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학생이 교실 게시판의 ‘깨끗이 사용합시다’를 보고 물었습니다. “깨끗하다니까 깨끗히 아닌가요?” 바로 옆에는 ‘조용히 해 주세요’라고 적혀 있었지요. 둘 다 ‘하다’가 붙는데 끝 글자는 다릅니다. 이 히 구분이 어려운 까닭은 글자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굳어 쓰이는 말의 소리와 짜임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깨끗하다고 깨끗히가 되지는 않습니다
‘깨끗이’는 ‘깨끗하다’에서 ‘하다’를 떼고 ‘히’를 붙인 말이 아닙니다. ‘깨끗-’에 부사를 만드는 ‘-이’가 붙어 굳은 말입니다. 그래서 “책상을 깨끗이 닦았다”라고 씁니다. 같은 부류에 ‘따뜻이’, ‘산뜻이’, ‘느긋이’, ‘버젓이’가 있습니다. 앞말이 ㅅ 받침으로 끝나면 ‘-이’로 적는 경향을 볼 수 있지요.
이 대목에서 “하다가 붙으면 무조건 히”라고 외우면 곧 막힙니다. ‘깨끗하다’와 ‘조용하다’가 바로 반례입니다. 국립국어원이 설명하는 한글 맞춤법 제51항은 부사의 끝음절이 분명히 ‘이’로만 나면 ‘이’로 적고, ‘히’로만 나거나 ‘이’와 ‘히’로 나면 ‘히’로 적도록 합니다. ‘깨끗이’는 첫째 경우에 속합니다.
반복된 말에는 왜 이가 자주 붙을까요?
“한 사람씩 일일이 이름을 확인했다”, “틈틈이 메모했다”, “곳곳이 젖었다”를 읽어 보면 앞부분의 모양이 보입니다. ‘일일’, ‘틈틈’, ‘곳곳’처럼 같은 말을 겹쳐 쓴 뒤에 ‘이’가 붙었습니다. ‘겹겹이’, ‘낱낱이’, ‘집집이’도 비슷합니다. 낱낱의 대상을 빠짐없이 가리키거나, 여러 곳에 걸친 모습을 나타내는 말들이지요. 끝 글자만 암기하는 것보다 ‘겹친 말 뒤에 이’라는 짜임을 떠올리는 편이 오래갑니다.
‘곰곰이’도 ‘곰곰히’로 잘못 쓰기 쉽습니다. 다만 이것을 ‘곰’이라는 명사를 두 번 쓴 말로 설명해서는 곤란합니다. 국립국어원의 제51항 해설은 ‘곰곰이’를 부사 뒤에 ‘-이’가 붙은 예로 다룹니다. “곰곰이 생각하다”를 한 덩어리로 익히되, ‘꼼꼼히 살피다’와 나란히 놓아 보면 차이가 또렷해집니다. 두 말은 비슷해 보여도 끝 글자가 같지 않습니다.
하다를 붙여 보는 방법은 어디까지 통할까요?
‘조용하다’에서 ‘조용히’, ‘솔직하다’에서 ‘솔직히’, ‘꼼꼼하다’에서 ‘꼼꼼히’를 떠올리면 ‘하다’가 붙는 말에 ‘히’가 많이 쓰인다는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조용히 문을 닫았다”, “솔직히 말했다”, “꼼꼼히 읽었다”처럼 문장에 넣어 보면 더 자연스럽습니다. 반대로 ‘많다’에서 ‘많이’, ‘깊다’에서 ‘깊이’, ‘헛되다’에서 ‘헛되이’처럼 ‘하다’가 붙지 않는 용언 뒤에는 ‘이’로 적는 예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판정 공식이 아니라 경향입니다. 앞에서 본 ‘깨끗하다’처럼 ‘하다’가 붙어도 ‘깨끗이’로 적는 말이 있으니까요. ‘가까이’, ‘새로이’, ‘즐거이’처럼 ㅂ 불규칙 용언과 관련된 말에도 ‘이’가 나타납니다. 학생들에게는 ‘하다’를 붙여 보는 방법을 첫 단서로 쓰되, ㅅ 받침과 반복된 말의 모양까지 확인하라고 이야기합니다. 하나의 요령으로 모든 단어를 처리하려 들면 오히려 헷갈립니다.
귀에 들리는 대로 쓰면 왜 틀릴까요?
“조용히”를 빠르게 말하면 끝의 ‘ㅎ’이 희미하게 들려 “조용이”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실제 발음에서는 ‘ㅎ’이 약해지기도 하므로, 귀에 들리는 소리만으로 표기를 가르기 어렵습니다. ‘솔직히’나 ‘분명히’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51항이 ‘이’와 ‘히’ 두 가지로 들릴 수 있는 말을 ‘히’로 적도록 한 이유를 여기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장을 고칠 때는 세 갈래를 먼저 떠올려 봅니다. ‘깨끗이·산뜻이’처럼 ㅅ 받침 뒤인지, ‘일일이·틈틈이’처럼 말이 겹쳐 있는지, ‘조용히·솔직히’처럼 ‘히’로 굳어 쓰이는 말인지 보는 겁니다. 그래도 ‘이’인지 ‘히’인지 확신이 서지 않으면 국립국어원 사전에서 그 단어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소리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고, 짜임만으로 가를 수 없는 말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깨끗이’와 ‘조용히’를 틀릴 때 바로 답부터 적어 주지 않습니다. 두 말을 소리 내어 읽고, 앞말이 어떻게 생겼는지 함께 봅니다. 그러면 맞춤법은 외워야 할 글자 목록에서, 말이 지금의 모양으로 굳어 온 흔적으로 바뀝니다.
