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공항 면세점에서 산 가방 영수증을 꺼내며 물었다. “면세점에서 샀는데 입국할 때도 세금을 내?” 여행 준비할 때는 쇼핑 목록부터 적기 쉬운데, 돌아올 때 적용되는 면세 한도는 따로 챙겨야 한다. 계산 방법을 알고 있으면 매장에서 가격표를 볼 때도 판단이 한결 편해진다.
기본 면세 한도는 1인당 800달러
한국으로 입국하는 여행자의 일반 휴대품 면세 한도는 1인당 미화 800달러다. 해외 매장에서 산 옷과 가방, 출국장 면세점에서 산 화장품, 입국장 면세점에서 산 물건까지 국내로 가져오는 구매품을 함께 본다. 관세청은 선물로 받았거나 남에게 줄 물건도 반입 물품으로 취급한다. 공짜로 받았다고 계산에서 빠지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현지에서 신발 250달러, 공항 면세점에서 가방 480달러를 샀다면 합계는 730달러다. 일반 물품 기준으로는 800달러 안에 들어온다. 여기에 120달러짜리 선글라스를 더 사면 합계가 850달러가 되어 신고 대상이다. 면세점 영수증과 현지 구매 영수증을 따로 보관하더라도 입국할 때 계산은 함께 한다.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게 ‘면세점에서 세금 없이 샀으니 입국 때도 면세’라는 생각이다. 매장에서 적용받은 면세와 한국에 들여올 때의 면세 한도는 별개의 문제다. 출국 전에 산 물건을 여행 내내 들고 다니다가 다시 가져오는 경우도 같다. 포장을 뜯어 사용했더라도 구매 사실과 가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술·담배·향수는 따로 계산한다
술, 담배, 향수에는 일반 물품 800달러와 별도로 적용되는 범위가 있다. 현재 관세청 안내 기준으로 술은 합계 용량 2리터 이하이면서 합계 가격이 400달러 이하, 궐련은 200개비, 향수는 100밀리리터까지다. 술은 용량과 가격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1리터짜리 술 한 병이라도 가격이 400달러를 넘으면 별도 면세 범위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령 옷과 잡화를 합쳐 760달러어치 사고, 별도로 100밀리리터 향수 한 병을 가져온다면 향수는 일반 물품 800달러 계산에 넣지 않고 별도 범위를 확인한다. 반대로 향수가 100밀리리터를 넘거나 술이 2리터를 넘으면 초과 물품의 과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담배도 여러 종류를 가져온다면 종류별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 궐련 200개비라는 숫자를 모든 담배에 그대로 적용하면 곤란하다.
만 19세 미만 여행자에게는 술과 담배의 별도 면세 범위가 적용되지 않는다. 가족 여행이라면 아이 몫까지 술이나 담배 한도를 늘려 계산하지 않는 게 맞다. 오래된 여행 정보에는 향수 60밀리리터처럼 이전 기준이 남아 있기도 하다. 구매 직전에 관세청 안내를 다시 확인하면 이런 차이 때문에 당황할 일이 줄어든다.
가족과 함께 가도 물건 한 개는 나눠 계산할 수 없다
면세 한도는 사람마다 적용되지만, 비싼 물건 하나를 가족 수만큼 쪼개서 계산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부부가 함께 입국하며 1,200달러짜리 가방 한 개를 가져온다고 해서 각자 600달러씩 쓴 것으로 처리되지는 않는다. 그 가방은 한 사람이 가져오는 물건으로 본다. 함께 여행한다는 이유만으로 한 개의 가격이 두 사람의 한도에 나뉘어 들어가지는 않는 셈이다.
대신 각자 실제로 산 물건은 구매자별로 챙겨 보면 된다. 한 사람은 500달러짜리 코트, 다른 사람은 600달러짜리 가방을 샀다면 두 물건을 무조건 한 사람의 800달러에 합칠 이유는 없다. 다만 누가 사용하고 반입하는 물건인지 실제 상황에 맞아야 한다. 비싼 물건을 다른 가족의 가방에 넣었다고 소유자나 반입자가 바뀌는 건 아니다.
음식과 건강기능식품도 가격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다. 농축수산물은 검역과 수량 기준이 따르고, 일부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은 반입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가격이 800달러 아래여도 무조건 들여올 수 있는 물건은 아니라는 뜻이다. 선물용 식품을 여러 개 살 예정이라면 성분과 반입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마음 편하다.
800달러를 넘었다면 입국할 때 신고하면 된다
장바구니를 합산해 면세 한도를 넘었다면 영수증을 챙겨 입국할 때 신고하면 된다. 관세청은 신고할 물품이 있는 여행자에게 휴대품 신고를 받으며, 모바일 신고도 가능하게 운영한다. 세금은 물품 종류와 적용 세율, 통관 시점의 환율 등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초과한 금액에 무조건 몇 퍼센트’라고 계산하기보다 관세청의 여행자 휴대품 예상 세액 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정확하다.
자진신고하면 관세의 30%를 최대 20만 원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반면 신고하지 않은 물건이 적발되면 납부할 세액의 40%에 해당하는 가산세가 붙을 수 있고, 반복 위반은 더 무거워진다. 영수증을 버리면 구매 가격을 설명하기 번거로워지니 종이 영수증이나 결제 내역을 남겨 두는 게 좋다.
저는 여행 중 쇼핑할 때 휴대전화 메모에 물건값을 달러로 적어 둔다. 800달러에 가까워질수록 살지 말지 판단하기가 쉬워지고, 돌아오는 길에도 기억을 더듬을 필요가 없다. 면세 한도는 쇼핑을 막는 숫자라기보다 귀국할 때 예상치 못한 지출을 피하도록 도와주는 기준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