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집 베란다를 꾸밀 때 저는 식물과 작은 의자부터 들여놨습니다. 사진은 그럴듯했는데, 비가 온 다음 날 바닥에 고인 물을 닦으려니 전부 다시 들어내야 했어요. 그 뒤로 베란다 꾸미기는 물 빠짐과 청소 상태를 먼저 보고 시작합니다. 보기 좋은 공간도 관리하기 불편하면 금방 창고로 돌아가더라고요.
물건을 사기 전에 바닥과 창부터 확인합니다
먼저 짐을 모두 빼고 바닥을 쓸어 보세요. 물을 조금 흘렸을 때 배수구 쪽으로 흐르는지, 창틀 아래나 벽 모서리에 물자국이 남아 있는지 확인합니다. 비가 온 뒤에만 젖는 자리라면 꾸미기 전에 누수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타일이 들떠 있다면 가구로 가리지 마세요. 집주인이나 관리사무소에 먼저 알리고 점검받는 편이 결국 시간을 아낍니다.
줄자로 가로와 세로를 재되, 문이 열리는 자리와 배수구 위치도 함께 적어 둡니다. 창문을 끝까지 열었을 때 의자나 선반에 걸리지 않는지도 봐야 해요. 제가 작업할 때는 종이에 평면도를 대충 그려 놓고 ‘걸어 다닐 길’부터 남깁니다. 폭이 좁은 베란다에 가구를 양쪽으로 놓으면 가운데가 금세 답답해집니다.
준비물은 줄자, 빗자루, 걸레, 중성세제, 마른 수건 정도면 충분합니다. 틈새 청소용 솔은 집에 있는 낡은 칫솔로 대신할 수 있고요. 청소에 1~2시간, 바닥이 완전히 마르는 데는 날씨에 따라 반나절 이상 잡습니다. 젖은 바닥 위에 데크 타일을 바로 덮으면 아래쪽 습기를 놓치기 쉽습니다.
바닥은 뜯기 쉬운 재료로 작게 시작합니다
처음 해보는 분에게는 접착제 없이 끼우는 조립식 데크 타일이 다루기 편합니다. 예를 들어 가로 1.2m, 세로 1.8m 바닥은 2.16㎡입니다. 30cm 정사각형 타일이라면 계산상 24장이 들어가지만, 모서리와 배수구 주변에서 잘라야 할 수 있으니 2~3장은 여유로 잡습니다. 10장 묶음이라면 3묶음을 사는 식입니다. 타일 한 장의 실제 치수와 연결 부품이 차지하는 폭은 제품마다 달라 주문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시공은 문턱에서 가장 잘 보이는 직선부터 맞추면 수월합니다. 한 줄을 끼운 뒤 흔들림이 없는지 밟아 보고 다음 줄로 넘어갑니다. 끝부분이 남으면 제품 설명에 맞는 도구로 자르세요. 손톱이나 일반 가위로 억지로 꺾으면 연결부가 깨지기 쉽습니다. 커터칼로 자르는 제품인지 톱이 필요한 제품인지 구매 전에 확인하고, 톱이 필요하다면 동네 공구 대여소나 지인에게 빌리는 편이 한 번 쓸 공구를 사는 것보다 낫습니다.
배수구는 언제든 열어 청소할 수 있게 남겨 둡니다. 타일을 깐 뒤에도 가끔 몇 장을 들어 바닥에 물이 고이지 않았는지 확인하고요. 겨울철에 물청소를 자주 하는 공간이라면 미끄럼 정도와 내수성도 따져야 합니다. 나무 느낌만 보고 고르면 물때 관리가 예상보다 번거로울 수 있어요.
가구는 하나만 놓고 생활해 본 뒤 늘립니다
바닥을 깔고 나면 바로 선반을 달고 싶어집니다. 저는 여기서 하루만 기다립니다. 빨래를 널고 창문을 열어 보면 실제로 남는 자리가 보이거든요. 좁은 베란다라면 접이식 의자 하나와 작은 테이블 정도로 시작해도 분위기가 꽤 달라집니다. 식물은 창가에 한두 개만 놓고, 화분 받침에 물이 넘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벽에 구멍을 뚫는 선반은 벽 재질과 매립 배선 위치를 모르면 건드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콘크리트 벽에 맞는 앙카와 드릴이 필요하고, 단열재나 방수층이 있는 자리라면 구멍 하나가 하자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을 확인하기 어렵다면 바닥에 놓는 낮은 선반이 편합니다. 높고 무거운 선반이나 큰 화분은 넘어짐과 하중 문제도 있으니 관리사무소와 시공 전문가에게 먼저 확인하세요.
조명은 콘센트에 꽂아 쓰는 제품 중 설치 장소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됩니다. 다만 베란다에 비가 들거나 결로로 물기가 생긴다면 전선과 멀티탭을 바닥에 두지 마세요. 벽 스위치, 콘센트, 배선을 새로 설치하거나 옮기는 작업은 직접 하지 않습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도 젖은 장소의 전기 사용과 전기 설비 작업에서 감전 위험을 경고합니다. 전기 작업은 자격을 갖춘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재료비와 시간은 이렇게 잡으면 현실적입니다
앞의 2.16㎡ 베란다를 기준으로 한 예산입니다. 조립식 타일 30장에 약 6만~9만 원, 접이식 의자나 작은 테이블에 3만~6만 원, 화분과 받침에 2만~4만 원, 청소 소모품에 5천~1만5천 원 정도를 잡으면 전체가 약 11만5천~20만5천 원입니다. 이미 가진 가구를 쓰면 줄일 수 있고, 타일의 재질과 배송비에 따라 더 들 수 있습니다. 가격은 구매할 때 다시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제가 권하는 일정은 첫날 비우기와 청소 1~2시간, 치수 재기와 재료 주문 30분입니다. 바닥이 마른 뒤 타일을 까는 데 2~3시간, 가구를 놓고 동선을 바꾸는 데 1시간쯤 더 듭니다. 절단할 곳이 많거나 기존 바닥에 문제가 있으면 하루 작업으로 끝내려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페인트칠까지 하고 싶다면 세척과 건조, 보양, 여러 번 칠하는 시간까지 별도로 잡아야 합니다.
끝으로 대피공간이나 피난용 경량 칸막이 앞은 비워 둡니다. 대피공간에 물건을 쌓아 두지 말라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안내도 있습니다. 베란다가 넓어 보여도 그 자리는 꾸미는 면적에 넣지 않는 게 맞습니다. 저는 바닥을 깨끗하게 만들고 앉을 자리 하나를 둔 다음, 몇 주 써 보면서 필요한 물건만 더합니다. 그렇게 꾸민 베란다가 손도 덜 가고 오래 쓰기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