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담실에서 한 엄마가 온습도계를 세 개나 샀다고 하셨어요. 하나는 22도, 하나는 24도를 가리키니 어느 쪽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죠. 두 아이를 키우고 산모 상담을 오래 하면서 느낀 건, 숫자를 정확히 맞추려 애쓰는 것보다 아기가 실제로 덥거나 춥지 않은지 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온도는 22~24도에서 시작해 아기 상태를 보세요
집에서 처음 맞춰 볼 온도는 22~24도 정도가 무난합니다. 서울아산병원의 신생아 퇴원 안내에는 방 온도 24도를 제시하고, 영아 수면 안전을 다루는 국내 자료에도 21~25도 범위가 나옵니다. 다만 이 숫자가 모든 집, 모든 아기에게 똑같이 맞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같은 23도라도 햇볕이 드는 방과 외풍이 있는 방은 느낌이 다릅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아기가 잘 때 16~20도를 안내합니다. 국내에서 익숙한 온도보다 낮아 놀라실 수 있어요. 권고마다 차이가 있는 만큼 숫자 하나를 절대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방 온도와 아기 옷차림을 함께 봐야 합니다. 실내가 따뜻한데도 두꺼운 우주복에 이불까지 덮으면 아기는 더울 수 있거든요.
손발이 차갑다고 바로 난방을 올리는 분도 많습니다. 아기 손발은 몸통보다 서늘할 수 있어요. 저는 손끝 대신 목 뒤나 가슴, 배를 살짝 만져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땀이 나거나 몸통이 뜨겁고 얼굴이 붉다면 옷을 한 겹 줄이고 실내 온도를 확인하세요. 반대로 몸통까지 차갑게 느껴진다면 옷차림과 방의 외풍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습도는 40~50%를 기준으로, 창문도 같이 보세요
습도는 우선 40~50% 정도를 목표로 두면 관리하기 편합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실내 습도를 가능하면 30~50%로 유지하고 60% 아래로 관리하도록 안내합니다. 서울아산병원의 신생아 퇴원 안내에는 50~60%가 제시돼 있어요. 안내 범위가 조금 달라도 공통으로 살필 부분은 같습니다. 공기가 지나치게 건조하지 않은지, 반대로 습기가 고이지는 않는지예요.
예를 들어 겨울에 난방을 켜고 습도계가 35%를 가리킨다면, 먼저 빨래나 목욕 후의 수증기처럼 집 안 습도가 언제 달라지는지 살펴보세요. 건조함이 계속될 때 가습기를 쓰면 됩니다. 반대로 55%인데 창문에 물방울이 맺히고 벽지가 축축하다면 숫자를 더 올릴 이유가 없어요. 물기를 닦고 환기하며 습기가 생기는 곳을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습도계도 놓는 자리에 따라 값이 달라집니다. 가습기 분무 바로 앞, 창가, 난방기 옆에 두면 아기가 머무는 공간의 상태를 읽기 어렵죠. 아기 침대와 조금 떨어진 생활 공간에 두고 하루 중 비슷한 시간에 확인하면 변화가 보입니다. 여러 대를 사서 소수점까지 비교할 필요는 없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기계보다 옷 한 겹을 먼저 조절하세요
여름 상담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 “에어컨을 켜도 되나요?”입니다. 더운 방을 참게 할 필요는 없어요. 냉방을 하되 바람이 아기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방 전체가 얼마나 식었는지 확인합니다. 아기가 땀에 젖어 있다면 온도를 조절하고 옷도 가볍게 입히세요. 숫자상 온도가 적당해도 수면조끼와 두꺼운 이불을 함께 쓰면 더울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반대 상황이 생깁니다. 부모가 추울까 봐 방을 덥히고 내복, 수면조끼, 모자까지 더하는 거예요. 잘 때는 아기 머리를 덮지 않고, 두꺼운 이불이나 전기장판을 아기 잠자리에 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옷은 가벼운 겹으로 조절하고, 목 뒤에 땀이 차는지 보세요. 새벽에 방이 식는 집이라면 잠들기 전 한 번보다 아침에 깼을 때의 방 온도도 확인하는 게 실용적입니다.
목욕 직후에는 아기가 잠시 서늘하게 느낄 수 있어요. 그 순간에 맞춰 집 전체 난방을 크게 올리기보다는 물기를 잘 닦고 마른 옷을 입힌 뒤 상태를 보세요. 수유 중 보호자 몸에 안겨 있을 때와 침대에 누워 있을 때도 아기가 느끼는 온기는 다릅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같은 옷을 입혀 두는 것보다 상황에 맞춰 한 겹씩 조절하는 편이 쉽습니다.
가습기와 온습도계는 필요한 만큼만 준비해도 됩니다
출산 준비물 목록에는 가습기가 거의 빠지지 않죠. 그런데 집 안 습도가 이미 적당하다면 출산 전에 서둘러 살 물건은 아닙니다. 저는 먼저 온습도계 하나로 며칠 재보고 결정하라고 말씀드려요. 실제로 상담했던 한 집은 가습기를 사기 전부터 습도가 50% 안팎이었습니다. 그 집에 필요한 건 가습기가 아니라 창가의 결로를 살피는 일이었어요.
가습기를 쓰기로 했다면 청소할 수 있는 방식인지가 기능 개수보다 중요합니다. 물통에 물을 오래 남겨 두지 말고 제품 설명에 따라 비우고 세척하세요. 아기 침대 바로 옆에서 분무가 얼굴이나 침구에 닿게 놓지 않는 것도 좋습니다. 따뜻한 증기가 나오는 제품은 화상 위험이 있으니 아기 손이 닿지 않는 위치를 특히 신경 써야 합니다.
이른둥이이거나 퇴원할 때 별도 온도 지침을 받은 아기라면 담당 의료진의 안내를 우선하세요. 평소와 달리 몸이 유난히 뜨겁거나 차갑고, 잘 먹지 못하거나 축 처져 보일 때도 방 온도만 바꾸며 기다리지 말고 아기 체온을 재고 진료를 받는 게 맞습니다.
아기 실내 온도 습도는 매일 같은 숫자를 만들어 내는 숙제가 아니에요. 온습도계 하나, 아기의 목 뒤와 몸통, 창문에 맺힌 물기 정도면 집 안 상태를 꽤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울 때 숫자가 조금 달라질 때마다 마음이 쓰였지만, 아기를 보며 옷 한 겹을 조절하는 일이 결국 가장 오래 쓰는 방법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