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여행 일정을 짜다 보면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 어느 순서로 돌지 막막해진다. 바다를 보고 시장에 갔다가 다시 해변으로 돌아오면 이동하는 데 시간을 다 쓰기 쉽다. 속초가볼만한곳은 가까운 곳끼리 묶고, 설악산처럼 시간이 필요한 곳은 따로 잡으면 하루가 훨씬 여유롭다.
바다가 보고 싶다면 영금정과 동명항부터
속초에 도착해 바다를 먼저 보고 싶다면 영금정이 좋은 출발점이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와 바다 위 해돋이정자를 함께 볼 수 있다. 사진 한 장 찍고 떠나기보다는 잠깐 서서 파도 소리를 듣는 편이 이곳과 더 잘 어울린다. 속초시 관광 안내에서도 영금정을 일출 명소로 소개한다.
영금정 근처에는 동명항이 있어 산책 뒤 식사 동선을 잡기에도 편하다. 다만 일출을 볼 생각이라면 해 뜨는 시각만 맞추지 말고 이동과 주차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게 좋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같은 바다라도 체감 온도가 꽤 낮다. 계절에 관계없이 겉옷 하나를 챙기면 오래 머물기 편하다.
좀 더 느긋하게 걷고 싶다면 영랑호로 방향을 돌려도 좋다. 바다와 달리 물결이 잔잔해서 대화하며 걷기 좋고, 날씨가 맑으면 호수 너머 산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영금정에서 바다를 본 뒤 영랑호에서 잠시 쉬는 식으로 잡으면 비슷한 전망만 연달아 보는 느낌도 덜하다.
아바이마을과 시장은 한 번에 묶기
속초관광수산시장과 아바이마을은 함께 둘러보기 좋다. 시장에서 간식을 고른 뒤 갯배를 타고 수로를 건너면 여행 분위기가 달라진다. 갯배는 쇠줄에 갈고리를 걸어 당기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속초시가 소개하는 아바이마을 걷기 코스는 시장에서 갯배선착장과 마을을 잇는 약 3km 길이다. 전부 걷지 않아도 갯배를 타고 마을 골목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재미있다.
아바이마을은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정착하며 형성된 곳이다. 그래서 이곳의 음식은 단순한 관광 먹거리를 넘어 마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아바이순대나 함흥냉면이 눈에 띄지만, 한 끼에 여러 메뉴를 무리해서 넣을 필요는 없다. 식사는 마을에서 하고 시장에서는 간식을 조금씩 고르면 걷는 내내 부담이 덜하다.
시장에서는 유명한 가게 한 곳만 목표로 삼으면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먼저 한 바퀴 돌며 먹고 싶은 것을 고르고, 바로 먹을 음식과 숙소로 가져갈 음식을 나눠 사는 편이 편하다. 특히 닭강정처럼 포장해서 먹기 좋은 음식은 여행 중간에 들고 다니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시장을 떠나기 직전에 사는 게 낫다. 갯배 운행은 날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당일 현장 안내를 확인하자.
속초해수욕장에서 외옹치까지 천천히 걷기
속초해수욕장은 모래사장에 내려서 바다를 넓게 바라보기 좋다. 그런데 해변에서만 시간을 보내기 아쉽다면 외옹치 바다향기로 쪽으로 걸음을 이어가면 된다. 속초시 관광 안내에 소개된 이 길은 해안 절경과 해송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산책로다. 탁 트인 해변에서 걷다가 바위 가까이 이어지는 길로 접어들면 풍경이 달라져 지루하지 않다.
이 구간은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걷는 일정이 잘 맞는다. 바람이 센 날에는 모자보다 손이 자유로운 겉옷이 편하고, 데크 구간에서는 발에 잘 맞는 신발이 좋다. 비나 강풍 뒤에는 산책로 이용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출발 전에 속초시 관광 안내를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해변 산책을 마친 뒤 저녁을 먹을 예정이라면 너무 늦게 출발하지 않는 편이 좋다. 해가 짧은 계절에는 바다색이 금세 어두워진다. 반대로 한낮에 햇볕이 강할 때는 해변에서 오래 버티기보다 잠시 실내에서 쉬었다가 늦은 오후에 걷는 일정이 한결 편하다. 바다는 같은 장소라도 시간대에 따라 인상이 꽤 다르다.
설악산은 시내 일정과 분리해서 가기
설악산을 넣는 날에는 시내 관광지를 여러 곳 더하려는 욕심을 조금 줄이는 게 좋다. 설악산은 입구까지 이동하는 시간에 걷는 시간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가볍게 산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과 본격적으로 탐방로를 걷고 싶은 사람의 일정도 달라야 한다. 함께 가는 사람의 체력에 맞춰 목적지를 먼저 고르면 현장에서 서두를 일이 적다.
탐방로를 걸을 계획이라면 국립공원공단이 안내하는 코스별 난이도와 입산 시간, 통제 현황을 출발 전에 확인하자. 산에서는 맑던 날씨가 달라질 수 있고, 계절에 따라 이용 가능한 길도 바뀐다. 특히 늦은 시간에 긴 코스를 시작하면 돌아오는 길이 부담스럽다. 짧게 걷더라도 물과 편한 신발은 챙기는 편이 좋다.
설악산에서 내려온 뒤에는 청초호 주변에서 하루를 마치는 동선도 괜찮다. 청초호 호수공원은 시내에서 잠깐 걷거나 앉아서 쉬기 좋다. 낮에는 설악산의 큰 풍경을 보고, 저녁에는 호숫가를 천천히 걸으면 하루의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하루만 머문다면 영금정, 시장과 아바이마을, 속초해수욕장 중 취향에 맞는 두 구역을 고르는 편이 알차다. 하룻밤을 묵는다면 설악산에 반나절 이상을 따로 내줄 수 있다. 속초는 장소를 많이 찍고 다니는 것보다 바다 앞에서 잠시 멈추고, 골목에서 한 끼 먹는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는 도시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