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며 배운 게 있다. 짐은 여행지 사진보다 묵을 방의 조건에 맞춰 싸야 한다는 것. 런던 여행 준비물도 마찬가지다. 멋진 코트 한 벌보다 콘센트 위치, 엘리베이터 유무, 젖은 신발을 말릴 공간이 실제 여행을 더 크게 좌우한다.
예약 화면에서 먼저 확인할 것
런던 숙소 사진에서 넓어 보이던 방도 캐리어 두 개를 펼치면 발 디딜 틈이 좁을 수 있다. 예약할 때 객실 면적을 숫자로 확인하고, 최근 투숙객 사진에서 침대 옆 통로와 짐 놓을 자리를 본다. 욕실 사진만 여러 장이고 객실 전체 사진이 없다면 공간을 더 꼼꼼히 살피는 편이다.
내가 특히 보는 건 엘리베이터, 에어컨, 냉장고, 세탁 시설이다. 영국의 오래된 건물을 숙소로 쓰는 곳에서는 계단이 좁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있다. 큰 캐리어를 들고 이동할 계획이라면 ‘몇 층인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여름에는 에어컨 제공 여부를, 일주일 넘게 묵는다면 세탁기나 근처 빨래방을 확인한다. 숙소에 없는 물건을 짐으로 해결하려다 보면 가방만 무거워진다.
옷은 날짜보다 겹쳐 입을 수 있게
런던에 간다고 두꺼운 외투부터 넣으면 낮에 걸을 때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출발 직전 예보를 보고, 기본 티셔츠에 얇은 니트나 셔츠, 바람을 막아 줄 겉옷을 겹치는 식으로 챙긴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한 벌의 두꺼운 옷보다 조합 가능한 옷 두세 벌이 낫다. 비가 걱정된다면 작은 우산과 가벼운 방수 겉옷 중 실제로 들고 다닐 쪽을 고른다.
신발은 사진보다 발을 기준으로 고른다. 관광 일정에 걷는 시간이 길다면 이미 신어 본 편한 신발 한 켤레가 새 운동화 두 켤레보다 쓸모 있다. 젖었을 때를 대비해 여분 양말도 넣는다. 짐을 줄이고 싶다면 옷을 여행 일수만큼 채우기보다 세탁할 날짜를 한 번 잡는 게 현실적이다.
여권 다음으로 확인할 건 입국 허가와 결제 수단
서류는 옷보다 먼저 챙긴다. 여권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항공권, 숙소 예약 내역, 귀국 일정을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다. 화면이 열리지 않을 때를 대비해 예약 번호와 숙소 주소는 오프라인에서도 볼 수 있게 해 두면 좋다. 영국 정부 안내에 따르면 관광객은 국적과 체류 목적에 따라 전자여행허가인 ETA 또는 비자가 필요할 수 있다. 한국 여권으로 여행한다면 출발 전에 영국 정부 안내에서 본인에게 필요한 허가를 확인하고 승인까지 받아 둬야 한다. ETA 비용과 규정은 바뀔 수 있으니 오래된 후기의 금액만 믿고 신청하지 않는다.
런던 교통은 비접촉 결제 카드나 휴대전화로 이용할 수 있다. 런던교통공사는 승차와 하차 때 같은 카드 또는 같은 기기를 사용하라고 안내한다. 휴대전화로 찍고 나올 때 실물 카드로 찍으면 서로 다른 결제 수단으로 처리될 수 있다. 해외 결제가 되는 카드 한 장을 준비하고, 휴대전화 배터리가 꺼졌을 때 쓸 예비 결제 수단도 따로 둔다. 카드사의 해외 결제 수수료도 출발 전에 확인한다.
어댑터 하나보다 충전 동선을 챙긴다
영국은 납작한 핀 세 개가 달린 G형 플러그를 쓴다. 영국 관광청 안내에도 이 규격이 명시돼 있다. 한국 플러그를 그대로 꽂을 생각이라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막힌다. G형 변환 어댑터를 챙기고, 노트북이나 헤어 기기처럼 전력을 많이 쓰는 제품은 본체의 입력 전압 표시도 확인한다. 변환 어댑터는 플러그 모양을 바꿔 주는 물건이지 전압을 바꿔 주는 물건은 아니다.
숙소 리뷰를 볼 때 침대 옆 콘센트 이야기가 있는지도 눈여겨본다. 콘센트가 책상 뒤에만 있으면 휴대전화 충전이 생각보다 불편하다. 휴대전화, 카메라, 이어폰을 함께 쓴다면 여러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와 케이블을 준비하되, 멀티탭 사용 가능 여부는 숙소 규정을 확인한다. 보조배터리는 항공사 기내 반입 기준도 출발 전에 살펴야 한다.
세면도구는 숙소 제공 목록을 확인한 뒤 부족한 것만 넣는다. 사진에 샴푸가 보여도 지금 제공하는 제품이나 수량이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 기내에 액체를 들고 탈 계획이라면 출발·환승·귀국 공항의 규정을 각각 봐야 한다. 영국 정부 안내상 대부분의 영국 공항에서는 100밀리리터를 넘는 액체 용기를 보안 검색대로 가져갈 수 없지만, 공항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오래 쓰는 화장품은 위탁 수하물에 넣고, 기내에는 당장 필요한 소량만 두는 편이 편했다.
내 런던 여행 준비물 목록의 맨 위에는 결국 여권과 입국 허가, 결제 수단, 편한 신발, G형 어댑터가 남는다. 그다음은 예약한 방과 여행 계절이 결정한다. 숙소에서 무엇을 제공하는지 한 번만 제대로 확인해도 캐리어에 괜히 넣는 물건이 꽤 줄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