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약국에서 한 손님이 바나나와 토마토를 자주 먹으면 신장에 좋다는 말을 들었다며, 콩팥병이 있어도 괜찮은지 물으셨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 좋은 식품도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양을 조절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음식 이름보다 먼저 최근 검사에서 칼륨 수치가 어땠는지, 투석을 받는지, 어떤 약을 드시는지 묻습니다.
먼저 신장 상태에 따라 식탁이 달라집니다
신장에 좋은 음식 종류를 찾을 때 가장 조심할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신장 질환이 없는 분이라면 채소와 과일을 다양하게 먹고, 짠 가공식품을 줄이는 식사 습관이 기본입니다. 반면 만성콩팥병이 있다면 혈액 속 칼륨·인 수치, 신장 기능, 부종 여부에 따라 식품과 양을 조절해야 합니다. ‘신장에 좋다’는 음식 하나를 매일 많이 먹는 방식으로는 이 차이를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병·신장병연구소도 만성콩팥병 식사는 나트륨, 칼륨, 인, 단백질과 수분을 개인 상태에 맞춰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칼륨이 정상인 분에게 채소와 과일을 무조건 제한할 이유는 없습니다. 반대로 수치가 높다면 평소 건강식으로 여기던 재료도 1회 섭취량을 살펴야 합니다.
과일과 채소는 종류만큼 양이 중요합니다
칼륨을 제한하라는 안내를 받은 분에게는 사과, 배, 포도, 딸기류가 과일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채소로는 양배추, 오이, 콜리플라워, 양파 등이 비교적 칼륨이 적은 편입니다. 미국신장재단과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병·신장병연구소의 식사 자료에도 이런 식품이 예시로 나옵니다. 다만 ‘적은 편’이지 원하는 만큼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과일 한 번에 작은 것 1개 또는 잘라서 반 컵 정도를 기준으로 양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바나나, 아보카도, 감자, 토마토와 토마토 주스는 칼륨이 상대적으로 많은 식품입니다. 혈중 칼륨이 높다는 말을 들었다면 특히 주스나 채소즙처럼 여러 개를 한꺼번에 마시는 방식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검사 결과도 모른 채 바나나를 평생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식품별 제한 여부는 혈액검사 결과와 평소 먹는 양을 함께 보고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간식으로 사과 반쪽을 먹는 것과 사과를 여러 개 갈아 큰 컵으로 마시는 것은 섭취량이 다릅니다. 샐러드도 채소 자체보다 소금이 많이 든 드레싱을 듬뿍 넣는 습관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채소를 삶아 물을 버리면 일부 칼륨을 줄일 수 있지만, 이 방법만 믿고 섭취량을 늘리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소금과 단백질은 어떻게 조절할까요?
신장 건강을 생각한다면 특별한 식품을 더하는 것보다 짠맛을 줄이는 변화가 먼저일 때가 많습니다. 국제신장학회 지침인 KDIGO는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하루 나트륨 2g 미만, 소금으로 환산하면 약 5g 미만을 제안합니다. 이 수치는 국물, 김치, 젓갈, 소스,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나트륨까지 합친 양입니다. 국을 싱겁게 끓여도 국물을 끝까지 마시고 반찬에 간장을 더하면 생각보다 많이 먹게 됩니다.
‘저염 소금’도 성분표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짠맛을 내기 위해 염화칼륨을 넣은 제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칼륨 제한이 필요하거나 혈압약 중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 또는 스피로놀락톤 같은 약을 복용한다면 의료진이나 약사와 먼저 상의하세요. 약과 칼륨 섭취가 겹쳐 혈중 칼륨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단백질도 무조건 많이 먹거나 끊는 식으로 접근하면 곤란합니다. 생선, 달걀, 두부는 식사에 넣을 수 있는 단백질 식품이지만 필요한 양은 다릅니다. KDIGO는 투석하지 않는 만성콩팥병 3~5단계 성인에게 체중 1kg당 하루 단백질 약 0.8g을 제안합니다. 체중 60kg이라면 하루 약 48g이라는 뜻이며, 이는 생선 48g이 아니라 하루 음식 전체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합입니다. 투석 중이거나 영양 상태가 나쁘다면 기준이 달라지므로 이 수치만 보고 식사량을 줄이지 마세요.
물과 영양제도 음식만큼 확인해야 합니다
물을 많이 마시면 신장이 ‘씻긴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성콩팥병으로 소변량이 줄거나 부종·심부전이 있으면 수분 제한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물뿐 아니라 차, 음료, 국물도 수분 섭취량에 들어갑니다. 하루 몇 잔이 맞는지는 진료 때 받은 안내를 따르는 게 안전합니다.
인 수치가 높다면 가공식품의 인산염 첨가물도 살펴야 합니다. 미국신장재단은 인 조절이 필요한 경우 가공식품의 첨가물을 확인하도록 안내합니다. 햄이나 가공 치즈, 탄산음료를 줄이고 신선한 재료로 식사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콩이나 견과류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식단은 영양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검사 결과에 맞춰 조절해야 합니다.
약국에서는 ‘신장에 좋다’는 분말이나 고용량 비타민을 음식 대신 드시려는 분도 만납니다. 일부 녹즙·허브 제품에는 칼륨이나 인이 많을 수 있고, 비타민 C를 과량 복용하면 특정 신장결석의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영양제보다 먼저 최근 신장 기능과 칼륨·인 검사 결과, 복용 중인 약을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손님에게 드리는 답은 대개 한 식품의 이름보다 평소 식사 기록에서 시작합니다. 같은 양배추와 사과도 검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양이 달라집니다. 신장에 좋은 식사는 특별한 재료를 찾아 더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내 몸에 맞는 양을 알고 꾸준히 먹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