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토익을 준비하는 친구가 모의고사 점수를 보고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았다고 했다. 문제를 풀 때마다 점수가 오르면 좋겠지만, 공부하는 동안에는 오르내리는 게 자연스럽다. 토익모의고사는 내 실력을 판정하는 날이라기보다, 시험장에서 막힐 부분을 미리 찾아보는 기회로 쓰면 훨씬 유용하다.
지금 풀 모의고사부터 고르기
문제집을 고를 때는 ‘실전 난도’라는 문구보다 해설을 먼저 보는 편이 좋다. 틀린 문제에 정답 근거가 적혀 있는지, 다른 선택지가 왜 답이 아닌지도 설명하는지 확인한다. 듣기 문제라면 대본과 음원이 함께 있어야 다시 듣고 놓친 표현을 확인하기 쉽다.
처음부터 가장 어렵다는 문제만 찾을 필요는 없다. 아직 한 세트를 끝까지 풀기 버겁다면, 풀고 나서 답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적당하다. 반대로 시간이 늘 남고 틀리는 문제도 거의 없다면 조금 더 어려운 자료를 섞어볼 만하다. 여러 자료를 한 번에 사기보다 한 권을 꾸준히 풀면서 오답까지 확인하는 쪽이 공부 흐름을 잡기 쉽다.
풀 때는 시험장과 비슷한 환경 만들기
모의고사를 푸는 날에는 시작 전에 휴대폰 알림을 끄고, 답안 표시용 종이와 필기구를 곁에 둔다. 중간에 단어를 검색하거나 음원을 되감으면 점수는 올라갈 수 있지만, 실제로 시간이 부족한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한 세트를 푸는 동안에는 잠깐 막힌 문제도 표시만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 본다.
특히 읽기 영역은 시간을 함께 기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문장 빈칸 문제를 예상보다 오래 붙잡아 마지막 지문을 읽지 못했다면, 그날의 과제는 문법 문제를 더 많이 푸는 것만이 아니다. 한 문제에 쓸 시간을 조절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반대로 시간이 남았는데 쉬운 문제에서 실수가 많다면 속도를 높이기보다 답의 근거를 확인하는 습관을 살펴보는 게 낫다.
집에서 조용히 풀었을 때와 시험장처럼 긴장해서 풀었을 때의 차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평소에는 맞히던 듣기 문제를 놓쳤다면 집중이 흐트러진 순간이 언제였는지 적어 둔다. 숫자나 장소 표현을 듣는 순간 메모하느라 다음 문장을 놓치는 식으로, 점수만 봐서는 알기 어려운 습관이 드러난다.
채점 뒤에는 틀린 이유를 짧게 남기기
채점이 끝나면 점수 옆에 틀린 문제 수만 쓰지 말고 이유를 붙여 본다. ‘단어를 몰랐다’, ‘질문의 대상을 잘못 읽었다’, ‘시간에 쫓겨 찍었다’ 정도면 충분하다. 이유가 달라야 다음 공부도 달라진다. 모르는 표현이 반복되면 어휘를 익혀야 하고, 지문에 있는 문장을 보고도 틀렸다면 읽는 방식이나 선택지 판단을 점검해야 한다.
오답 노트는 길게 쓰지 않아도 된다. 하루에 틀린 문제 가운데 다시 틀릴 것 같은 5개를 골라, 답의 근거 한 줄과 내가 고른 선택지가 틀린 이유 한 줄을 적는다. 듣기는 대본을 보기 전에 한 번 더 들어 보고, 그래도 들리지 않는 구간만 확인한다. 눈으로 보면 아는 표현인데 귀로는 놓친다면 그 부분을 짧게 여러 번 듣는 편이 새 문제를 계속 푸는 것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
맞힌 문제도 가끔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뜻을 몰랐지만 운 좋게 고른 답, 두 선택지 사이에서 감으로 찍은 답은 다음에 틀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문제까지 표시해 두면 실제 약점이 점수보다 조금 더 선명해진다.
다음 모의고사는 복습한 뒤에 풀기
한 세트를 풀자마자 다음 세트로 넘어가면 성취감은 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쉽다. 모의고사를 푼 날에는 채점과 틀린 이유 표시까지 하고, 다음 공부 시간에는 자주 나온 약점 한두 가지를 집중해서 다뤄 본다. 예를 들어 긴 지문에서 근거를 못 찾았다면 비슷한 문제 몇 개를 천천히 읽으며 답이 되는 문장을 표시한다.
점수는 한 번의 결과보다 흐름으로 보는 게 편하다. 문제의 난도나 컨디션에 따라 숫자는 흔들릴 수 있으니, 최근 몇 번의 모의고사에서 시간 부족이 줄었는지, 같은 유형을 반복해서 틀리는지 함께 본다. 시험이 가까워졌다면 새 문제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자주 틀린 표현과 시간 배분 기록을 다시 보는 것도 좋다.
모의고사 한 번을 잘 푸는 것보다, 풀고 난 뒤 다음 공부가 달라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점수가 기대보다 낮은 날에도 틀린 이유 하나를 분명히 찾았다면 그날 공부에는 충분히 남는 것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