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주소 표기 방법은 왜 거꾸로 쓸까요?

1회
영문주소 표기 방법은 왜 거꾸로 쓸까요?

얼마 전 학생이 해외에서 보낼 소포의 주소를 적다가 물었습니다. “서울을 먼저 쓰면 안 되나요?” 한글 주소에는 ‘서울특별시 강남구’가 앞에 오는데, 영문주소에서는 건물번호와 도로명이 먼저 보이니 낯설 만합니다. 순서를 외우기 전에 주소가 읽히는 방향을 떠올리면 훨씬 쉽습니다.

작은 곳에서 큰 곳으로 읽는 까닭

한글 도로명주소는 큰 지역에서 출발해 건물로 좁혀 갑니다. ‘서울특별시 → 강남구 → 강남대로10길 → 109’처럼요. 영문 도로명주소는 이 흐름을 뒤집어 건물번호와 도로명부터 적고, 그다음 구와 시·도를 적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안내한 표기 순서도 작은 단위에서 큰 단위로 나아갑니다. 주소의 구성 요소가 바뀌는 게 아니라, 읽는 방향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행정안전부의 예시인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10길 109’를 영문으로 쓰면 ‘109, Gangnam-daero 10-gil, Gangnam-gu, Seoul’입니다. 맨 앞의 109는 건물번호이고, Gangnam-daero 10-gil은 도로명입니다. 숫자 10이 길 이름 가운데 들어가 있으므로 건물번호 109와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쉼표를 기준으로 덩어리를 나누어 읽으면 처음 보는 주소도 구조가 보입니다.

여기서 ‘영문주소’라는 말도 짚어 둘 만합니다. 주소를 영어 단어로 번역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강남을 ‘South of the River’처럼 뜻으로 옮기지 않고 Gangnam으로 적는 것처럼, 우리 지명을 로마자로 나타내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도로명에 붙는 ‘대로·로·길’도 임의로 바꾸기보다 조회된 표기를 따르는 편이 정확합니다.

도로명은 소리만 듣고 적어도 될까요?

‘대로’는 보통 -daero, ‘로’는 -ro, ‘길’은 -gil로 나타냅니다. ‘번길’이 들어간 도로명은 -beon-gil처럼 적힌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만 알고 도로명 전체를 직접 영문으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말 소리를 로마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철자가 나올 수 있고, 도로명 자체도 정확히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립국어원은 도로명의 영문 표기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따른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표기법을 외워 주소를 처음부터 조립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소정보누리집에서 한글 도로명주소를 검색한 뒤 함께 나오는 영문주소와 우편번호를 확인하면 됩니다. 특히 이사했거나 도로명이 바뀐 곳은 예전에 저장해 둔 영문 표기를 그대로 쓰기보다 현재 주소를 다시 조회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지번주소를 알고 있다면 먼저 해당 장소의 도로명주소를 찾으세요. 예컨대 ‘○○동 몇 번지’의 ‘동’을 영어로 어떻게 옮길지 고민하는 것보다, 그 장소에 부여된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영문주소 표기 방법의 출발점은 번역 솜씨가 아니라 정확한 원주소입니다.

광고

아파트 동·호수는 어디에 넣을까요?

주소 검색 결과에 건물의 영문주소가 보여도 내가 사는 동과 호수까지 들어 있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도로명과 건물번호는 건물을 찾게 하고, 동·호수는 그 건물 안에서 받을 곳을 찾게 합니다. 그래서 공동주택에 산다면 상세주소를 따로 확인해 적어야 합니다. 같은 아파트 101동 1203호와 102동 1203호는 건물 밖에서 보면 비슷해도 배달할 곳은 다르니까요.

행정안전부의 영문 표기 안내에는 ‘705동 1104호’를 ‘705-dong 1104-ho’로 적은 예와 ‘705-1104’로 줄여 적은 예가 함께 나옵니다. 층수도 ‘3-cheung’ 또는 ‘3F’처럼 나타낼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한 가지 모양만이 절대적인 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한 주소 안에서는 동과 호수를 빠뜨리지 않고, 숫자의 순서를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세주소를 포함한 전체 주소를 한 줄로 적는다면 ‘101-dong 1203-ho, 건물번호 도로명, 구, 시·도’처럼 작은 단위부터 시작합니다. 아파트 이름이나 법정동 이름은 필요한 경우 덧붙일 수 있지만, 그것만 적고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빼면 주소의 뼈대가 흐려집니다. 건물명은 길을 찾는 데 보탬이 되는 정보로 생각하면 편합니다.

해외 쇼핑몰의 여러 칸에는 어떻게 나눌까요?

해외 사이트에서는 한 줄짜리 주소보다 입력 칸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Address Line 1에는 건물번호와 도로명을, Address Line 2에는 동·호수 같은 상세주소를 넣으면 읽기 쉽습니다. 구 이름을 어느 칸에 넣도록 하는지는 사이트마다 다르니, 안내 문구와 입력 예시도 확인해야 합니다. City에는 서울이라면 Seoul을 적고, State 또는 Province를 필수로 요구하면 해당 시·도를 적습니다. Country에서는 South Korea 또는 Republic of Korea처럼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항목을 선택합니다.

ZIP이나 Postal Code는 영문 철자가 아니라 우편번호를 적는 칸입니다. 현재 쓰는 5자리 우편번호를 주소정보누리집에서 조회해 그대로 입력하면 됩니다. 주소 전체를 한 칸에 복사하면서 우편번호 칸을 비워 두거나, 주소의 상세주소만 빼놓는 실수가 오히려 잦습니다. 제출 전에는 건물번호, 도로명, 동·호수, 우편번호, 국가가 각각 들어갔는지 한 번씩 읽어 보면 충분합니다.

학생에게는 ‘거꾸로 외워라’ 대신 ‘받을 사람의 방에서 나라 쪽으로 시선을 넓혀 가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영문주소의 순서는 그 한 장면으로 오래 남습니다. 표기가 헷갈릴 때는 기억에 기대지 말고 공식 조회 결과를 확인하면 되고요. 주소는 멋지게 번역한 문장보다 실제로 찾아갈 수 있는 정보여야 합니다.

영문주소 표기 방법은 왜 거꾸로 쓸까요?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