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발음 기호를 제대로 읽는 방법

중국어 발음 기호를 제대로 읽는 방법

상하이에서 살 때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했는데, 같은 말을 세 번 해도 못 알아들은 적이 있습니다. 주소를 보여주자 바로 알더군요. 단어는 맞았지만 성조와 첫소리가 흐릿했습니다. 중국어 발음 기호인 병음은 글자 위에 붙은 장식이 아닙니다. 상대가 내가 말한 단어를 알아듣게 해 주는 길잡이에 가깝습니다.


한자 옆의 알파벳을 영어처럼 읽지 않기


병음은 한자의 소리를 로마자로 적은 체계입니다. 처음 배울 때 영어 알파벳과 모양이 같아서 편해 보이죠. 그런데 그 익숙함 때문에 틀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병음의 q를 영어 단어의 q처럼 읽으면 请(qǐng)의 첫소리가 달라집니다. x도 영어의 ‘엑스’에서 떠올리는 소리로 읽지 않습니다.


한 음절은 대체로 첫소리인 성모, 그 뒤의 운모, 그리고 성조로 봅니다. 妈(mā)를 보면 m이 성모, a가 운모이고, a 위의 선이 1성을 나타냅니다. 성모가 없는 음절도 있습니다. 爱(ài)가 그런 경우입니다. 병음을 볼 때 알파벳을 왼쪽부터 하나씩 영어식으로 소리 내기보다, 음절을 묶어 읽는 습관이 먼저 필요합니다.


제가 수업에서 자주 쓰는 방법은 한자를 잠시 가리고 병음만 읽은 뒤, 실제 음성을 듣고 다시 말하는 것입니다. 뜻을 이미 아는 단어는 눈이 발음을 대신해 버릴 때가 있거든요. 특히 자주 쓰는 我(wǒ), 去(qù), 吃(chī)부터 소리를 확인하면 익숙한 단어에 남아 있던 발음 습관이 드러납니다.


성조 표시를 음의 높이와 움직임으로 읽기


성조는 네 가지입니다. 1성 mā는 높은 음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2성 má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갑니다. 3성 mǎ는 낮게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형태로 배우며, 4성 mà는 높은 곳에서 짧고 분명하게 떨어집니다. 표시가 없는 중성 ma는 앞 음절에 기대어 가볍게 납니다. 다섯 소리를 모두 ‘마’라고 적어 놓으면 중요한 차이가 사라집니다.


성조를 외울 때 손으로 선을 그리며 소리를 내면 방향을 잡기 쉽습니다. 다만 3성을 매번 깊게 내려갔다 크게 올리면 실제 말의 흐름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3성 뒤에 다른 음절이 이어질 때는 대개 낮게 머무는 쪽으로 실현됩니다. 교재 그림의 굽은 선을 모든 자리에서 똑같이 재현하려 애쓰기보다, 이어지는 말을 듣고 높낮이를 익히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你好(nǐ hǎo)는 좋은 예입니다. 3성이 연달아 오면 앞의 3성을 2성처럼 읽어서 실제로는 ní hǎo에 가깝게 말합니다. 병음 표기는 그대로 nǐ hǎo인 경우가 많으니, 적힌 성조와 이어 말할 때의 소리를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不(bù)도 뒤에 4성이 오면 不去(bú qù)처럼 2성으로 바뀝니다. 표기만 보고 bù qù를 힘주어 읽으면 회화의 리듬이 어색해집니다.


광고

헷갈리는 첫소리는 혀의 자리와 바람으로 구별하기


한국어 화자가 특히 많이 헷갈리는 짝은 b와 p, d와 t, g와 k입니다. 병음 b·d·g와 p·t·k의 큰 차이는 숨이 터져 나오는 정도입니다. p·t·k에서 바람이 더 강하게 나옵니다. 한국어 ‘ㅂ’과 ‘ㅍ’이라는 이름만 붙여 외우면 실제 소리의 차이를 놓치기 쉽습니다. 입 앞에 얇은 종이를 대고 bā와 pā를 번갈아 말해 보면 pā에서 종이가 더 크게 움직입니다.


또 하나는 j·q·x와 zh·ch·sh입니다. j·q·x는 혀의 앞부분을 입천장 앞쪽에 가깝게 두고, zh·ch·sh는 혀끝을 뒤쪽으로 말아 소리 냅니다. 去(qù)와 处(chù)를 둘 다 ‘추’로만 기억하면 말할 때 입 모양을 고칠 단서가 없습니다. 한글 표기는 첫 느낌을 잡는 데 쓸 수 있지만, 병음과 성조 표시까지 함께 봐야 구별이 남습니다.


吃(chī), 是(shì), 四(sì)의 끝에 적힌 i도 눈여겨보세요. 여기의 i는 米(mǐ)의 i처럼 선명한 ‘이’가 아닙니다. 그래서 shì를 ‘시’ 한 글자로 고정해 외우면 혀의 위치가 자꾸 앞으로 옵니다. 저는 이 세 단어를 따로따로 여러 번 읽기보다 짧은 문장에 넣어 듣게 합니다. ‘吃什么(chī shénme)?’처럼 이어 말할 때 첫소리와 성조가 어떻게 살아 있는지 더 잘 들립니다.


ü가 사라진 듯 보이는 병음 읽기


去(qù)의 모음은 u라고 적혀 있지만, 입술을 둥글게 모은 상태에서 ‘이’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ü입니다. j·q·x 뒤에서는 ü의 점 두 개를 쓰지 않는 표기 규칙 때문입니다. 鱼(yú)도 표기는 yu지만 같은 계열의 모음입니다. 반면 女(nǚ), 绿(lǜ)에서는 점 두 개를 남겨 u와 구별합니다.


이 규칙을 모르고 qù를 ‘쿠’ 비슷하게 읽는 분이 많습니다. 去를 말할 때는 먼저 ‘이’를 내는 혀의 자리를 잡고 입술만 둥글게 모아 보세요. 입술을 크게 벌리면 다른 소리가 됩니다. 점이 보이느냐보다 어느 자리에 어떤 모음이 오는지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성조 표시를 찾을 때도 규칙이 있습니다. 모음이 여럿이면 대체로 a, o, e를 우선하고, iu와 ui에서는 뒤에 적힌 모음에 표시합니다. 그래서 六(liù)는 u 위에, 贵(guì)는 i 위에 성조가 있습니다. 표시 위치가 눈에 익으면 처음 보는 병음도 한 음절로 묶어 읽기 편해집니다.


교실에서는 틀려도 문맥으로 알아듣는 일이 많습니다. 거리에서는 상대가 내 말을 미리 예상하지 않죠. 그래서 새로운 단어를 만날 때 한자와 뜻만 적지 말고 병음에 성조까지 함께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한 음절을 정확히 듣고 따라 말하는 시간이 쌓이면, 길에서 내 말이 한 번에 통하는 순간도 조금씩 늘어납니다.

중국어 발음 기호를 제대로 읽는 방법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