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상식이 끝나고 나면 작품상 수상작부터 찾아보게 됩니다. 그런데 수상작 한 편만 확인하면, 함께 후보에 오른 영화들이 보여준 취향의 폭을 놓치기 쉽습니다. 2026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은 어떤 영화가 받았고, 후보작 중에서는 무엇부터 보면 좋을까요?
2026년 작품상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2026년 3월 15일 열렸고, 2025년 공개된 영화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작품상 수상작은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입니다. 시상식이 열린 해와 영화의 공개 연도가 달라서 헷갈리기 쉬운데, ‘2026년 작품상 수상작’이라고 부를 때는 이 영화를 가리킵니다.
이 영화는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편집상, 캐스팅상까지 6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아카데미 공식 수상 기록을 보면 연기 한 부문만 두드러진 결과가 아닙니다. 인물의 관계를 풀어가는 방식과 장면을 이어 붙이는 리듬에도 주목해 볼 만한 이유가 생긴 셈이죠. 다만 수상 개수가 곧 개인의 만족도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빠른 전개를 기대하는지,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따라가는 영화를 좋아하는지에 따라 감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오른 9편은 어떤 영화였을까?
2026년 작품상 후보는 모두 10편이었습니다. 수상작 외에 ‘씨너스’, ‘햄넷’, ‘센티멘털 밸류’, ‘프랑켄슈타인’, ‘부고니아’, ‘F1’, ‘마티 슈프림’, ‘시크릿 에이전트’, ‘트레인 드림스’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카데미가 발표한 후보 목록을 보면 한 가지 장르나 규모의 영화만 모인 해가 아니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특히 ‘씨너스’는 작품상을 받지 못했지만 남우주연상, 촬영상, 음악상, 각본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작품상과 개별 부문 수상이 늘 같은 영화로 향하지 않는다는 좋은 사례입니다. ‘햄넷’의 제시 버클리는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센티멘털 밸류’는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습니다. 배우의 연기를 먼저 보고 싶다면 ‘햄넷’, 미국 밖의 작품까지 시야를 넓히고 싶다면 ‘센티멘털 밸류’를 눈여겨볼 수 있겠습니다.
또 ‘F1’은 음향상, ‘프랑켄슈타인’은 미술상과 의상상 등을 받았습니다. 화면과 소리의 체험을 우선하는 관객에게는 이런 부문별 결과가 작품상 수상 여부보다 더 실용적인 단서일 때도 있습니다. 후보작 열 편을 전부 같은 기준으로 줄 세우기보다, 자신이 영화관에서 기대하는 감각이 무엇인지 먼저 떠올려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작품상은 누가 고르고 무엇을 보나?
작품상은 감독상이나 연기상처럼 한 직군의 성과만 가리키는 상이 아닙니다. 아카데미의 투표 안내에 따르면 작품상 후보 선정에는 여러 분야의 회원이 참여하고, 최종 수상작 투표에도 자격을 갖춘 회원들이 참여합니다. 2026년에는 작품상 후보가 10편이었으며, 최종 투표에 참여하려면 해당 부문 후보작을 모두 봐야 한다는 규정도 적용됐습니다.
그래서 작품상 결과를 ‘그해 흥행 1위’나 ‘평점 1위’로 읽으면 어긋납니다. 흥행은 얼마나 많은 관객이 표를 샀는지를 보여주지만, 작품상은 영화계 회원들의 투표 결과입니다. 화제성이 큰 영화가 후보에 오를 수는 있어도 관객 수만으로 수상작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작은 규모의 영화도 후보 목록에서 발견할 수 있죠. 작품상이라는 이름 때문에 모든 관객에게 가장 재미있는 영화라는 보증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한 해 영화들을 바라본 영화계의 선택에 가깝습니다.
다음 작품상 후보는 언제 알 수 있을까?
2026년 10월 현재, 다음인 제9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후보와 수상작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아카데미가 공개한 일정상 후보 발표일은 2027년 1월 21일, 시상식은 3월 14일입니다. 연말에 거론되는 유력작은 어디까지나 예상이므로, 지금부터 ‘내년 작품상 확정’이라고 적힌 글은 날짜를 먼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당장 한 편을 고른다면 수상작인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 시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연기가 궁금하면 ‘햄넷’, 음악과 촬영이 궁금하면 ‘씨너스’, 소리의 현장감을 찾는다면 ‘F1’처럼 관심사를 따라 옮겨가면 됩니다. 저는 작품상 발표가 관람 목록의 끝이 아니라, 미처 보지 못한 후보작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때 가장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