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제 수상 소식을 볼 때마다 ‘황금사자상’ 옆에 ‘은사자상’도 여러 번 등장해 잠깐 멈춰 읽게 됩니다. 이름이 비슷해도 무엇을 평가한 상인지는 다릅니다. 베니스 영화제 상을 볼 때는 수상작 이름과 함께 경쟁 부문, 상의 이름, 수상 대상을 확인하면 관람 전 기대치를 잡기 좋습니다.
황금사자상과 은사자상은 무엇이 다를까요?
황금사자상은 베니스 영화제의 주 경쟁 부문인 ‘베네치아’에서 선정한 최우수 작품에 주는 상입니다. 감독이나 배우 한 사람보다 영화 한 편을 수상 대상으로 봅니다. 2026년 제83회 영화제에서는 마이 엘투키 감독의 덴마크 영화 ‘우먼 언노운’이 황금사자상을 받았습니다. 그해 주 경쟁 부문에 오른 작품은 모두 21편이었습니다.
은사자상은 이름만 보면 황금사자상 바로 아래의 단일 상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베니스 비엔날레의 2026년 수상 명단에는 ‘심사위원대상’과 ‘감독상’이라는 두 종류의 은사자상이 따로 적혀 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은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 일리야 흐르자노프스키 감독은 ‘다우’로 은사자상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같은 은사자상이라도 한쪽은 작품, 다른 한쪽은 연출자를 가리키는 셈이죠.
그래서 ‘은사자상 수상’이라는 짧은 문구만으로는 어떤 공로를 인정받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예매 전에 기사 제목보다 공식 수상 명칭을 한 번 더 읽어보면 영화의 강점을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연기상과 각본상은 어떤 기대를 만들까요?
배우의 이름이 앞에 나오는 상도 있습니다. 볼피컵은 주 경쟁 부문의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에 해당합니다. 2026년에는 ‘우먼 언노운’의 마틸드 아르셀과 ‘와일드 호스 나인’의 존 말코비치가 각각 받았습니다. 황금사자상 수상작에서 연기상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이 사례에서 확인됩니다.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상은 젊은 배우의 연기를 주목하는 상입니다. 2026년 수상자는 ‘15/18’에 출연한 말루 케비지였습니다. 이름이 낯설어도 이 상이 붙어 있다면 신인 배우의 존재감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각본상은 이야기와 대사를 만든 작업에, 심사위원 특별상은 심사위원이 별도로 선택한 작품에 주어집니다. 다만 각본상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관객이 전개를 재미있게 느낀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와 영화가 다루는 주제는 관객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베니스 비엔날레의 2026년 규정은 원칙적으로 주 경쟁 부문 작품 한 편에 여러 공식 상을 주지 않도록 합니다. 다만 연기상에는 제한적인 예외가 있습니다. 수상 개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의 평가가 낮다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떤 상을 받았는지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오리종티와 신인 감독상은 왜 따로 봐야 할까요?
수상 소식에 ‘오리종티’가 붙어 있으면 주 경쟁 부문과 다른 경쟁 부문의 결과입니다. 이 부문은 새로운 표현을 보여주는 작품과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감독의 영화에 관심을 둡니다. 2026년 오리종티 작품상은 안 시로와 라파엘 발보니가 연출한 ‘다이앤 인 더 루프’에 돌아갔습니다. 오리종티에도 작품상, 감독상, 연기상, 각본상 등이 있으므로 ‘베니스 영화제 작품상’이라는 표현만 보고 황금사자상과 혼동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미래의 사자상’으로 불리는 루이지 데 라우렌티스 신인 감독상도 별도 심사위원단이 선정합니다. 2026년에는 오리종티 부문에 초청된 ‘하우스 오브 더 윈드’가 이 상을 받았습니다. 한 작품의 오리종티 수상 이력과 신인 감독상 수상 이력이 함께 보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관람객에게는 어느 부문에서 소개됐고 어떤 가능성을 인정받았는지가 더 유용한 정보일 수 있습니다.
영화제 주변에서는 비평가 단체나 문화단체가 독립적으로 주는 상도 발표됩니다. 이런 상도 작품을 발견하는 단서지만, 베니스 영화제 공식 심사위원단의 상과는 수여 주체가 다릅니다. 홍보 문구에 ‘베니스 수상’만 적혀 있다면 상을 준 곳까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수상 이력을 관람 선택에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수상작이라고 해서 취향까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황금사자상은 영화 전체에 대한 심사위원단의 선택이고, 볼피컵은 배우의 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배우를 보러 극장에 간다면 연기상 수상작이, 새로운 연출을 만나고 싶다면 오리종티 수상작이 더 끌릴 수 있습니다. 상의 이름은 영화의 우열을 한 줄로 매기는 표보다 관람 포인트를 알려주는 표지에 가깝습니다.
박스오피스 순위와도 읽는 방식이 다릅니다. 흥행 순위는 일정 기간 관객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보여주고, 영화제 상은 선정된 작품을 심사위원단이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둘 중 어느 하나만으로 내 취향을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수상 소식에서 관심 가는 작품을 찾은 뒤 상영 시간과 소재, 감독의 전작, 먼저 본 관객의 평을 함께 확인합니다. 상의 이름을 정확히 읽는 작은 습관만으로도 영화가 내게 맞을지 판단할 단서가 꽤 늘어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