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2% 넘게 높다는 화면을 봤다. 그런데 매수·매도 호가로 다시 계산하니 차이가 줄었고, 환전 비용까지 넣자 거래할 만한 폭은 더 좁아졌다. 7년간 거래소 가격과 온체인 흐름을 같이 보면서 느낀 건, 김프는 화면에 표시된 숫자보다 그 숫자를 만든 조건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1. 같은 코인 가격을 원화로 맞춘다
김프 계산의 기본식은 ‘(국내 가격 ÷ 해외 가격의 원화 환산값 − 1) × 100’이다. 비트코인을 비교한다면 국내 원화 마켓의 BTC 가격과 해외 BTC 가격을 같은 시각에 가져온다. 해외 가격이 달러 기준이면 원·달러 환율을 곱한다. 해외 BTC 가격이 10만 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 국내 가격이 1억 4,300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해외 가격의 원화 환산값은 1억 4,000만 원이고, 김프는 약 2.14%다. 이 수치는 계산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이며 현재 시세가 아니다.
해외 가격이 BTC/USDT라면 한 단계 더 확인해야 한다. USDT는 달러와 같은 이름의 단위가 아니다. 실제 USDT/달러 가격이 1달러에서 벗어나면 그 차이가 김프에도 섞인다. 달러 환율 대신 국내 USDT 원화 가격을 곱하면 ‘국내 원화와 해외 USDT 시장의 가격 차이’를 보는 셈이다. 어느 환산값을 썼는지 밝히지 않은 김프 수치는 서로 비교하기 어렵다.
2. 체결 가능한 호가로 다시 계산한다
업비트가 제공하는 최근 체결가와 호가 정보는 용도가 다르다. 최근 체결가는 마지막 거래 가격이고, 호가는 지금 매수·매도 주문이 쌓인 가격이다. 해외에서 사서 국내에서 판다고 가정하면 해외 최우선 매도 호가와 국내 최우선 매수 호가를 써야 한다. 반대 방향이라면 국내 최우선 매도 호가와 해외 최우선 매수 호가를 비교한다. 최근 체결가 두 개를 나눈 값은 시장의 온도를 보는 지표에 가깝다.
수량도 중요하다. 국내 최우선 매수 호가에 비트코인 0.02개만 대기 중인데 0.5개를 판다면 나머지는 더 낮은 호가에서 체결될 수 있다. 바이낸스도 시장가 주문의 슬리피지가 유동성 부족이나 주문 처리 중 가격 변동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거래 규모가 정해졌다면 호가창의 여러 가격대를 합쳐 평균 매도 가격을 구해야 한다. 거래량이 적은 알트코인은 표시된 김프가 커도 이 단계에서 대부분 사라지곤 한다.
3. 수수료와 시간 비용을 뺀다
앞의 예시에서 표면상 차액은 비트코인 1개당 300만 원이다. 그렇다고 300만 원이 이익은 아니다. 해외 매수 수수료, 국내 매도 수수료, 환전 비용, 코인 전송 수수료, 호가를 밀며 생기는 가격 차이를 차례로 빼야 한다. 예를 들어 전체 비용을 원화로 환산해 90만 원으로 잡았다면 남는 차액은 210만 원, 해외 매입 원가 1억 4,000만 원 대비 1.5%다. 비용 90만 원 역시 거래 조건을 설명하기 위한 가정이다.
여기에는 전송 중 가격이 움직일 위험도 남는다. 블록체인에서 전송이 확인됐어도 거래소의 입금 반영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업비트 안내에는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소 간 입출금에서 계정주 확인 등 트래블룰 절차가 적용된다고 나와 있다. 입금·출금 지원 상태와 네트워크를 확인하지 않은 채 김프만 보고 코인을 보내면, 도착했을 때 매도할 수 없거나 가격 차이가 이미 사라질 수 있다.
4. 숫자의 원인을 수급에서 찾는다
김프가 높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매수세가 계속 강하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국내 거래량이 늘었는지, 매수 호가에 실제 물량이 있는지, 거래소로 들어오는 코인 물량이 증가하는지를 함께 본다. 온체인에서 거래소 유입이 늘면 잠재적인 매도 물량을 의심할 수 있지만, 지갑 간 이동이나 거래소 내부 이체도 섞일 수 있다. 유입량 하나만으로 매도를 확정하는 해석은 위험하다.
내가 김프 계산 값을 기록할 때는 가격과 환율의 시각, 사용한 거래소와 마켓, 주문 수량, 호가 기준 차이, 예상 비용을 한 줄에 같이 적는다. 같은 2%라도 얇은 호가에서 잠깐 찍힌 값과 충분한 물량이 받쳐 주는 값은 다르다. 숫자가 커 보이는 순간일수록 실제로 얼마를 체결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