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토섬에 들어갈 때마다 먼저 보는 건 바다가 아니라 하봉마을 앞 물길이다. 사천 비토섬 본섬은 다리로 이어져 차로 들어갈 수 있지만, 끝자락 월등도로 향하는 길은 밀물에 잠긴다. 배 시간을 맞출 필요는 없어도 물때를 놓치면 걸으려던 코스가 통째로 바뀐다.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월등도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부터 확인하고 나머지 일정을 붙이는 편이 수월하다.
배표 대신 하봉마을에 도착할 시간을 잡는다
비토섬은 사천시 서포면에 있다. 육지에서 비토교와 거북교를 건너 들어가므로 본섬행 여객선을 찾을 필요가 없다. 차를 가져가면 서포면을 지나 하봉마을 쪽으로 이동하기 편하다. 반면 대중교통 여행은 하봉마을까지 가는 버스의 운행 여부와 돌아오는 편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의 예전 여행 안내에는 환승 노선이 소개돼 있지만, 버스 번호나 운행 횟수를 그대로 믿고 출발할 일은 아니다. 방문일 기준 사천시 버스 정보를 다시 봐야 한다.
섬 안에서도 걸어서 모든 곳을 잇겠다는 계획은 생각보다 고되다. 월등도 입구, 비토해양낚시공원, 숙소는 같은 비토섬에 있어도 한곳에 붙어 있지 않다. 차가 있다면 하봉마을을 먼저 찍고 물때에 맞춰 걷다가, 돌아 나오는 길에 낚시공원이나 숙소에 들르는 동선이 낫다. 차 없이 간다면 월등도와 주변 산책에 집중하고 이동 거리가 긴 장소는 덜어내는 편이 좋다.
월등도 바닷길은 간조 시각만 보고 들어가지 않는다
하봉마을 앞에서 물이 빠지면 월등도로 이어지는 길이 드러난다. 그 너머로 토끼섬과 거북섬을 바라보며 해안을 걷는 재미가 있다. 다만 간조 시각은 물이 가장 낮은 때일 뿐, 그날 길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시작과 끝을 뜻하지 않는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예보로 방문일의 물때를 확인하고, 현장 안내와 날씨까지 살펴야 한다. 바람이 거세거나 비가 오면 갯벌 가장자리의 상태도 달라진다.
나는 월등도에 들어가기 전 돌아올 시각부터 정한다. 물길이 넓게 열려 보여도 섬 안을 걷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간다. 사진을 찍거나 갯벌을 구경하느라 되돌아올 때를 놓치면 다음 물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다.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걸음이 느려지는 시간도 계산해야 한다. 물때가 맞지 않는 날에는 하봉마을에서 바다를 보고 발길을 돌리면 된다. 잠긴 길 앞에서 오래 기다린다고 비토섬 여행이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긴 트레킹보다 목적에 맞는 짧은 길을 고른다
걷는 데 무게를 둔다면 월등도 입구에서 바닷길을 건너 해안 산책로를 돌아오는 구간이 먼저다. 바다와 갯벌이 번갈아 드러나고, 토끼섬과 거북섬을 가까이에서 보는 길이다. 다만 갯벌에 내려가 무작정 직선으로 가로지르기보다는 현장에서 확인되는 길을 따라 움직이는 게 안전하다. 젖은 바닥에서는 신발이 쉽게 미끄러진다.
더 길게 걷고 싶다면 사천의 이순신바닷길 3코스인 토끼길·거북길을 찾아볼 수 있다. 사천대교에서 서포를 거쳐 비토섬으로 이어지는 긴 코스라, 월등도만 가볍게 둘러볼 사람에게는 과하다. 실제로는 하봉마을과 월등도 주변을 걷고 쉬는 것만으로도 반나절이 간다. 걷는 양보다 갯벌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볼 시간을 남기는 쪽이 이 섬에는 잘 맞는다.
비토해양낚시공원은 낚시가 목적이거나 해상 보행교를 걸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다. 유료 시설이므로 운영 여부와 이용 조건을 출발 전에 확인해야 한다. 낚시에 관심이 없다면 입장 자체를 일정의 필수 코스로 넣을 필요는 없다. 비토섬에서는 명소를 모두 찍는 것보다 한두 곳에 머물며 물이 바뀌는 풍경을 보는 편이 덜 분주하다.
숙소는 예약 화면보다 출입 조건을 먼저 본다
하룻밤 묵으면 해 질 무렵의 갯벌과 다음 날 아침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다. 비토섬에는 펜션과 글램핑장, 캠핑장이 있다. 월등도 캠핑장은 물길이 열릴 때 들어가고 나오는 곳이라 입실·퇴실 시간을 평소 캠핑장처럼 잡으면 곤란하다. 예약 전에 방문일의 조석과 차량 출입 조건을 숙소에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비토국민여가캠핑장도 알아두는 사람이 많지만, 현재 사천문화관광 숙박 안내에는 임시휴장으로 표시돼 있다. 다른 안내에 예약 정보가 남아 있더라도 운영 중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캠핑장은 차를 세운 뒤 짐을 옮겨야 하는 방식으로 소개된 적이 있어, 장비가 많다면 짐 운반 방법도 함께 물어보는 게 좋다. 펜션을 고를 때는 바다 전망 사진만 보지 말고 식사할 곳과 주차 위치를 같이 보는 편이 실제로 편하다.
여름에는 갯벌 위 햇볕을 피할 곳이 적고, 한가한 계절에는 식당이나 체험 시설의 운영이 달라질 수 있다. 본섬은 다리로 연결돼 있어 여객선 결항 때문에 발이 묶이는 곳은 아니다. 대신 월등도 바닷길은 날씨와 물때에 따라 계획을 바꿔야 한다. 비토섬은 긴 일정표를 채우려는 사람보다, 열린 길을 걷고 닫힌 바다를 한동안 바라볼 사람에게 더 잘 맞는 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