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방문을 밝은 회색으로 칠했다가 저녁마다 문이 푸르스름해 보여 다시 칠한 적이 있습니다. 매장에서 본 색표는 분명 차분했는데, 집 안 조명 아래서는 전혀 다르게 보이더군요. 그때부터 방문 페인트 색상은 색 이름보다 벽, 바닥, 조명과 나란히 놓고 고릅니다.
색을 고르기 전에 벽과 바닥부터 봅니다
방문은 닫혀 있을 때 벽 한가운데 놓이는 큰 면입니다. 그래서 벽지만 보고 고르면 바닥과 문틀에서 어긋나기 쉽습니다. 벽이 따뜻한 아이보리이고 바닥이 노란 기가 도는 나무색이라면, 푸른 기가 강한 회색 문은 생각보다 차갑게 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노란 기를 조금 덜어낸 미색이나 따뜻한 회색이 연결하기 편합니다.
반대로 흰 벽과 회색 바닥이 있는 집이라면 누런 크림색 문이 오래된 문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같은 ‘화이트’라도 순백색, 아이보리, 회색 기가 섞인 흰색은 꽤 다릅니다. 벽과 비슷하게 갈 생각이라면 벽보다 약간 어둡거나 비슷한 온도의 색을 먼저 비교합니다. 벽과 문을 꼭 똑같은 색으로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손잡이 색도 같이 봐야 합니다. 검은 손잡이는 밝은 문에서 선명하게 드러나고, 은색 손잡이는 차가운 회색 문과 붙었을 때 더 차갑게 보이기도 합니다. 문틀을 그대로 둘 계획이라면 문 색만 따로 고르지 말고 문틀 옆에 색표를 대보세요. 문틀이 누렇게 변색된 상태에서 문만 새하얗게 칠하면 색 차이가 눈에 띕니다.
작은 색표 대신 실제 문에 시험 칠합니다
색표 한 장으로 결정할 때 가장 많이 놓치는 게 면적과 빛입니다. 작은 조각에서는 무난한 색도 문 한 짝에 칠하면 훨씬 진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후보를 두세 개로 줄인 뒤 문 아래쪽이나 경첩 쪽에 가로세로 20cm 정도 시험 칠을 합니다. 기존 문이 진한 색이라면 먼저 바탕을 가리고 두 번 칠해야 완성 색에 가깝게 보입니다.
시험 칠한 자리는 아침 자연광, 낮, 저녁 조명 아래에서 각각 봅니다. 현관 쪽 방문처럼 빛이 적은 곳은 낮에도 색이 어둡게 가라앉습니다. 방 안에서 보는 면과 복도에서 보는 면의 조명도 다를 수 있고요. 하루 정도 두고 여러 시간대에 확인하면 색표를 들고 고민하는 시간보다 판단이 빨라집니다.
광택도 색만큼 중요합니다. 완전 무광은 차분하지만 손자국과 문지른 자국이 눈에 띄기 쉽습니다. 반광은 닦기 편한 대신 표면의 찍힘이나 붓 자국을 더 드러냅니다. 아이가 자주 만지는 문이라면 저는 세척 가능한 낮은 광택이나 반광 제품을 먼저 봅니다. 제품마다 광택 이름과 내구성이 다르니 포장에 적힌 방문·가구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색보다 먼저 확인할 문 상태가 있습니다
필름이 들뜨거나 문 표면이 부풀어 있다면 페인트만으로 평평해지지 않습니다. 들뜬 부분을 그대로 덮으면 새 색 아래로 윤곽이 남고, 나중에 함께 벗겨질 수 있습니다. 물먹은 문이나 모서리가 크게 깨진 문은 보수 범위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특히 화장실 앞 문 아래가 부풀었다면 습기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칠해도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기존 도장이 단단히 붙어 있는 문은 손잡이를 빼고 표면을 세척한 뒤 고운 사포로 광택을 죽입니다. 먼지를 닦아내고, 기존 도장과 새 페인트가 잘 붙는지 제품 안내에 따라 프라이머를 씁니다. 반들반들한 필름 문이나 유성 도장이 된 문은 작은 곳에 먼저 칠해 접착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손톱으로 쉽게 벗겨진다면 색을 더 고민할 단계가 아닙니다.
손잡이 분리는 대개 드라이버로 할 수 있지만, 무거운 문짝을 경첩에서 내리는 일은 혼자 무리하지 않습니다. 문을 단 채 작업해도 됩니다. 바닥을 넉넉히 덮고 경첩과 걸쇠를 가리면 됩니다. 전동 공구가 꼭 필요한 작업은 아니어서, 문 한두 짝 때문에 새 공구를 살 필요도 거의 없습니다.
문 한 짝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잡아봅니다
보통 방문 한 짝을 양면으로 칠할 때는 방문·가구용 페인트 1L 안팎부터 계산합니다. 짙은 색을 밝게 바꾸거나 문틀까지 칠하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페인트, 프라이머, 미니 롤러와 붓, 사포, 보양 테이프를 처음부터 산다면 재료비는 대략 5만~10만 원 정도를 잡습니다. 색과 제품 등급, 이미 가진 도구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견본용 소량 페인트까지 사면 그만큼 추가됩니다.
시간은 준비와 보양 1~2시간, 세척과 사포질 1시간 안팎, 칠하기는 한 번에 30분~1시간 정도로 봅니다. 다만 두 번째 칠은 제품에 적힌 재도장 간격을 지켜야 합니다. 손으로 만져서 말랐다고 바로 문을 닫으면 문틀에 달라붙거나 모서리 도막이 찍힐 수 있습니다. 작업하는 날과 문을 편하게 쓰는 날을 따로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막상 칠해 보면 색 선택보다 준비 과정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먼지를 남긴 채 서둘러 칠한 문은 좋은 색을 골라도 가까이서 보면 거칠어요. 방문 페인트 색상은 집에서 하루 동안 시험해 보고, 칠할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한 뒤 결정하는 편이 결국 덜 번거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