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 률 구분은 왜 앞말의 받침에 달렸을까요?

1회
율 률 구분은 왜 앞말의 받침에 달렸을까요?

수업 시간에 ‘백분율’과 ‘합격률’을 나란히 적으면 학생들이 잠시 멈춥니다. 둘 다 비율을 뜻하는데 왜 하나는 ‘율’이고 다른 하나는 ‘률’일까요? 뜻으로 가르치면 이내 헷갈립니다. 이럴 때는 말을 소리 내어 보고, 앞말의 끝을 살피는 편이 오래 남습니다.

같은 ‘비율’인데 글자가 달라진 까닭

‘율’과 ‘률’의 바탕에는 한자어 ‘률’이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11항은 한자어 ‘렬, 률’이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올 때 ‘열, 율’로 적도록 합니다. 말하는 과정에서 그 자리의 소리가 달라진 것을 표기에 반영한 것이지요. 그래서 ‘비율’은 ‘비’ 뒤에 ‘율’, ‘백분율’은 ‘분’ 뒤에 ‘율’이 옵니다. 반면 ‘합격률’의 ‘격’ 뒤에는 ‘률’이 옵니다.

이 현상을 두음 법칙과 연결해 기억하는 분도 있습니다. 다만 ‘율’이 단어 첫머리에만 오는 것은 아닙니다. ‘백분율’처럼 단어 안에서도 앞 음절이 무엇으로 끝나는지에 따라 표기가 달라집니다. 외울 때는 앞말의 마지막 글자를 먼저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서는 ‘율’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면 ‘율’을 씁니다. ‘증가율’은 ‘가’에 받침이 없고, ‘실패율’의 ‘패’도 모음으로 끝납니다. ‘비율’ 역시 ‘비’ 뒤에 ‘율’이 이어집니다. 받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세 단어를 따로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ㄴ’ 받침 뒤도 같습니다. ‘백분율’의 ‘분’, ‘출산율’의 ‘산’, ‘할인율’의 ‘인’이 그 자리입니다. 그래서 ‘백분률’, ‘출산률’, ‘할인률’로 적지 않습니다. ‘환율’의 ‘환’도 살펴볼 만합니다. 짧은 단어라 통째로 기억하기 쉽지만, 이 역시 ‘ㄴ’ 받침 뒤에 ‘율’이 온 사례입니다.

여기서 ‘ㄴ 받침’은 앞말 어딘가에 ‘ㄴ’이 들어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바로 앞 음절의 끝이 ‘ㄴ’이어야 합니다. ‘성장률’에는 ‘성’에 받침 ‘ㅇ’이 있고 ‘장’에도 받침 ‘ㅇ’이 있습니다. ‘ㄴ’이 없다는 점보다 마지막 음절 ‘장’이 무엇으로 끝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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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받침 뒤에서는 ‘률’

앞말의 마지막 음절에 ‘ㄴ’이 아닌 받침이 있으면 ‘률’을 씁니다. ‘합격률’의 ‘격’은 ‘ㄱ’, ‘취업률’의 ‘업’은 ‘ㅂ’, ‘성공률’의 ‘공’은 ‘ㅇ’ 받침으로 끝납니다. ‘사망률’과 ‘실업률’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증가율·실패율: 앞말이 모음으로 끝남
  • 백분율·출산율·할인율: 앞말이 ‘ㄴ’ 받침으로 끝남
  • 합격률·취업률·성공률: 앞말이 그 밖의 받침으로 끝남

실제 문장에서는 ‘합격율이 높다’보다 ‘합격률이 높다’, ‘출산률이 낮다’보다 ‘출산율이 낮다’가 맞습니다. 숫자와 함께 자주 쓰는 말이라 표 하나를 만들 때도 눈에 띕니다. 단어 전체의 뜻을 다시 따지기보다 마지막 음절 하나를 확인하면 빠릅니다.

앞말이 한자어인지 외래어인지에 따라 갈리는 것도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은 ‘부킹률’처럼 외래어가 ‘ㄴ’ 이외의 받침으로 끝날 때도 ‘률’을 붙인다고 설명합니다. ‘율’과 ‘률’을 비율의 뜻으로 쓰는 말에서 앞말의 종류보다 끝소리를 먼저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율’이 모두 같은 뜻은 아닙니다

‘비율’과 ‘법률’을 비교하면 또 하나가 보입니다. 비율의 ‘율’에는 비율을 뜻하는 한자 ‘率’이 쓰이고, 법률의 ‘률’에는 법칙을 뜻하는 ‘律’이 쓰입니다. 한자의 뜻은 다르지만 표기를 가르는 자리는 같습니다. ‘법’이 ‘ㅂ’ 받침으로 끝나므로 ‘법률’이고, ‘선’이 ‘ㄴ’ 받침으로 끝나는 ‘선율’은 ‘율’입니다.

‘운율’도 ‘운’의 ‘ㄴ’ 뒤에 ‘율’이 옵니다. 선율과 운율은 음악이나 시의 흐름을 말하고, 백분율과 합격률은 수치를 말합니다. 뜻이 다른 단어에도 같은 표기 원리가 작용하는 셈이지요. 그래서 ‘비율을 뜻하면 율, 법이나 음악을 뜻하면 률’처럼 의미로 구분하면 금방 어긋납니다.

저는 학생들이 ‘백분율’을 틀릴 때 정답을 세 번 쓰게 하기보다 ‘분’에 동그라미를 치게 합니다. ‘합격률’에서는 ‘격’을 보게 하고요. 두 단어가 서로 다르게 적히는 이유를 자기 눈으로 찾으면, 처음 보는 ‘흡연율’이나 ‘굴절률’ 앞에서도 같은 자리를 살피게 됩니다. 맞춤법은 낱말마다 답을 외우는 일보다, 말이 굳어진 길을 따라가 보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율 률 구분은 왜 앞말의 받침에 달렸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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