때 나는 먼저 가계부에서 앞으로 12개월의 큰 지출을 표시한다. 자동차 보험료, 명절 비용, 이사비처럼 매달 나가지는 않아도 날짜가 다가오는 돈이다. 이런 돈까지 한꺼번에 1년 만기 예금으로 묶으면 중간에 해지할 일이 생긴다. 중도해지 때는 처음 약속한 금리보다 낮은 이율이 적용될 수 있으니, 높은 금리를 보고 가입해도 실제 이자는 기대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현금 1,200만 원 중 4개월 뒤 필요한 돈이 300만 원이라면, 예금 후보는 우선 900만 원이다. 남은 300만 원은 사용 시점에 맞춰 따로 두는 식이다. 금리를 조금 덜 받더라도 필요한 날 돈을 꺼낼 수 있으면 생활비가 덜 흔들린다. 비상금도 같은 이유로 만기가 긴 예금에 전부 넣지 않는다.
3. 예금보호 한도에는 이자도 들어간다
저축은행 예금도 예금자보호 대상인지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안내에 따르면 2025년 9월 1일부터 은행과 저축은행 등의 예금보호 한도는 금융회사별 1인당 1억 원이다. 원금만 1억 원까지 보호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친 금액이 한도에 들어간다. 같은 저축은행에 예금 통장을 여러 개 만들었다고 한도가 통장마다 새로 생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한 곳에 큰돈을 맡길 때는 이미 넣어 둔 예금과 예상 이자까지 함께 적어 본다. 가령 같은 저축은행에 9,900만 원을 맡긴다면 이자가 붙을 자리가 얼마 남지 않는다. 보호 범위 안에 두고 싶은 돈이라면 금융회사별 잔액을 나눠 보는 게 편하다. 가입 화면의 예금자보호 문구도 상품별로 확인한다.
4. 세전 이자와 통장에 찍힐 돈을 구분한다
가계부에는 광고에 적힌 연 금리보다 만기 때 실제로 들어올 이자를 기록하는 편이다. 1,000만 원을 연 3.5% 단리로 1년 맡기면 세전 이자는 35만 원이다. 일반 과세 15.4%를 단순 적용하면 세후 이자는 약 29만 6,100원이다. 실제 지급액은 가입 기간, 이자 계산 방식, 세금 처리와 원 단위 계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적어 두면 예금 이자를 월 생활비처럼 미리 당겨 쓰지 않게 된다. 위 사례의 세후 이자를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약 2만 4,700원이다. 한 해 이자 35만 원이라는 숫자보다, 우리 집 지출에서 어느 정도 몫인지 더 잘 보인다.
5. 만기일을 가계부 일정과 맞춘다
금리가 같아도 만기일이 돈 쓸 날짜보다 늦으면 불편하다. 나는 예금에 가입하기 전에 만기일을 가계부의 큰 지출 옆에 적는다. 내년 8월에 쓸 교육비라면 그보다 먼저 만기가 오는 상품을 고르는 식이다. 자동 재예치 설정도 함께 확인한다. 만기 자금을 곧 써야 하는데 다시 예금으로 묶이면 번거로워진다.
저축은행예금은 몇십 원이라도 더 받는 경쟁보다 우리 집 돈의 사용 순서를 맞추는 데서 가치가 커진다고 느낀다. 만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돈을 골라 넣고, 세후 이자와 보호 한도를 숫자로 확인한다. 그러면 높은 금리를 봐도 서두르지 않고 우리 집에 맞는 예금인지 판단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